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통 검찰총장 배치 공정 수사 의지 보여 야권 의도 차단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총장 인선을 시작으로 ‘마이웨이’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앞서 박 대통령은 공석이던 신임 검찰총장과 감사원장직 인사를 단행했다. 전열 재정비를 통해 국가정보원 수사 과정에서 촉발된 검찰 내분사태를 수습하고, 공정한 수사 의지를 내비쳐 야당의 공세를 차단하겠다는 성격이 강하다.
다만 박 대통령은 검찰총장 인사와 별개로 국정원 사태에 대해선 언급을 삼가면서 정쟁과 선을 긋고 있다. 야권의 공세에 일일이 대응하는 대신 특수통 검사 출신을 검찰총장에 내정함으로써 공정한 수사 의지를 내비치고, 의혹에 당당하게 대처함으로써 야권의 의도에 더 이상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특히 정홍원 국무총리는 28일 ‘현안에 대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이 같은 박 대통령과 정부의 의중을 대신 전했다. 이날 담화문과 관련, 박 대통령과 정 총리 간 사전조율이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박 대통령의 입장을 어느 정도는 내포하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정 총리는 “정부는 국정원 댓글을 포함한 일련의 의혹에 대해 실체와 원인을 정확히 밝힐 것”이라며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고, 검찰수사와 함께 국정조사를 통해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서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이어 “정부는 사법부의 판단과 조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 책임을 물을 것이 있다면 결코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재판과 수사가 진행 중인 이 문제로 더 이상의 혼란이 계속된다면 결코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렇게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 관여하지 않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모든 의혹을 해결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셈이다.
청와대 역시 국정원 사태와 관련, ‘무(無)대응’도 ‘대응’이라는 기조 하에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국정원 사태에 대한 박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던 지난 23일에도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청와대가 27일 검찰총장 인선을 발표하면서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언급한 것도 이 같은 기조의 연장선상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박 대통령의 대응이 아쉽다는 지적도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3자회담에서 야당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이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며 “정 총리의 발표 내용을 보면 당연히 해야 하는 말이지만, 굳이 하려면 박 대통령이 직접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