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4대강 사업 관련 얘기때마다 다른 내용 뭘 믿으라고...
감사원이 지난 15일 국정감사에서 4대강 사업 감사 결과와 관련, 여당 의원들의 호된 질타를 받았다. 세 차례에 걸친 감사 결과가 모두 상이한 점, 정권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 점, 사실관계를 파악해야 할 감사원이 증언과 정황에 의지해 주관적인 결론을 도출한 점, 이들 모두 이날 국감에서 비판 대상이 됐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2011년 1월 27일 4대강 사업에 대한 1차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특별한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시 감사원은 하천시설물 규모, 치수안정성, 입찰공고 등에서 나타난 일부 문제점과 5000여억원의 예산이 낭비된 점을 지적했지만 전반적으론 사업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예비타당성조사, 환경영향평가, 문화재조사 등 법적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감사원은 감사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진행됐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후 감사원은 이명박 정부의 정권 이임기인 지난 1월 17일 2차 감사 결과 발표를 통해 부실한 설계지침에 따른 보의 균열 등 구조물의 안정성 문제와 수질악화 우려 등을 지적했다. 각 언론매체는 감사원의 2차 감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4대강 사업 공사를 ‘총체적 부실’로 표현해 보도했다.
사실 보의 안전성 문제와 수질악화 우려 등은 1차 감사가 진행될 때부터 꾸준히 진행돼왔던 사안이다.
감사원의 말 바꾸기는 3차 감사에서 극에 달한다. 감사원은 지난 7월 10일 4대강 사업은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설계했고, 이로 인해 사실상 건설사들의 담합을 방조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론의 근거는 당시 국토교통부와 청와대 간 주고받았던 내부문건과 사업 실무를 맡았던 청와대 행정관들의 증언이다.
감찰기관인 감사원이 4대강 사업 관계자들을 상대로 수사하고, 이 과정에서 파악된 정황을 토대로 사실상 전 정부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것이다.
문제는 세 차례에 걸친 감사에서 결론은 달라졌지만, 감사원의 태도와 입장은 한결같다는 점이다. 지난 1·2차 감사 때 감사원은 감사 결과의 객관성을 강조했다. 3차 감사 때도 감사원은 투명하게, 객관적으로 감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15일 국감서도 감사원은 3차 감사 결과에 확신을 갖고 의원 질의에 응했다.
처음엔 모든 방패를 뚫는 창을 판다고 하다가 나중엔 모든 창을 막는 방패를 파는 꼴이다. 서로 모순되는 세 가지 결론을 내놓고, 자신들은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4대강이 대운하가 맞단 말인가, 아니란 말인가. 감사원의 발표를 믿었든, 믿지 않았든 보는 입장에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여당 의원들은 감사원이 정권의 구미에 따라 감사 결과를 뒤집는다고 비판했다. 감사원장을 비롯한 감사위원들의 임기 보장을 위해,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정권의 눈치를 본다는 것이다. 2년 6개월 동안 두 차례나 뒤집힌 감사 결과, 양건 전 감사원장의 사퇴를 보면 여당의 이 같은 주장이 이해된다.
감사원 측은 “3차 감사 때 나온 자료들이 2차 감사 땐 발견되지 않았다”고 받아쳤다. 이 논리대로라면 다음 감사에서 새로운 자료들이 발견됐을 때 감사 결과는 또 다시 뒤집힐 수 있다. 그때 가서 감사원은 또 뭐라고 해명할 것인지 묻고 싶다. 그때도 “3차 감사에선 이 자료가 없었다”고 말할 것인지 말이다.
감사 대상의 문제다. 감사원은 국회의 요청 등에 의해 3차 감사에 착수했다고 밝혔지만, 야권의 요구사항은 1차 때나 3차 때나 별반 다르지 않다. 감사원이 재량으로 감사 대상을 점차 확대한 것이다. 1차 감사 때는 4대강 사업과 대운하 간 연관성을 감사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이를 입증할 근거가 나올 리 없다.
결국 어떤 결론이 나오느냐는 무엇을 감사하느냐에 달렸다. 감사원이 입증한 사실이 진실이라 해도 지금까지 이어온 상황만 보자면 감사원은 정권에 따라 감사 대상을 고르고, 이를 통해 결과를 조작했다. 감사원장 교체로 상황을 설명하려 해도 2·3차 감사에선 같은 원장 아래 전혀 다른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원의 가치판단도 문제다. 감사원은 국가 세입·세출의 결산검사와 국가·지방자치단체·정부투자기관, 기타 법으로 정한 단체에 대해 회계검사, 직무감찰을 실시하는 감사기관이다. 이를 통해 위법사실이나 직무 불이행을 발견할 경우 사법기관에 고발하거나 해당 부처나 기관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감사원은 3차 감사에서 사실이 아닌 정황을 토대로 가치판단을 했다. 심사 결과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전직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도의적 책임을 지웠다. 본래 역할과 기능을 뛰어넘어 전직 대통령에게 도덕적 판결을 내린 것이다. 여당 의원들은 이를 명백한 ‘월권’이라 지적했다.
더불어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국감에서 18대 국회 때부터 이어진 감사원의 행태를 비판했다.
박 의원은 “문화재지표조사, 예비타당성조사에 대해 수십 번을 질문했다. 그 때마다 감사원은 하고 있다고만 답변했다”면서 “이걸 보면 예방감사를 안 한 감사원은 정권의 입맛에 따라 방조한 책임이 있다. 양건 전 감사원장은 자리를 보존하려 새 정권 구미에 맡는 감사를 바쳤지만 토사구팽 당했다”고 꼬집었다.
한편, 국감장에서 본 감사원은 시종일관 당당했다. 공사구간의 수심, 준설장 면적 등 나름대로 객관적인 근거를 내세워 질의에 답변한 것까진 좋았다. 그러나 그렇게 떳떳한 모습이 당연한 건지는 모르겠다. 감사 결과가 진실이라면 왜 이전엔 이처럼 떳떳하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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