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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도 못한’ 박인비, 저탄도 샷으로 섭리 깬다


입력 2013.07.31 09:42 수정 2013.07.31 10:03        데일리안 스포츠 = 김태훈 기자

악천후 가운데 치를 링크스 코스 브리티시 오픈

저탄도 샷으로 바람 뚫고 퍼팅력 과시 기대

박인비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해안지대에 인접한 링크스 코스 특유의 종잡을 수 없는 바닷바람과 강한 비바람 등 변화무쌍한 날씨와의 싸움이다.

‘세계랭킹 1위’ 박인비(25·KB금융그룹)가 악천후 속에서 여자골프 역사상 누구도 이루지 못한 캘린더 그랜드슬램에 도전한다.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 'US 여자오픈' 우승으로 LPGA 역사상 63년 만에 메이저대회 3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지만, 박인비는 한 발 더 나아가 골프 역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 세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박인비는 1일(이하 한국시각) ‘골프의 성지’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코스(파72·6672야드)에서 열리는 브리티시 여자오픈(총상금 275만 달러)을 통해 메이저대회 4연승에 도전한다. 브리티시 오픈이 메이저대회로 승격한 지난 12년간 한국선수는 모두 4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브리티시 오픈에서 단독 2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최근 3년 동안 톱10에 진입했던 박인비는 2007년에는 올해와 같은 올드 코스에서 공동 11위를 차지했다. 박인비가 브리티시 트로피에 입을 맞춘다면, 여자골프 역사상 최초로 한 시즌 4개 메이저 대회를 휩쓰는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

또 메이저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도 역대 최연소로 달성한다. 63년 역사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6번 나왔지만 캘린더 그랜드 슬램은 한 차례도 없었다. 메이저대회 최다승(18승) 기록 보유자인 '골든 베어' 잭 니클라우스(미국)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도 캘린더 그랜드 슬램은 이루지 못했다. 80여 년 전으로 소급해도 남녀 통틀어 보비 존스(1930년·미국)만 이룬 대기록이다.

하지만 브리티시를 거머쥐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전 세계 골프팬들과 언론의 높은 관심에 따른 중압감을 극복해야 한다. 박인비는 US여자오픈 우승 이후 매뉴라이프 파이낸셜 LPGA 클래식에서 공동 14위, 이어진 마라톤 클래식에서 공동 33위에 머무는 등 다소 주춤했다. 이에 박인비는 브리티시 오픈을 앞두고 "미국 미디어의 집중되는 관심 속에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힘들었다. 그래도 경험을 쌓았고 이런 저런 중압감을 이겨내다 보니 이젠 자신감도 생겼다“며 특유의 강철 멘탈을 드러냈다.

경쟁자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디펜딩 챔피언’ 신지애(25·미래에셋)와 세계랭킹 2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를 비롯해 베테랑 카리 웹(호주)과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 청 야니(대만), 미야자토 아이(일본) 등의 톱 랭커들이 대거 출전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올드 코스와 날씨다. 5년에 한 번 개최되는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코스는 깊은 러프와 벗어나기 어려운 항아리 벙커는 악명이 높다. '로드홀(Road Hole)'로 불리는 17번홀(443야드 파4)은 정상급 선수들도 손사래 친다. 박인비도 이 홀을 승부처로 지목했다.

변화무쌍한 날씨는 더 괴롭다. 비바람이 강해 자연의 섭리에 도전하는 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인비도 "전날 연습라운드에서 8번 아이언을 들었던 곳에서 오늘은 웨지를 꺼내야 할 때도 있었다. 세팅이 어렵고 이변이 많은 곳"이라며 바다가 인접한 링크스 코스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박인비는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박인비는 연습라운드를 마친 뒤 "다행히 연습라운드와 프로암을 치면서 비, 바람 등 다양한 날씨를 모두 경험했기 때문에 대회 개막 후 예상되는 궂은 날씨에 대비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사실 박인비가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이런 코스가 더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다. 세계 최정상급 퍼팅 능력을 자랑하는 박인비의 샷은 탄도가 낮은 편이라 스피드를 동반한다. 따라서 거센 비바람이 자주 몰아치는 링크스 코스에서 정확한 어프로치샷을 자랑하는 박인비가 그린이 넓은 세인트 앤드루스의 깊은 벙커만 피한다면 우승 확률은 오히려 높아진다. 실제로 박인비는 바람이 많이 부는 코스에서 항상 좋았다. 코스는 다르지만 작년 궂은 날씨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대회 첫날인 1일에는 오전에 비가 내리고 오후에는 시속 30㎞ 안팎의 강풍이 몰아칠 것이라는 예보가 있다. 또 2~3라운드 때는 비는 오지 않겠지만 바람이 더 세게 분다는 날씨 전망이 나왔다. 최종 라운드가 열리는 4라운드에도 시속 26km의 강풍에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도 있다. 박인비가 말한 저탄도 샷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한편, 대회 조직위원회가 30일 발표한 조 편성에 따르면, 박인비는 다음 달 1일 오후 3시3분(한국시각) 레카리·섀도프와 같은 조로 1번 홀을 출발한다. 레카리는 지난주 미 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에서 우승 포함 3승을 기록 중이다. 섀도프는 올해 나비스코 챔피언십 공동 7위, US여자오픈 공동 4위에 올랐다. 2라운드 티타임은 오후 7시48분이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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