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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준 "원세훈, 인사권 독점으로 국정원 사조직화"


입력 2013.11.04 21:08 수정 2013.11.04 21:15        김지영 기자

<정보위 국감>5만500여개 댓글 중 2300여개 댓들 작성, 원세훈 전 국정원장 인사권 독점과 불명확한 업무지침 사태 초래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은 4일 국정원 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댓글알바를 고용한 사실을 인정했다. ⓒ데일리안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4일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검찰의 공소사실 중 일부를 시인했다. 남 원장은 이날 국정원 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정원 직원이 검찰에서 밝힌 5만5000여 개 댓글 가운데 2300여 개의 댓글을 작성하고, 이들이 이른바 ‘댓글알바’를 고용한 사실도 인정했다.

다만 남 원장은 조직적 댓글작업 의혹에 대해선 일부 직원의 지극히 개인적인 일탈행위라고 선을 그었다. 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인사권 독점과 심리전단의 불명확한 업무지침이 이 같은 사태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선거개입 논란의 책임을 원 전 원장 체제의 국정원에 떠넘긴 셈이다.

정보위 여야 간사인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과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이날 저녁 국정원 프레스룸에서 브리핑을 갖고, 주요 현안에 대한 국정원 측의 답변을 소개했다. 두 간사에 따르면 남 원장은 질의에 앞선 업무보고에서 “국정원 댓글사건의 사실 여부를 떠나 거듭 송구스럽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질의를 통해 “국내정치 개입과 민간인 사찰, 대선개입 등 시끄러운데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남 원장은 “국정원의 문제라기보다 원장 개인의 의지 문제다. 나는 정치개입에 아무런 관심이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면서 원 전 원장을 에둘러 비판했다.

남 원장은 또 “국정원장의 인사권이 너무 독점적이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존의 국정원에 대해선 “(원 전 원장에 의해) 사조직화됐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다만 국정원 직원이 작성한 댓글 개수와 관련해선 남 원장과 서천호 2차장 간 답변이 갈렸다. 앞서 검찰은 국정원 직원의 계정으로 의심되는 트위터 글 5만6000여 개에서 선거개입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남 원장은 “그 부분은 통보를 받아 확인한 결과 2만여 건은 우리 직원의 계정이 맞는 것으로 확인됐고, 그 중 선거와 관련됐다고 의심을 살 수 있는 건 2000여 건”이라며 “그중에 우리가 직접 한 건 130여 건으로 판단하고 있는데, 세부적인 것은 확인이 끝나지 않아 추가적으로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서 차장은 “공소장에 기재된 사실이 5만5600여 건인데, 그 중에 국정원 직원계정으로 확인된 게 2300여 건”이라며 “나머지 2만5000여 건은 전혀 사실이 아니고, 나머지 2만6000건은 우리 계정인지 확인 중에 있다. 2만5000건이 국정원 직원의 것이라 단정할 수 없고, 확인하고 있다”고 정정했다.

이후 구체적인 사실을 놓고 여야 간사 간 언쟁이 빚어지자 남 원장은 “내 답변에 착오가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 원장은 국정원이 김모 직원의 ‘댓글알바’로 지목된 이모 씨에 대해 11개월 동안 월 280만원의 활동비를 지급한 사실도 시인했다. 정 의원은 “검찰에서 9234만 원을 지급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했는데, 11개월 간 280만 원씩 3800만 원을 지급했다. 이는 심리전단 예산이 아닌 특수활동비”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국정원 직원들이 김모 직원 등을 위해 급여의 일부를 모금 형식으로 각출한 것과 관련해 남 의원은 자발적 모급이라 주장했지만, 야당 의원들은 강제적 모금이라고 몰아붙였다.

민주당 측은 국정원장, 1·2·3차장, 기조실장이 먼저 모금에 참여했기 때문에 다른 직원들은 모금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고, 결국 남 원장은 “강제모금이라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국정원 측은 윤석열 전 국정원 수사팀장(현 여주지청장)이 체포한 국정원 직원 3명에 대해 남 원장이 진술 거부와 석방을 종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진술 거부를 지시한 적은 없고, 공문으로 절차상 하자를 지적했다”고 답했다.

다만 추가적으로 댓글작업 의혹이 제기된 22명에 대해선 이들 중 7명에 대해서만 소환에 응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의혹을 받고 있는 22명이 국정원 직원임은 맞지만, 292개의 트위터 계정이 이들의 것이 맞는지에 대해선 아직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 국정원 측의 설명이다.

또 국정원은 댓글 1만5000여 개를 남긴 것으로 알려진 아이디 ‘kkh0588’이 국정원 직원의 계정이 맞느냐는 질문에 대해 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이 “위증을 하면 위증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계속해서 추궁하자 서 차장은 “국정원 직원도 아니고 조력자도 아니라는 그 말을 믿고 싶다”고 답했다.

이밖에 국정원은 미 국가안보국(NSA)이 우리 정부를 도청한 사실이 확인됐느냐는 질문에 대해 “답변할 수 없다”, “확인 중이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남재준 "대공수사권 검·경 이관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아울러 남 원장은 대공수사권을 검·경에 이관하는 문제와 관련, “제3국을 통한 침투가 많아 수사에 착수하기 어렵고, 간접 침투를 막기도 어렵다. 검·경 이관은 어렵다고 본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또 국정원의 대공수사 능력에 대해선 “법적인 증거능력이 너무 까다로워서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대신 남 원장은 책임적 조직운영 방안을 마련하고, 국가안보 수호 임무에 주력하고, 미래형 정보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보융합조직을 강화하고, 협업을 활성화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문제가 됐던 대남심리전 업무는 사실상 폐지하고, 기존 3차장을 과학정보차장으로 변경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남 원장은 기존 조직·인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력운영 교육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조직을 쇄신하고, 국민적 신뢰를 담보하기 위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조직운영 방식을 확립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남 원장은 “심리전단 활동에 대한 정확한 지침이 없어 일탈이 있었다. 앞으로 정확한 지침을 만들도록 추진하겠다”, “전 원장의 인사독점권이 너무 과대했다는 것을 바로잡겠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댓글작업이 개인적 차원에서 이뤄진 일탈행위이고, 현 사태에 책임이 원 전 원장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개혁안 제출 시기에 대해선 “국정감사 기간 중에 10월에는 정보위를 열 수 없었고, 이런 이유로 국감이 끝난 이후 조속한 시일 안에 외부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제출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국감은 당초 예상과 달리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해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감장에 출석했던 한 국정원 관계자는 “분위기는 좋았다. 작년처럼 파행한다든가, 그런 건 없었다”고 밝혔다. 실제 이날 국감은 산회된 7시 30분께까지 단 한 차례도 파행이 없었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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