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뜸들이던 '현안 행보'가 보다 적극적 모양새로 나타나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발걸음이 바빠지는 모양새다.
여야가 국가정보원(국정원) 국정조사,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건 등으로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거리두기’를 하며 현안에 힘을 쏟았던 안 의원은 ‘인재영입 1호’였던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와 지난 10일 결별한 이후 ‘현안잡기’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특히 13~14일 이틀 동안 안 의원의 목소리가 두드러졌다.
그는 13일 중산층과 서민의 부담이 가중됐다는 비판을 받으며 재검토까지 거친 세제개편안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했다. 14일에는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국조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불출석하자 “동행명령장을 발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이날 오후 5시 성북구 보문동에 위치한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 사무실을 방문해 연구원들과 환담하겠다고 알렸다.
안 의원은 이어 트위터를 통해 고 전태일 열사의 동생인 전순옥 민주당 의원이 전날 서울광장 주변에서 국정원 개혁을 촉구하는 유인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주다 보수단체인 대한민국어버이연합 회원 3명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사건을 두고 날을 세웠다. 그는 “의원이 아니라 일반 시민의 표현의 자유도 물리적 폭력에 의해 침해돼선 안 된다. 정당한 주장을 물리력으로 입막음하려는 시도도 마찬가지”라며 “당국의 엄정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뒤이어 밤 9시30분께는 이날 타결된 개성공단 남북실무회담에 대한 환영 성명을 냈다. 그는 “이번 회담은 외교와 정치에서 ‘All or nothing’은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줬다. 원칙도 중요했지만, 인내와 양보가 소중한 변화와 결실을 이끌어냈다”면서 “남북한이 어떤 갈등이나 오해가 생길지라도 반드시 지키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이 바로 개성공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의 의미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실 안 의원이 ‘야권인사’에 속한다는 것, 여야 정쟁 속에서도 ‘민생행보’에 힘을 쏟았던 것과 동시에 국회 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별위원회 소속이라는 것, 다음날이 68주년 광복절이라는 점 등을 감안했을 때 안 의원의 이 같은 일련의 언행이 특별한 것은 아니다.
앞서 안 의원은 진주의료원 폐원과 한국일보 편집국 폐쇄 사태, 국정원 정치·대선 개입 의혹 사건이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NLL(북방한계선) 포기’ 발언 논란 등을 두고도 일반상식선의 입장이라거나 애매모호하다는 비판을 받긴 했지만, 자신의 목소리를 내왔다.
다만 안 의원과 최 교수 간 ‘결별 소식’이 알려진 12일 이전에는 현안에 대한 입장 발표가 다소 뜸 들이는 느낌이 있었다면, 12일 이후에는 오히려 ‘몰아치기’를 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안 의원의 13일 입장 발표는 이날 밤 10시께 급작스럽게 이뤄졌고, 14일처럼 하루 동안 성명 2건, 트위터 입장 발표, 현장행보까지 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다. 안 의원은 국회 입성 후 언론에 ‘1일 1일정’ 이상을 알린 경우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안 의원의 이러한 ‘몰아치기 행보’는 ‘정치적 타격’을 아물게 하기 위한 방책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정치권 안팎으로는 최 교수가 안 의원의 싱크탱크인 ‘내일’ 이사장직을 사퇴하면서 안 의원의 창당 발판이 될 인재영입 작업 등에 차질이 생겼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한편, 안 의원 측은 이러한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안 의원은 이날 ‘반크’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내 곁을 떠났다고 하는) 언론에 나온 분들 대부분이 떠나지 않았고, 지속적으로 만나 뵙고 조언을 듣고 있다”며 “최 교수도 계속해서 말씀을 들려주시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 교수와 결별한 뒤 이보다 앞서 ‘안철수의 멘토’로 꼽혔던 김종인 전 의원,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 법륜 스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등과도 현재 모두 소원해졌다며 인재관 및 리더십 문제가 일각에서 지적됐었다.
안 의원 측 윤태곤 비서관도 이러한 시각에 선을 그었다. 윤 비서관은 “14일 행보가 이때까지 해왔던 것보다 빡빡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많은 날도 있고 적은 날도 있는데 오늘은 오히려 일정이 적은 편”이라면서 “외부 공개 일정은 ‘반크’ (하나)밖에 없지 않느냐”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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