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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결투 "전쟁서 낙하산 없으면" vs "거물 낙하산"


입력 2013.10.21 10:53 수정 2013.10.22 11:44        화성 = 데일리안 조소영 기자 / 이슬기 기자

<10월 재보궐 현장을 가다>'낙하산' 논란 지속

"전통 여당 텃밭 무조건 1번" vs "젊은층은..."

10.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본격 선거운동이 시작된 17일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 동화리 거리에서 서청원 새누리당, 오일룡 민주당, 홍성규 진보당 후보의 선거벽보가 붙여져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승리의 여신은 누구에게 미소 지을까.

10.30 경기 화성갑 보궐선거가 10일 앞으로 다가온 20일, 화성 민심은 안개 속에 묻혀있는 듯했다. 서울의 약 1.2배에 달하는 도·농복합도시인 화성은 지역·세대별로 지지후보가 극명하게 갈렸다. 송산·서신면과 같은 농촌·고령층 지역은 서청원 새누리당 후보, 봉담·향남읍과 같은 도시지역이자 젊은 층이 분포하는 곳은 오일용 민주당 후보가 강세를 보였다.

향남읍 발안시장에서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40대 남성은 이런 현실을 고스란히 전했다. 그는 “기존 분들은 새누리당을 많이 지지하고, 신도시가 늘어나는 쪽은 30~40대로 민주당 측이 많다”며 “인물위주가 아닌 당이 어딘지를 보고 표가 가는 것 같다. 세 결집이 진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각 후보의 지지세(勢)가 명확하기 때문에 어느 후보가 타 후보의 세를 조금이라도 파고들 수 있느냐가 선거의 관건이 된 셈이다. 더군다나 화성은 외지인이 많아 여론을 모으기도 쉽지 않다. 두 후보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입소문 전략’을 택하는 분위기다. 타 지역에 소홀함을 보이지 않으면서도 봉담·향남읍과 같은 인구밀집지역에 특히 공을 들이는 것이다.

'지역발전론' 서청원 "전쟁서 낙하산 부대 없다면?"

이날 두 후보는 이중 한곳인 향남읍의 발안시장에서 맞붙었다.

먼저 오후 1시 모습을 드러낸 서 후보 측은 굳건한 세를 과시했다. 코미디언 최병서 씨와 가수 이자연 씨 등 새누리당의 연예인 지원군단인 ‘누리스타’를 앞세운 서 후보의 유세현장은 지지자와 구경꾼이 뒤섞여 북적였다. 서 후보를 구경하던 70대 남성은 “민심동향이 어떤가”라는 질문에 “나이 먹은 사람들은 1번이 많다”면서 서 후보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한 50대 남성 또한 대화에 껴들어 “1번이지, 뭐”라고 외쳤다. 경기 평택에 살고 있지만, 발안시장에서 머리핀 등을 5~6년째 팔아왔다는 60대 남성은 “여기는 전통적 여당 텃밭”이라며 “젊은 사람들은 몰라도 2번은 안 된다”고 말했다. 50대 여성 행인도 “가난한 사람들이 살려면 뽑을 사람이 하나밖에 더 있겠느냐”며 ‘지역발전론’을 내세운 서 후보를 지지했다.

수원에 거주하고 있다는 50대 택시기사도 우회적으로 서 후보의 손을 들었다. 그는 “서 후보가 친박(친박근혜) 인사인 만큼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공약 등이 파기돼 서 후보의 행보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고 하자 “그것 때문에 박 대통령 욕하는 사람은 못봤다”고 했다. 50대 이상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서 후보 또한 이에 화답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민주당 측의 ‘박 대통령의 낙하산 인사’라는 공격과 관련, “나를 보고 낙하산을 타고 왔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치자”면서 “그런데 전쟁에서 낙하산 부대가 없으면 되겠는가”라고 맞받아쳤다. 그는 오후 2시에는 한국폴리텍대학 화성캠퍼스에서 지역 중소기업인 등과 타운홀미팅을 갖고 ‘지역발전론 행보’를 했다.

앞서 들른 서 후보의 봉담읍 사무실은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한 관계자는 “당선되고 나면 (7선이 되기 때문에) 당 대표 또는 국회의장이 될 것으로 보고 사람이 엄청나게 몰려오는 경향이 있다”며 “지역뿐만 아니라 여러 곳에서 사무실을 찾아온다”고 말했다. 서 후보 측은 이 지역 의원이었던 고(故) 고희선·김회선 전 의원의 조직도 흡수한 상태다.

10.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본격 선거운동이 시작된 17일 경기 화성갑 지역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는 서청원 새누리당 후보가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 사강리 사강시장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10.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본격 선거운동이 시작된 17일 경기 화성갑 지역에 출마한 오일룡 민주당 후보가 봉담읍 동화리 거리에서 한 노점 할머니의 어깨를 주무르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추격' 오일용 "나는 내가 꼭 될 것 같다"

반면 오 후보의 추격도 만만찮다. 오 후보 측 관계자는 “초반 열세를 딛고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는 중”이라며 “새누리당은 이미 정점을 찍었고 이제 하락하지만, 우리는 어떤 계기만 있다면 턱밑까지 추격할 수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최근 오 후보가 서 후보를 바짝 따라잡았다는 보도가 나온데 대한 자신감이었다.

봉담에 위치한 슈퍼마켓에서 일하는 40대 남성 직원은 이에 힘을 실었다. 그는 “화성은 원래 여당인데 분위기가 바뀔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든다”며 “새누리당에서 너무 ‘거물급 낙하산’으로 내려오다 보니 오히려 마음이 더 가지 않는 것 같다. 그냥 의원이나 한 번 더 해먹겠지 싶고, 다른 사람들도 민주당이 따라붙을 수 있겠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봉담 근처 아파트에 거주하는 50대 후반 남성은 “봉담·향남은 다 민주당”이라며 “지난번보다는 민주당 쪽에 상황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발안시장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는 이어졌다. 발안시장 입구에서 3~4년간 잡화를 팔고 있다는 60대 여성 상인은 “박 대통령이 공약을 바꾸지 않았나”라며 “나는 민주당을 지지하고, 주변 사람들도 그런 듯싶다”고 말했다.

오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오후 2시 발안시장에 손학규 상임고문 등이 출연했을 땐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서 후보가 타운홀미팅을 하던 시각이다.

차를 타고 지나가던 지지자가 손 고문을 보며 “파이팅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넸고, 손 고문은 “고맙습니다”라고 받았다. 주변에선 박수와 함성이 나왔다. 손 고문은 기세를 이어 박 대통령을 향해 “잘나갈 때 조심하라”는 취지로 경고했다. 앞서 오 후보는 기자와 만나 “희망을 보고 있다”며 “나는 내가 꼭 될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 후보 측에선 오 후보의 추격이 특별하지 않단 입장이다.

서 후보 측 관계자는 “유·무선 여론조사였기 때문에 (무선에서 상대적으로 오 후보를 지지하는) 젊은 층 입장이 들어가니 어느 정도 추격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며 “우린 급할 게 하나도 없으며, 후보 간 격차는 엄청나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일보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서 후보는 53.4%, 오 후보는 29.0%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두 후보는 정책을 두고도 맞붙고 있다. 서 후보는 ‘교통·교육·지역경제 활성화’라는 기치 아래 신분당선 연장과 명문고등학교를 육성하는 교육특구 확립, 유니버설스튜디오 추진 등을 내세우고 있다. 오 후보 역시 ‘교통·교육·의료시설 확충’을 주요공약으로 내놨다.

서 후보 측은 “공약이 비슷하기 때문에 결국 누가 실현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정치 거물’로서의 힘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반면 오 후보 측은 “경기도지사 등 주요직에 새누리당 인사가 많은데도 이번에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며 “서 후보가 실천 의지 없이 공약만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가시' 홍성규, 노조지지 받지만...

선거운동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양측은 각자 특별한 선거유세 방법도 내놓고 있다. 우선 서 후보는 가수 설운도·이자연 씨 등이 각자의 인기곡 ‘사랑의 트위스트’와 ‘찰랑찰랑’을 개사해 직접 부른 곡을 로고송으로 사용하며 눈길을 끌었다.

오 후보는 선거운동 개시일부터 지난 19일까지 유세가 끝나는 지역에서 텐트를 치고 새우잠을 잤다. 오 후보 측 관계자는 “오전 1시 30분 기아차공장 퇴근조가 있어 그때까지 있곤 했다”며 “주민 속에서 함께 소통한단 걸 보여드리려 했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이후 민주당이 선거 때마다 선보였던 ‘72시간 철야체제’도 가동할 예정이다.

한편, 홍성규 통합진보당 후보도 선거유세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이날 홍 후보 측은 발안시장 입구에 30여명 이상의 보라색 옷을 맞춰 입은 선거운동원을 내세워 춤과 노래로 주변의 흥을 돋웠다. 홍 후보는 봉담읍에 사무실을 낸 서·오 후보와 달리 또 다른 젊은 층 밀집지역인 향남읍에 사무실을 냈다. 홍 후보는 통진당이 노동운동에 힘쓰고 있는 만큼 기아차공장 노조의 지지를 받고 있단 말이 나온다.

발안시장 내 빵집에서 일하는 20대 여성은 “아버지가 기아차노조원으로 내가 3번을 찍었으면 하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 후보 측 관계자도 “기아차공장이나 산업체들이 꽤 있어 무시할 수 없는 후보다. 지금 한 표가 아쉬운 상황 아니냐. 솔직히 가시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서 통진당에 거세게 일었던 ‘종북 논란’까지 잠재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홍 후보 측이 선거운동을 하고 간 자리에선 “빨갱이”라는 원색적인 단어가 공공연하게 떠돌았다.

조소영 기자 (cho1175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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