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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상법 개정안 신중히 검토해 추진"


입력 2013.08.28 15:20 수정 2013.08.28 15:26        김지영 기자

국내 10대 그룹 회장단과 오찬서 "기업의 선도적 투자가 필요한 시점"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국내 10대 그룹 회장단과 오찬 자리에서 정부가 입법을 예고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 재검토 의사를 내비쳤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을 비롯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 자격으로 각각 참석한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등 10대 그룹 총수들과 오찬간담회를 갖고 이 같이 밝혔다.

박 대통령은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상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도 잘 알고 있다. 그 문제는 정부가 신중히 검토해 많은 의견을 청취해 추진할 것”이라며 “기업의 투명성과 경쟁력은 같이 가야 할 기업 경영의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에 대해서도 “정부는 경제민주화가 대기업 옥죄기나 과도한 규제로 변질되지 않고 본래 취지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기업회장단과의 오찬에서 '30대 그룹 상반기 투자·고용 실적 및 하반기 계획' 발표를 들은뒤 박수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이건희 삼성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구본무 LG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등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소주주 보호와 대주주 견제를 통해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자는 취지로 논의가 시작된 상법 개정안은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를 선출 할 때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때문에 전경련을 비롯한 경제단체는 경영권이 위축될 소지가 있다면서 개정안의 백지화를 촉구하는 입법 저지 투쟁에 나선 상황이다. 또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도 법안의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이 같은 재계와 여당의 입장을 헤아리겠다는 의중으로 해석된다.

다만 일방적으로 재계의 손을 들어준 것은 아니다. 박 대통령은 “지금이야말로 각 기업에서 적극적이고 선도적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국민이 간절히 바라고 있는 일자리 창출은 정부가 아닌 기업의 의지가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업들의 자발적 투자 활성화를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는 기업인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고 제도를 만들어 투자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규제 전반을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바꾸는 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불합리한 규제가 새로 도입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새 정부의 국정철학 중 하나인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기업들의 협조와 이해를 호소했다.

박 대통령은 “각 분야에서 국민들의 아이디어와 상상력, 열정이 사업화로 연결된다면 우리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며 “영국의 밀레니엄 돔이 어린 아이의 그림에서 착안해 설계한 것처럼 우리 국민들 각자가 갖고 있는 창조성과 숨겨진 기술은 아주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정부는 창조경제를 위한 제도적 인프라를 갖추는 데에 노력하고, 신아이디어와 신기술이 있지만 사업자금 설명회를 가질 수 없는 어려운 환경과 또 제도권 밖에 있는 분들에게 폭넓은 기회를 드리고자 창조경제 사이트를 구축해서 그 분들의 창조성을 모두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 사이트는 빠른 시일 내에 오픈할 예정인데 대기업들이 사업 중인 분야별로 적극 참여해 새 아이디어들이 경쟁력 있는 신기술이 되고, 신사업이 돼 세계로 진출할 수 있도록 자문과 멘토 역할을 해주고 필요에 따라서는 벤처기업으로 창업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와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신아이디어와 신기술, 신산업 등 신(新)3 분야의 기업들을 적극 지원하겠다면서 “오늘 이 자리를 통해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창조경제 구현, 동반성장 실현을 위한 의견들을 허심탄회하게 나누고 이것을 통해 함께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오찬에서 ‘30대 그룹 상반기 투자 고용 실적 및 하반기 계획’을 발표한 허창수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하반기 우리 기업들은 정부의 경제 활성화 대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대통령이 직접 세일즈 외교에 나서려는 점과 투자애로 해소 및 창조경제의 본격화 등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허 회장은 이어 “우리 기업들은 연간 투자계획이 이행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30대 그룹의 상반기 고용 실적은 약 8만 명으로 연간계획인 12만7천여 명의 62%가 진행된 상황”이라면서 “우리 기업들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정부의 일자리 창출 노력에 적극 동참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허 회장은 “모처럼 오늘 이 자리를 빌려 우리 기업들이 연간 투자 고용계획이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우리 기업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주고, 기업 활동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경제 활성화에 앞장설 수 있도록 도와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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