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디높은 MLB' 포스트 류현진·추신수 탄생할까
코리안 파워 제2의 중흥기..한국야구 위상 재확인
일본-남미에 비해 제도와 환경 까다로워 '반짝 우려'
올 시즌 메이저리그의 코리안 파워는 '제2의 중흥기'를 맞이하고 있다.
박찬호, 김병현, 서재응, 최희섭 등 1세대 이후 가장 많은 3명의 코리안리거들이 한 시즌에 나란히 빅리그에 올랐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선수로 자리매김한 추신수와 류현진을 비롯해 최근 시카고 컵스에 합류한 임창용 사례는 한국야구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주는 증거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인 선수들에게 메이저리그의 문턱은 높디높다. 메이저리그 선수영입 부분에서 이제는 하나의 보편적인 시장을 형성하다시피한 일본이나 중남미 선수들에 비해 한국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걸출한 능력을 지닌 몇몇 선수들의 특수한 사례에 국한됐다.
추신수, 류현진, 임창용은 각기 다른 케이스로 빅리그의 문을 열었다. 추신수는 유망주로 어린 시절부터 국내 프로를 거치지 않고 미국무대에 직행, 차근차근 마이너리그를 한 단계씩 밟고 빅리거의 꿈을 이뤘다. 원조 메이저리거 박찬호 뒤를 이어 정석 코스를 밟은 셈이다.
임창용은 추신수와 달리 한국과 일본야구를 거쳐 미국무대에 상륙했다.
임창용 이전에 구대성과 이상훈도 이런 코스로 미국무대에 도전했다. 한국 프로선수들의 해외진출이 아직 쉽지 않고 포스팅 시스템도 유명무실하던 시절, 꿈을 품은 프로선수들이 이런 방식으로 미국의 문을 두드렸다. 한국과 일본에 이어 미국 마이너리그를 모두 거치다보니 주로 30대 중반 이상의 노장들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방식이다.
류현진은 한국프로야구 선수로 최초로 포스팅시스템을 거쳐 빅리그에 직행하는 사례를 남겼다. 일본 프로출신들에게는 보편화된 사례지만 한국프로야구에서는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류현진은 엄청난 몸값을 받고 LA다저스에 입단했고 올 시즌 13승을 거두며 메이저리그에서도 인정받는 선발투수로 자리매김했다(류현진 12일 14승 도전, 애리조나전 선발 출격).
한국 최고의 선수라면 미국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믿음을 현지에 심어줬고, 국내 구단들에도 스타선수를 키워 정식 FA가 되기 전에 해외에 진출시키고 이적료를 챙기는 것이 새로운 시장개척의 수익모델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안겼다.
문제는 과연 누가 앞으로 제2의 추신수나 류현진이 될 수 있느냐다. 앞선 세 경우 모두 사실 한국 선수들에게는 특수한 사례에 가깝다.
국내 유망주들이 어린 시절부터 마이너리그를 거쳐 빅리그에 안착한 것은 현재로서는 추신수가 마지막이다. 4~5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유망주들의 미국 조기진출 붐이 일었지만 성공사례는 찾기 힘들다. 최지만, 이학주 등 지금도 미국무대에 진출해있는 한국인 유망주 중 올해도 메이저리그 확장 40인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없었다. 이러다보니 최근에는 차라리 류현진처럼 한국에서 프로에 먼저 데뷔하겠다는 선수들도 늘어나고 있다.
류현진이나 임창용 케이스는 어떨까.
일단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윤석민과 이대호가 있다. 모두 올 시즌이 끝나고 FA 자격을 얻는다. 윤석민은 올 시즌 기록 면에서는 다소 부진하지만 여전히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포스팅시스템에 도전한다면 충분히 주목할 만한 구단들이 있으리라는 평가다. 하지만 류현진과 같은 높은 몸값과 대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이대호는 한국과 일본을 거치며 일급 선수로 검증받았다. 한미일 무대를 모두 체험한 선수들이 투수에 한정됐다면 이대호는 타자로서는 최초로 빅리그에 도전할 수 있는 자질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대호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일본 구단들의 러브콜이 강한 데다 거포 1루수들이 많은 메이저리그 특성상 이대호가 불확실한 빅리그 도전보다는 일본에 잔류할 것이라는 예상도 많다.
국내 무대에서 먼저 프로에 데뷔하는 선수들의 경우, 가장 큰 걸림돌은 FA 취득기간이 너무 길다는 점이다. 물론 최근에는 해외진출 자격 요건을 완화해 선수들이 좀 더 일찍 도전할 수 있는 문이 열렸지만 여전히 류현진이나 윤석민 같은 초특급 선수들을 제외하면 혜택을 누리기가 불가능한 데다 구단 동의를 구해야한다는 전제가 있어 보편화된 케이스가 되기는 까다롭다. 현 제도와 환경에서 포스트 류현진이나 추신수의 탄생이 쉽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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