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외투법' 강조만 벌써 네 차례, 왜?
줄푸세 핵심이자 새 정부 경제구상 첫단추 인식
"국회 통과 안되면 2조원 투자 무산" 발 동동
“한국의 경우 외국인투자촉진법을 통과시키려고 하는데, 국회에서 막혔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막혔다. 규제 완화도 그렇고, 이런 부분들에 있어 정치권이 한 마음이 돼 모든 목적을 경제성장과 활성화에 두고 같이 힘을 모아서 빨리빨리 역할을 해줘야 하는 게 아주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외국인투자촉진법 일부개정 법률안(이하 외투법)’ 국회 처리가 지연되는 데 대해 또 다시 아쉬움을 내비쳤다. 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를 접견한 자리에서 서머스 교수가 정치적 갈등으로 행정부와 의회가 협력하지 못하는 상황을 지적하자 이 같이 답했다.
새 정부 들어 박 대통령은 경제 활성화 정책의 핵심으로 네거티브 방식으로의 규제 전환, 손톱 밑 가시 뽑기,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내세웠지만 출범 7개월째 야권의 반발에 발목잡힌 상황이다.
박 대통령의 경제정책 기조를 함축적으로 포함하고 있는 외투법의 경우도 지난 3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뒤로 상임위원회 계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외투법은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은 세운다)’의 핵심으로, 새 정부 경제구상의 첫 단추로 볼 수 있다.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국내 계열사의 주식을 소유할 수 없다는 공정거래법상 규제로 투자가 제한되는 국내 기업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투자 활성화로 세입을 늘려 ‘증세 없는 복지’, ‘증세 없는 재정 확충’을 실현한다는 게 새 정부가 외투법 입법을 추진하는 목표이기 때문이다.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외투법이 통과될 경우 연 2조3000억원 규모의 투자가 유치되고, 1만5000여 개의 직·간접적 고용이 이뤄질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관련,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투자자들에게 대한민국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인식을 각인시키기 위해서라도 해당 법안의 처리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외투법이 가지는 의미를 강조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모토로 ‘세일즈 외교’에 집중해왔다.
박 대통령은 국회에서 외투법 처리가 무산되고 1개월 뒤인 지난 4월 외국인 투자기업 간담회에서 “우리 정부는 투자환경을 개선하는 데 계속 노력해 왔고, 그 결과 월드뱅크 비즈니스 환경지수에서 세계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더욱 외국인 투자기업이 활동하기 좋은 여건을 조성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 5월 미국을 시작으로 이달 동남아시아까지 이어진 해외 순방에서 박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현지 기업인들을 만나 우리 정부의 국정철학인 창조경제를 설명하고, 투자를 유치하는 데에 힘썼다. 창조경제 구현과 외국인투자자의 유치,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외투법이다.
하지만 외투법은 이후 두 차례의 추가 발의에도 불구하고 소관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위에 계류 중이다. 외투법이 일부 대기업에 편중된 특혜라는 이유로 야권이 법안 상정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박 대통령은 두 차례 공식석상에서 국회에 외투법 처리를 촉구하고, 서머스 교수와 만난 자리에선 외투법 처리 무산에 따른 답답함을 토로한 것이다.
박 대통령의 입장에서 외투법은 투자·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안임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이견을 이유로 처리를 지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모습이 박 대통령의 시각에선 내년 지방선거 구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원내 주도권을 얻기 위한 여야의 정쟁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실제 박 대통령은 지난 8월 20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국회에 계류된 외국인투자촉진법 같이 주요한 관련 법안들은 경제 활성화와 세수 확보에도 중요한 사항들”이라면서 “이러한 것은 정부의 노력뿐 아니라 정치권과 국민 모두가 적극적으로 도와줄 때에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6일 국무회의에서도 박 대통령은 “지금 외투법과 부동산 관련 법안 등 경제 활성화를 위한 법안들이 국회에 산적해 있다”며 “외투법이 지난번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아서 오랫동안 기다려온 2조원 이상의 외국인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고, 따라서 일자리 창출 기회도 물거품이 돼 안타까웠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이번에도 이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다른 곳으로 갈 위기에 처해있는데, 이런 일련의 법안들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다면 경제를 살리는 데에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며 “부디 여야가 서로 협력해서 민생법안들이 빨리 통과되도록 협조해주길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회의에 열흘 앞서 박 대통령은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3자회담을 가졌으나 외투법을 포함한 경제·민생법안과 관련해 어떤 합의도 이끌어내지 못한 상황이었다.
한편, 주무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외투법을 둘러싼 야당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키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발의된 수정안만 통과돼도 정부의 계획에는 큰 차질이 없을 거란 설명이다. 다만 조원동 경제수석은 “법안을 내놓은 취지가 모두 담기는 수준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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