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팀으로 분류됐던 원주 동부, 안양 KGC 등이 의외의 침체에 빠졌고 디펜딩챔피언 울산 모비스도 한때 3연패의 수렁에 빠지며 흔들렸다. 반면 지난해 부진했던 전주 KCC, 부산 KT, 창원 LG 등의 선전으로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흐름으로 흘러갔다.
이처럼 초반부터 변화가 심한 프로농구 판도에도 서울 SK의 안정적인 행보가 두드러진다. SK는 8승 2패로 올해도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일 LG전에서 아쉽게 덜미를 잡혀 7연승 행진이 멈추긴 했지만 일부 주전선수들의 공백에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은 SK의 저력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준우승 이후 SK는 변화보다 안정을 택했다. 애런 헤인즈-커트니 심스의 외국인 선수 두 명을 모두 잔류시켰고, 국내 선수진도 큰 변화가 없었다. 우선지명권을 가지고 있는 귀화혼혈선수 드래프트에서 FA 최대어로 꼽힌 문태종을 포기하고 무명의 박승리를 지명한 것이 유일한 예상 외의 전력보강이었다.
선수구성에 변화가 없었던 SK는 다른 팀에 비해 안정적인 조직력을 이어갈 수 있었다. 지난 시즌 모래알 조직력으로 꼽히던 SK를 환골탈태시킨 문경은 감독은 올 시즌도 탄탄한 팀워크를 바탕으로 선수단의 긴장감을 유지해나가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73.8점(5위)에 그친 공격력이 다소 저조하지만 69.5실점(2위)에 그친 수비력으로 이를 만회하고 있다.
경쟁 팀들의 상대적 부진도 SK의 안정적인 조직력이 더 부각되는 이유다. KGC 인삼공사가 초반부터 주축 선수들의 부상공백에 시달리고 있으며, 동부도 김주성의 부상과 트리플포스트의 엇박자로 곤욕을 겪고 있다. 모비스는 주전과 백업의 기량 차, LG는 김종규의 늦은 합류로 인한 조직력 문제가 관건이다.
SK도 초반 김민수-박상오 등이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하는 악재가 있었지만 큰 변수는 되지 못했다. 포워드형 외인 헤인즈가 출전할 때 3-2 지역방어에서 리바운드와 수비가담을 하는 박상오-김민수의 부재가 아쉽지만 LG전을 제외하면 치명적인 공백이 드러난 경우는 거의 없었다. SK의 최대강점인 식스맨층을 활용해 폭넓은 로테이션을 통해 조직력으로 높이의 공백을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최부경-박승리 등 공격력은 떨어져도 수비와 팀플레이에 강점이 있는 선수들의 공헌도가 돋보인다. 특히 문태종을 포기하며 영입했을 만큼 팬들 사이에서 논란을 자아냈던 박승리는 올 시즌 화려하진 않아도 중요한 순간마다 상대 에이스급 선수에 대한 스토퍼 역할을 담당하며 제법 쏠쏠한 공헌도를 보이고 있다.
공격에서도 올 시즌 김선형과 헤인즈에 의존하던 부담을 줄이고 심스를 중심으로 한 2대 2플레이를 적극 활용하며 지난 시즌 노출된 전력에 조금씩 꾸준한 변화를 주고 있다.
SK는 올 시즌 다른 팀들에 비해 눈에 띄는 파격은 없었지만 대신 점진적인 진화를 선택하고 있다. 지난 시즌의 성공을 바탕으로 문경은 감독의 리더십도 한결 자신감과 여유가 붙은 모습이다. 이제는 강팀다운 면모가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 SK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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