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버틴 '민주당 24시' "언제까지?" 속앓이
당지도부 "국감종료까지 주중 열공투쟁 주말 대국민 홍보 투쟁"
일사불란했던 의원 및 보좌관들 "휴가반납에 이젠 체력적 한계"
민주당이 ‘24시간 국회 비상본부’를 시작한지 8일로 9일차가 된 가운데 “당초 예상보다 대체적으로 잘 뭉치고 있다”는 내부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24시’라는 물리적 시간만이 잘 지켜질 뿐 24시를 통해 얻고자 했던 국가정보원(국정원) 개혁 등 ‘열매’를 획득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127명 의원들과 보좌진들은 지난달 30일부터 아침회의, 의원총회, 국정감사 준비 등 당 주요일정을 국회에서 숙식을 하며 챙겼다.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달 24일 서울광장 천막당사에서 열린 ‘민주·민생 살리기 출정결의대회’에서 “국감 종료 시까지 24시간 주중 열공투쟁·주말 대국민 홍보투쟁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이에 맞춰 민주당 구성원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각 의원실은 지도부 지시에 맞춰 간이침대와 침낭, 먹을거리에다 전자레인지를 구비하는 등 합숙에 준비했다. 그렇다면 8일 현재 각 의원실 분위기는 어떨까. 이들은 “다들 불만을 많지만, 열심히 하는 모습에 놀란다”면서도 “대체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며 ‘체력적 한계’가 오고 있음을 전했다.
이렇게 되면 언제라도 ‘24시 대열 이탈’이 이상하지 않게 된다. 더군다나 한 곳이 무너지면 도미노가 되기 십상이니 이탈을 막을 명확한 기강이 있어야 하는데 이 역할을 할 ‘24시 프로그램’도 고정적으로 정리된 것은 없는 상황이다.
당초 분임토의 및 의원들과 보좌진들이 각 의원실에서 1박을 한 뒤 다음날 다함께 조찬모임을 가지는 행사가 화제가 됐지만, 그때뿐이었다. 분임토의는 지난달 30일 각 상임위 간사를 중심으로 시간과 장소 등을 정해 추진됐고, 조찬모임은 지난 1일 국회의원회관 직원식당에서 열렸는데 참석 의원만 약 110명이었다. 하지만 두 프로그램은 모두 단발(單發)로 끝났다.
상임위 간사를 맡고 있는 한 의원실 측은 8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하루만 모임을 가졌다”고 말했다. ‘24시’ 본부장을 맡고 있는 전병헌 원내대표 측도 “분임토의는 웬만한 쟁점이 다 잡혔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필요하면 또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조찬모임’은 한 번으로 끝난 것이라고 전했다.
여름휴가 반납한데다 천막투쟁·국감준비·24시간 투쟁까지…
아울러 또 다른 핵심 프로그램인 심야의총은 지난 2일 오후 8시, 4일 오후 8시 30분으로 지금까지 두 번 열렸다.
첫날이었던 2일 의총 당시 8시 30분까지 68명의 의원들이 참석해 꽤 높은 출석률을 자랑했지만 정각을 지킨 의원들은 손에 꼽혔다. 모두 밝은 얼굴이긴 했지만, 피곤함을 숨길 순 없었다. 이날 사회를 맡았던 진성준 의원은 “피곤해서 눈가에 물집이 잡혔다”는 우스개를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각 상임위에 상관없이 우편향 역사교과서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체력적 한계와 정신적 피로감이 겹치면서 당 내부에선 ‘24시’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반문하는 목소리가 느는 추세다.
앞서 원외에서 원내로 들어올 때 과감하게 천막을 접고, 원외에서 쏟은 체력을 보충한 뒤 국감 등을 통해 정부·여당을 압박했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최근 기자와 만난 한 4선 의원 한 보좌관은 “솔직히 말을 안해서 그렇지 힘들다”면서 “여름휴가도 못갔고, 광장에서 천막투쟁을 한데다 국감 준비에 24시간 투쟁까지 사실 말이 되는 얘기냐”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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