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개편안 두고 야당과 여론 '유리지갑 털기'에 새누리당 반박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발표한 세제개편안이 실질적으로 ‘유리지갑’인 중산층의 세 부담을 늘린 사실상 ‘증세’라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연봉 3450만원 초과 월급쟁이 434만명(전체 근로자의 28%)의 세 부담은 1조 3000억으로 늘어나는 반면, 대기업(매출 1000억원 이상 또는 종업원 1000명 이상,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의 세 부담은 1조원 늘어나는 데 그치면서 상당한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연말정산 과세 방식 변경, 연봉 3000만원대 근로자의 세금 감면 혜택 대폭 감소
기획재정부는 8일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갖고 ‘2013년 세법개정안’을 확정, 발표했다. 기재부는 15개 관련 세법개정안에 대해 입법예고와 부처협의,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오는 9월말 정기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이번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연간 근로소득 3450만원 초과(상위 소득 28%) 소득자 434만명의 세금 부담이 늘어난다. 연말정산 때 과세 방식이 소득공제 방식에서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뀌면서 세금 감면 혜택이 대폭 줄어들기 때문이다.
기존 소득공제 방식은 과세 대상 소득에서 교육비, 의료비, 보장성보험료 지출액을 빼주고 남은 소득분에 대해 소득 수준별 차등 세율(6~38%)를 적용해 최종 세금을 확정하지만, 세액 공제 방식은 근로자가 낸 세금에서 교육비, 의료비, 보장성보험료 지출액의 12~15%에 해당하는 세금을 되돌려주는 방식이다.
즉, 과세 대상 소득이 4600만원을 넘는 근로자는 기존 소득세율(24~28%)과 세금환급률(15%)의 차이만큼 세금을 더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연간 근로소득 3450만원 초과 소득자들이 더 내는 세금은 평균 40만여만원으로, 총 1조3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4000억원을 더해 근로장려금과 자녀장려금으로 1조7000억원이 저소득층에 지급될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가 가구 기준으로 연간 소득 5500만원 초과 가구를 고소득가구로 정한 것은 맞벌이 부부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 되고 있다. 현실과 거리가 먼 소득구간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민주당 “일반 근로자들의 주머니 턴 격”, 9월 정기국회 통과 불가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부자감세철회 회피하다 근로자 주머니 터는 격”이라는 주장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9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부자감세 철회를 회피하다가 일종의 인도세적인 성격의 세제개편안을 마련해 버린 것”이라며 “부자감세 없는 재원마련이라는 강박관념이 결국은 숫자 많은 일반 근로자들의 주머니를 턴 격”이라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여야 원래 합의대로 1억5000만원 최고세율 소득 구간을 신설하면 소득세를 손보지 않아도 세수 확보가 가능하다”면서 “이걸 안하다 보니 결국 400만명 이상의 분들이 평균 1년에 40만원 이상씩 세 부담을 더 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득공제를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꾼 것에 대해서도 “일측면 타당한 점이 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저소득층 지원을 강화한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그러나 전체 구조가 사실상 부자감세 철회를 회피하고 숫자가 많은 근로계층에 부담을 지우는 것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 의원은 “이 자체로는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킬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세제개편이 월급쟁이 유리지갑을 털어가니 상실감에 지갑을 닫을 듯하다”
네티즌들의 반응도 싸늘했다. 특히 지난 대선 과정과 대선 이후에도 여러 차례 ‘증세는 없다’고 약속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 바뀐 것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트위터 아이디 ‘daesa***’은 “박근혜정부가 성공하려면 본인이 공약했듯이 중산층이 늘어나야 한다. 그런데 이번 세제개편은 연봉 3450만원 이상인 서민들의 세금이 증대되는 것”이라며 “오히려 재벌보다는 중산층 이하의 서민에게서 세금을 늘리는 것은 참으로 보기가 안 좋다”고 지적했다.
아이디 ‘ban***’은 “현오석은 아침에 중저소득층과 중소기업 세 부담은 줄이고, 고소득층, 대기업의 세 부담은 높이는 세제 개편을 한다고 했는데, 발표된 세제 개정안은 저소득층을 중산층으로 명의 격상시킨 후 세금을 더 내게 하는 꼼수를 부렸다”고 비판했다.
아이디 ‘ysm***’은 “세제 개편이 월급쟁이 유리지갑을 터는구나. 상실감에 지갑을 완전히 닫을 듯하다”면서 “부동산은 더 폭락에, 외식도 줄일 듯, 안 쓰고, 안 먹고..후후..난 이런 세제 개편을 전쟁 다음으로 비참하다고 느낀다”고 조소했다.
이밖에도 “연봉 3450만원 이상부터 고소득자라니 할 말 없다. 법인세 등 증세요인이 큰 부분은 놔두고 이번에도 만만한 월급을 털어가는구나(neoii***)”, “500만 명에 가까운 일정소득 3450만원 이상의 월급생활자들이 평소 정부정책에 맞서 목소리를 내는 세력이었다면 이번 세제 개편은 감히 추진하지 못했을 것이다(ceo***)”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세제개편안이 중산층 세금폭탄?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이와 관련, 나성린 새누리당 정책위부의장은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와 KBS라디오에 출연, 세제개편안이 ‘중산층 세금폭탄’이라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굉장히 잘못된 비판이고,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며,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나 부의장은 “이번 세법개정안은 중산층 이하, 중소기업의 세 부담을 6300억원 줄이고, 고소득자, 대기업의 세 부담을 3조1000억원 늘어나게 함으로써 조세형평성을 높이려는 안”이라며 “소득공제 방식은 고소득층에 유리하게 돼 있어 조세지원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향은 맞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이 과정에서 중산층의 세 부담이 일부 늘어나는 것을 발견하고 당정협의에서 중산층 세 부담을 최소화했다”면서 “그 결과 중산층의 경우 한 달에 평균 1만원 정도 늘어나는데, 이는 결코 세금폭탄이 아니다”고 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수증대의 필요성이 필요한 시점에서 중산층도 십시일반 기여한다고 생각하는 게 바람직한 인식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세금폭탄이라고 과장하는 것은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은 국회 심의과정에서 행여라도 중산층, 봉급생활자들의 세 부담이 과도하게 증가하지 않도록 꼼꼼하게 따질 것”이라면서 “비과세 감면 축소는 고소득층, 대기업 위주로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 부의장은 고소득자에 대한 징세를 강화하기 위해 최고세율 구간을 3억원 초과에서 1억5000만원 초과로 낮추자는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서는 “3억원 이상 구간을 신설해서 소득세율을 3% 올린 것 자체가 부자증세”라며 “1억5000만원 초과로 낮추면 상당수의 월급 생활자 또는 우리 사회의 주도층들이 여기에 들어가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다만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허심탄회하게, 아주 객관적인 입장에서 논의할 것”이라며 일부 논란이 제기되는 개편안에 대한 수정 가능성을 열어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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