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검찰 스스로 검찰독립과 개혁 이뤄내야
특별검사제도 열어놓고 검사동일체 유연하길
국정감사를 통해 본 오늘날 검찰의 자화상은 한마디로 ‘검란(劍亂)’이다. 검찰 독립과 민주화의 역사를 돌이켜 보건대 사법파동 격변기 때마다 ‘검란’이라고 부를만한 파동들이 있긴 하였지만 지금은 심상치가 않다.
현재 검찰 독립성 위기는 정치권ㆍ법무부ㆍ검찰청 안팎으로 동시에 조여오고 있다는 점에서 3중고를 겪고 있다. 외부에서는 여야 정치권에 얽혀있고, 법무부와 검찰청의 관계는 딴 살림하는 것 같으며, 검찰 내부는 갈등과 대립의 균열로 얼룩져있다. 2013년 한국 검찰의 갈 길에 대하여 평검사들은 어떤 생각과 각오를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한국 검찰의 얽히고 섥힌 실타래를 누가 풀여야 하는가.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검찰독립은 검찰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얼마 전 홍준표 경남지사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두둔하는 검사들을 향하여 “검사는 국민의 호위무사여야 하는데...” 라며 책망한 적이 있었다. 검사들의 반응은 뜨거웠지만 엇갈렸다. 검찰독립을 지키려는 검찰총장을 지키는 것은 검찰독립을 원하는 국민의 호위무사라고 항변하기도 하고, 정반대로 채동욱 전 총장의 처신에 실망한 검사들도 있었다. 검찰독립의 길, 검찰 스스로도 많은 논쟁이 불가피할 것이다. 그리스 신화의 아리아드네의 실타래처럼 풀어가는 단서를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그 판단은 검사들의 몫이라고 본다.
채동욱 검찰총장 파동의 깔끔한 마무리는 어렵다고 예견한 바 있다. 채동욱 전 총장의 혼외아들 공방의 한가운데에 검찰권의 독립성 문제가 자리 잡고 있기에 정치적으로도 복잡해진 것이다.
작년 대통령 후보들은 대립적 정책대결보다 공통된 공약사항을 비슷하게 주장한 사례가 유독 많았는데 검찰개혁 또한 여야간의 차별성이 거의 없었던 분야였다. 이명박 정부시절 검찰이 정치권력의 정치적 도구로 지나치게 이용된 것에 대한 반사적 공약인 셈이었다.
이는 박근혜정부가 출범하면서 곧바로 국회 사법개혁특위가 여야 합의로 발족되기에 이르지만, 아무 성과 없이 특위의 활동시한이 9월 말 마감되어 버렸다.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 후퇴 사과와 함께 정치권의 대선 공약 파기 목록에 검찰개혁 공약이 추가된 셈이다.
채동욱 검찰총장 파동은 한국 검찰에 더 이상의 퇴로가 없음을 경고했다. 징계 시효도 지났고 감찰 대상 여부도 불분명한 의혹에 감찰지시와 사퇴를 강요하며, 청와대에 사표수리까지 건의하는 법무부 장관에게서 검찰독립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였다.
검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논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에 검찰총장의 임기제와 인사청문회를 도입하고, 한때 검찰총장은 퇴임 후 2년간 정당원 등록을 제한받기도 하였다.
검찰 기소독점주의와 정실에 따른 일방적인 불기소 처벌을 예방하기 위하여 재정신청의 대상을 넓혔으며, 검찰개혁과 부패방지의 차원에서 ‘특별검사제’ 상설화와 ‘특별감찰관’ 신설 등의 제도방안 제시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력의 끝없는 검찰통제 유혹과 검찰총장의 임기제마저 무너져 버린 상황에서 외부로부터의 어떠한 개혁방안도 백약이 무효라고 본다.
정치권과 언론의 간섭과 질책으로부터 자유롭고 의연하게 검찰 스스로 자기결단을 내려야 한다. 개혁의 주체가 개혁을 못하면 개혁의 대상이 되듯이, 사정기관이 제대로 사정을 못하면 개혁과 사정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마는 법이다.
정권 초기 검찰이 개혁과 사정의 주체에서 밀려나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2002년 당시 이회창․노무현 대통령 후보들의 대선불법자금에 대한 대검의 수사는 한국의 국가체제를 새롭게 할, ‘정당과 기업 간의 마피아적 거래구조’를 제거했다는 평가를 받은 적이 있다. 당시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은 국민적 스타급으로 부상하여 검찰출신 대법관으로 임명되었고 작년에는 새누리당의 정치쇄신위원장으로 영입되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국가부패 척결 수치와 경제발전 국가순위가 대체로 일치한다는 점에서 검찰의 엄정한 법집행은 선진국가의 필수조건이라고 본다. OECD 가입국 중 일본과 이탈리아의 검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성은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되고 있는데, 1990년대 이탈리아식 검찰의 부패척결수사인 마니폴리테(Mani Pulite ; 깨끗한 손)에 의하여 이탈리아 정치가 뿌리채 썩는 것을 막았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한민국이 선진가도에서 계속 전진하기 위해서, 한국 검찰이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한국검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은 꼭 지켜져야 한다. 우선적으로 검찰독립과 개혁을 위하여 검찰 ‘스스로’ 시작할 수 있는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특별검사제도에 대한 검찰의 열린 마음과 대안제시를 촉구한다. 현재 미국은 법무부 장관의 권한과 책임으로 특별검사를 임명할 수 있는 법무부 내규상의 특별검사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도 검찰 스스로 자기 책임 하에 독립된 특별검사를 수시로 둘 수 있는 제도를 내규상 명백히 할 것을 요청한다. 이것만이 특별검사제도에 대한 한국 국민과 정치권의 막연한 기대를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검찰 스스로 전문성과 독립성 및 책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둘째, 검사동일체 원칙에 따른 상명하복체제에 대한 비판에 효과 있는 대응자세를 보이기를 당부한다. 법무부 내규에 부당한 명령에 대한 항변권이 있다고 하지만 이를 상명하복체제의 근본적 개선책으로 받아들이기는 미흡하다. 검찰조직과 기능에 있어서 상명하복체제의 효율성은 매우 중요하고 기본적인 사항이지만, 검찰의 진정한 독립은 검사 개개인의 독립과 자율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명심하여야 한다. 이에 합격 기수별 집단 인사관행과 요직개념부터 고쳐야 한다. 비교 의미는 약하지만은 교수사회가 비교적 외부영향으로부터 자유롭고 자율적인 것은 교수 임명 연도별 계층 집단화 현상이 없고 요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셋째, 검찰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경찰의 수사권 독립에 긍정적으로 임하길 당부한다. 민생치안 사범의 경우 경찰수사권 독립을 확대하되 공안사범, 정치권력비리, 경제 및 강력사범 등에 검찰의 수사능력을 집중하는 수사권 독점의 효율적 배분이 요망된다. 이는 검찰조직의 효율성과 검찰기능의 권위확보에 역설적 기여를 할 것이다. 움켜쥐고 있는 손에 잡혀있는 것은 한움큼에 불과하다. 검찰이 수사-기소-재판이라는 사법시스템 선진화의 중심이 되길 당부한다.
요컨대, 한국 검찰의 무너진 직업적 자부심은 검찰 스스로 검찰독립을 지키는데서 보상받기를 바란다.
글/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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