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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쟁엔 침묵 인선은 완료' 박 대통령의 '마이웨이'


입력 2013.10.28 17:50 수정 2013.10.28 17:55        김지영 기자

특수통 검찰총장 배치 공정 수사 의지 보여 야권 의도 차단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총장 인선을 시작으로 ‘마이웨이’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앞서 박 대통령은 공석이던 신임 검찰총장과 감사원장직 인사를 단행했다. 전열 재정비를 통해 국가정보원 수사 과정에서 촉발된 검찰 내분사태를 수습하고, 공정한 수사 의지를 내비쳐 야당의 공세를 차단하겠다는 성격이 강하다.

다만 박 대통령은 검찰총장 인사와 별개로 국정원 사태에 대해선 언급을 삼가면서 정쟁과 선을 긋고 있다. 야권의 공세에 일일이 대응하는 대신 특수통 검사 출신을 검찰총장에 내정함으로써 공정한 수사 의지를 내비치고, 의혹에 당당하게 대처함으로써 야권의 의도에 더 이상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특히 정홍원 국무총리는 28일 ‘현안에 대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이 같은 박 대통령과 정부의 의중을 대신 전했다. 이날 담화문과 관련, 박 대통령과 정 총리 간 사전조율이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박 대통령의 입장을 어느 정도는 내포하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정 총리는 “정부는 국정원 댓글을 포함한 일련의 의혹에 대해 실체와 원인을 정확히 밝힐 것”이라며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고, 검찰수사와 함께 국정조사를 통해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서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이어 “정부는 사법부의 판단과 조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 책임을 물을 것이 있다면 결코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재판과 수사가 진행 중인 이 문제로 더 이상의 혼란이 계속된다면 결코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렇게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 관여하지 않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모든 의혹을 해결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셈이다.

청와대 역시 국정원 사태와 관련, ‘무(無)대응’도 ‘대응’이라는 기조 하에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국정원 사태에 대한 박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던 지난 23일에도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청와대가 27일 검찰총장 인선을 발표하면서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언급한 것도 이 같은 기조의 연장선상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박 대통령의 대응이 아쉽다는 지적도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3자회담에서 야당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이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며 “정 총리의 발표 내용을 보면 당연히 해야 하는 말이지만, 굳이 하려면 박 대통령이 직접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문화융성의 우리 맛 우리멋 '아리랑'공연에서 가수 김장훈과 함께 아리랑을 부르고 있다.ⓒ연합뉴스

'특수통' 검찰총장, '공정수사' 기대 속 지역편중 우려도

한편, 박 대통령은 지난 27일 신임 검찰총장에 김진태 전 대검 차장을 내정했다.

김 내정자는 대표적인 ‘특수통’ 출신이다. 2001년 대검 범죄정보담당관, 2002년 중수부 제2과장, 2003년 서울중앙지검 형사 제8부 부장검사 등을 역임한 김 내정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 등 굵직한 권력형 비리 사건들을 다수 처리한 경험이 있다. 또 차장검사 시절엔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맡기도 했다.

앞서 혼외자식 의혹으로 사퇴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 국정원 직원 기소 과정에서 항명 논란을 일으킨 윤석열 수원지검 여주지청장도 특수부, 혹은 중수부를 거친 특수통 검사 출신이다.

반면 임명 과정에서 야권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정홍원 국무총리,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황교안 법무부 장관 등은 모두 ‘공안통’ 검사 출신이다. 윤 지청장을 대신해 국정원 수사팀장을 맡은 이정회 수원지검 형사1부장도 공안통으로, 수사팀장 교체 소식에 민주당은 ‘수사 방해 팀장’을 앉혔다며 반발했다.

이 같은 상황으로 미루어 이번 검찰총장 인선은 검찰 수뇌무의 균형을 맞춤으로써 검찰 수사의 중립성을 보장하고, 공안검사 출신 인사들의 요직 중용으로 증폭된 야권의 우려를 불식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측은 김 내정자가 흐트러진 검찰 조직을 추스르고, 국민 여망에 맞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야당의 의식하지 않는 박 대통령의 ‘마이웨이’ 행보가 오히려 사태를 악화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선 김 내정자가 PK(부산·경남) 출신 인사이고, 김 비서실장과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국정원 수사의 중립성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김 내정자의 출신 지역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28일 ‘데일리안’과 전화통화에서 “채 전 총장은 선친의 묘가 호남에 있다는 이유로 호남 출신이라고 공격을 받았다”며 “이젠 대통령 비서실장부터 감사원장, 검찰총장까지 영남 출신이다. 지역적 편중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검찰총장엔 호남 출신 인사를 내정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이어 “일반적으로 특수통은 호남 출신이 많고, 공안통엔 영남 출신이 많다. 그런데 김 내정자는 특수통이지만 영남 출신이다. 지금처럼 어수선할 땐 인사를 통해 대통합의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데, 탕평이라든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아 다소 아쉬운 인사”라고 덧붙였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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