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32·PSV 에인트호벤)이 8년만의 네덜란드 복귀전이자 2년 만의 챔피언스리그 귀환 무대를 성공적으로 장식, 그의 영입을 추진한 필립 코쿠 감독의 안목도 눈길을 끌고 있다.
코쿠 감독은 지난 시즌 퀸즈파크 레인저스(QPR)에서 최악의 시즌을 보내며 사실상 한물 간 선수 취급을 받던 박지성 영입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한 인물이다. 박지성과 8년 전 바로 아인트호벤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코쿠 감독은 박지성 가치와 팀을 위한 헌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해리 레드냅 감독 밑에서 부침의 시간을 보냈던 박지성은 에인트호벤으로 복귀하자마자 AC 밀란전에서 건재를 과시하며 코쿠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돌이켜보면 박지성이 지금의 월드스타로 성장하기까지는 항상 좋은 지도자들과의 인연이 있었다. 성공하기에 충분한 자격이 있었지만, 제아무리 재능 있는 선수라고 해도 자신의 진가를 알아주는 지도자를 만나지 못하면 빛을 발하지 못하는 사례도 수두룩하다.
박지성이 허정무 감독과 거스 히딩크 감독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쯤 한국축구 역사에서 박지성이라는 레전드는 없었을 지도 모른다.
허정무 감독은 프로 입단에도 실패했던 무명의 대학생을 올림픽대표팀과 성인국가대표팀에 과감히 발탁하며 박지성이라는 이름을 처음 세간에 알렸다. 히딩크 감독은 2002 한일월드컵과 유럽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박지성이 한국을 넘어 월드스타로 가는 길을 열어줬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서 만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뛰어난 공간이해와 전술수행능력이라는 박지성의 강점을 극대화했다. 비록 공격력과 꾸준한 출장기회를 포기해야하는 대가도 치렀지만, 박지성은 맨유를 통해 무수한 우승컵을 거머쥐었고, 명실상부한 아시아 최고의 월드스타로 자리매김하며 보답을 받았다.
저마다 다른 개성과 색깔을 지닌 지도자들을 거치면서도 꾸준히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어떤 상황에서도 지도자가 요구하는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는 박지성의 놀라운 적응력과 헌신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박지성에게 유일하게 감독 복이 없었던 구단이 바로 QPR에서 보낸 지난 1년이었다. QPR에서 만난 마크 휴즈와 해리 레드냅 감독은 모두 박지성의 진가를 제대로 활용할 줄 모르는 지도자들이었다. 휴즈 감독은 박지성에 대한 신뢰는 두터웠지만 방만한 스쿼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박지성에게 포지션 실험만 시키다가 성적부진으로 경질됐다.
휴즈 뒤를 이은 레드냅 감독은 박지성을 철저히 투명인간 취급하며 잦은 언론플레이와 일관성 없는 기용법으로 박지성 가치를 떨어뜨렸다. 만일 박지성이 올해도 에인트호벤이 아니라 레드냅 체제의 QPR에서 뛰고 있었다면 지난 시즌과 다름없는 신세가 됐을지 모른다.
박지성의 사례는 제아무리 뛰어난 선수라고 할지라도 지도자와의 궁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지도자와 선수간의 윈-윈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이동국과 최강희 감독이다. 2000년대 중반 극심한 슬럼프를 겪고 있던 이동국이 서른을 넘겨 전북에서 최강희 감독과 만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이동국은 존재할 수 없었다.
반면 국내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승승장구하던 박주영던 2011년 아스날 입단과 동시에 아르센 벵거 감독을 만나며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아스날의 황금시대를 이끈 명장으로 꼽히는 벵거 감독이지만, 유독 박주영에게 뚜렷한 이유 없이 출전기회 자체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아무리 세계적인 감독이라고 해도 궁합이 맞지 않으면 선수는 제대로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 선수의 진가는 곧 감독하기 나름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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