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복지공약 축소 논란 원점서 짚어봐야

조성완 기자

입력 2013.09.24 11:32  수정 2013.09.24 11:41

"국가 재정상 힘든 일을 무조건 이행할 수는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표적 복지공약인 기초연금이 후퇴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경기 침체와 세수 부족 등 현실론을 들어 일부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와 함께 이번 기회에 복지공약을 되짚어 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진영 장관 사퇴 검토, 공약 후퇴 파문 확산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8대 대선에서 내건 핵심공약 중 하나인 기초연금은 무려 45.1%에 달하는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만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매달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복지부는 오는 26일 기초연금 지금 대상을 소득 하위 70%로 한정하고 지급액도 소득과 국민연금 수령액에 따라 차등지급하는 내용의 기초연금 도입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공약에서 대폭 축소된 것이다.

특히 의료수출 협약 체결 등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 중인 진 장관은 기초연금 대선공약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지는 의미에서 오는 25일 귀국하는 대로 박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진 장관의 사퇴는 사실상 ‘공약 파기’ 선언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새누리당도 기초연금 공약의 수정 불가피성을 사실상 시인했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22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원안대로 가기에는 국가 재정형편상 힘든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공약 후퇴라고 비난하는 분도 있지만 국가 재정상 힘든 일을 무조건 이행하고, 무조건 책임지라고 해서 책임질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사실상 공약 수정 의사를 밝혔다.

재정현실을 고려했다고는 하지만 야당의 반발 강도와 정치적 상황에 따라 공약파기 논란은 더욱 달아오를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표적 복지공약인 기초연금이 후퇴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경기 침체와 세수 부족 등 현실론을 들어 일부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와 함께 이번 기회에 복지공약을 되짚어 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데일리안

진화에 나선 새누리당, 국가 재정상 힘든 일을 무조건 이행할 수는 없다

이에 따라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즉각 진화에 나섰다. 내년 예산부터 전면 시행이 안 되더라도 현 정부 임기 내 단계적 실시 가능성을 내세우며, 이번 사안이 다른 공약 후퇴 논란으로 번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일호 대변인은 23일 PBC 라디오에 출연, “현재 나오는 얘기를 보면 현실의 벽을 인정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공약을 전면 파기한다는 게 아니고 점진적으로 100%로 확대한다는 것도 가능한 해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마도 시기를 조정하고 늦추는 방향으로 가능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유 대변인은 이어 “다른 분야 공약도 못 지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는데 못 지키는 것이 나온다고 해서 다른 것도 못 지킨다는 것은 절대 그렇지 않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당 지도부에서는 국가 재정 상황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방만한 퍼주기’는 불가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실을 고려해 공약 실현 여부를 치밀하게 검토해야 된다는 것이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지속가능한 복지가 되려면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는 식의 방만한 퍼주기식으로 설계되서는 절대 안 된다”면서 “우리 세대 좋자고 후세에게 막대한 빚더미를 넘겨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심 최고위원은 특히 “공약을 지키지 못하는 안타까움은 크지만 공약한 그대로 지키려면 증세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막대한 재정소요 현실과 국가 재정 형편을 국민에게 있는 그대로 소상히 알리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며 “약속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방만한 나라살림으로 국가 자체가 위기에 빠진 스페인이나 그리스처럼 되지 않도록 재정을 치밀하고 알뜰하게 운용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감안할 때 일찌감치 털고 가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차라리 지금 공약 논란이 불거지는 게 오히려 다행”이라며 “내년 지방선거에서 불거졌다면 악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 털고 가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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