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집회에 스스로 출입금지 풀어주는 서울시
<현장>시공무원이 불법 표시끈 거두자 시민들 항의
"이건 불법 아니냐" 항의에 민주당 시의원 "괜찮다"
“이봐요, 이거 거둬가는 것 불법 아닙니까?”
“이러니까 우리가 매번 괜히 조선일보 같은 곳에서 책 잡히잖아!”
장외투쟁에 나선 민주당이 1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민주주의 회복과 국가정보원 개혁 촉구 2차 국민보고대회’를 연 가운데 행사 도중 난데없이 서울시 관계자들과 집회 참여자들 간 실랑이가 벌여졌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5시30분부터 개그맨 노정렬 씨의 사회로 국민보고대회를 진행, 약 3만 명의 참가자들(주최 측 추산)이 광장을 뒤덮었다.
비교적 질서있게 진행되던 행사는 오후 6시10분경 광장 내 평소 출입이 제한된 천연잔디 구역에서 서울시 관계자들과 행사 참석자 사이에서 때아닌 언쟁이 벌어졌다. 말다툼의 원인은 이렇다.
이날 수많은 인파 속에서도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출입이 제한된 잔디구역에는 침입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던 중 돌연 서울시 관계자들이 일부 잔디구역에 출입을 제한하는 ‘불법’ 표시끈을 거둬가려 하자 이를 본 시민들이 우려를 나타낸 것.
당시 현장에 있던 한 시민은 “이 구역은 출입이 제한된 곳이라 안 들어가고 있었는데 이 상황에서 끈을 제거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시 관계자들을 향해 항의했다. 이에 시 관계자는 “(끈을 제거해도) 괜찮다”며 시민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끈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또 다른 시민이 격분해 “이건 불법 아니냐”며 “이렇게 불법적인 일을 하니까 우리가 조선일보와 같은 곳에 책잡혀 비판을 받는 것”이라고 소리치며 해당 관계자들이 줄을 걷지 못하도록 끈을 부여잡고 저항했다.
이때 상황을 지켜보던 자칭 민주당 소속 서울시 시의원은 “괜찮다. 공무원이 괜찮다고 하지 않느냐”며 “그러지 말고 안쪽(천연잔디 안)으로 들어오라”라고 시 관계자의 행동을 용인했다. 그러자 반발했던 시민들도 서서히 동요하기 시작했다.
결국 시민들은 무더기로 ‘출입제한’ 천연잔디밭에 들어갔다.
보수단체 '맞불집회'…충돌은 없어
아울러 이날 민주당의 보고대회 직전까지 광장 내 이를 반대하는 일부 보수단체 회원의 규탄시위가 이뤄져 양측 간 격렬한 대립이 감지됐으나 다행히 충돌은 없었다.
어버이연합, 한국자유총연맹 등 보수시민단체 약 150명은 민주당 천막당사에서 약 50미터 떨어진 곳에서 자리를 잡고 절규하듯 민주당을 향해 십자포화를 쏟아냈다.
마이크를 잡은 사회자는 목이 찢어져라 “NLL 발언포기 노무현 즉각 해체”, “집회막말·막장정당”, “막말우롱 민주당은 해체하라”, “종북세력척결” 등의 구호를 외쳤고, 참석자들 역시 그를 따라 목소리를 드높였다.
경찰도 긴장감을 놓지 못한 채 이들을 전면 둘러싸고 만에 하나 벌어질 대규모 사태에 대비했다. “어르신들 작작 좀 하세요. 나이 들어서 뭔 짓들이시냐”며 다가가는 시민도 있었으나 경찰 관계자가 이를 초기에 진압하기도 했다.
해당 집회 주변에는 ‘반국가종북세력강력척결 처단하라’, ‘간첩잡고 대한민국 지키는 국정원 반드시 사수하자’, ‘정부는 반역의 잔당들을 색출, 처단하라’, ‘전대미문 사초증발 철저수사 엄단하라’ 등의 플랜카드들이 내걸렸다.
김한길 "나 원래 이런 사람이야"
이와 함께 민주당 지도부는 작심한 듯 정부와 새누리당을 겨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김한길 대표는 “새누리당 지도부는 연일 김한길이 강경파에 떠밀려 할 수 없이 광장에 나왔다고 말하면서 민주당 내부 분열을 부추기고 있는데, 내가 강경파에 떠밀려 광장에 나온 것은 맞다”며 “민주주의를 모욕하고 민심과 야당이 무서운 줄 모르는 새누리당과 청와대 강경파가 국민과 민주당을 광장으로 내몰았다”고 목소리를 드높였다.
그는 이어 “새누리당은 또 김한길은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할 수 없이 끌려 나왔다고 하는데 틀렸다”며 “김한길은 원래 이런 사람이다.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역사가 거꾸로 가서 대한민국이 주저앉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민주당이 국회를 내팽겨쳤다고 하지만, 국회에서 국정원 국정조사가 한창 진행되던 와중에 국회를 팽개치고 휴가를 가버린 사람들이 어느 당의 누구인지 국민들은 다 아실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 국회에서 일할 것이고, 광장에서 열심히 투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새누리당에서 장외투쟁을 법적으로 금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대해 “광장은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며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질 때마다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지켜온 것이 바로 광장이다. 광장을 없애는 것은 민주주의를 없애려는 음모로 간주하고 강력하게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외쳤다.
전 원내대표는 또 “서민의 등골만 빼는 세금폭탄, 세제 개편을 민주당은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며 “그 목표가 달성되는 날까지 민주당은 국민과 함께 국회와 광장을 오가면서 끝까지 투쟁해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주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날 행사는 오후 6시30분 기준으로 민주당 추산 5만 명(경찰 추산 2만 명)의 당원과 시민들이 참석했다. 민주당은 소속의원 127명 중 115명이 이날 보고대회에 참여했다. 문재인 민주당 의원과 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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