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로 연주 시작 41발 예포…7일 영국 떠날때까지 버킹엄궁에 머물러
세계 최고의 예우로 통하는 영국 왕실 초청 국빈방문에 걸맞게 5일(현지 시각) 박근혜 대통령을 위한 공식 환영식은 그야말로 ‘대영제국’의 영광과 화려함, 품격이 그대로 재현된 작은 드라마였다.
특히 영국의 국빈방문은 국왕만이 초청할 수 있는 행사로 1년에 상·하반기 1회씩 두 차례로 엄격히 제한돼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재위 61년 동안 국빈초청을 받은 나라는 59개국에 불과, 한국 국가원수로는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은 두 번째다.
하지만 9년 만에 다시 한국 국가원수가 초청된 것은 이례적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새정부 출범 첫해이자 한·영 수교 130주년인 올해 영국 여왕 초청으로 박 대통령이 국빈방문한 것은 양국의 특별한 우호협력 관계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특히 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대통령되기)이전에도 여러 번 초청할 정도로 관심을 보였고 여성 대통령이라는 점 등 여러 가지 부분에서 각별한 관심과 좋은 관계 유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애국가 연주로 환영식 시작, 사열식 진행 동안 41발 예포 발사
영국 왕실의 국빈 맞이는 여왕 엘리자베스 2세와 왕실 가족이 참석한 가운데 이뤄지는 환영식을 시작으로 버킹엄궁에 들어가는 절차를 거친다.
박 대통령은 숙소 호텔에서 영국 왕실 영접 인사로 나온 엘리자베스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요크 공작)의 ‘영예 수행’ 왕실 의전관의 안내를 받으며 함께 차량을 타고 공식 환영식이 열린 버킹엄궁 인근의 ‘호스 가즈(Horse Guards)광장'에 도착했다. 이 광장은 평소 영국 왕실 근위기병대 연병장으로 쓰이며 특히 근위기병대의 교대 행사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단상에 도착한 박 대통령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내외를 비롯한 영국 왕실 및 정부 관계자들과 차례로 인사를 나눴고, 연단 중앙으로 이동해 여왕과 에든버러 공 사이에 서서 사열을 받았다. 이때 군악대가 애국가 연주를 시작했고 박 대통령은 가슴에 손을 얹고 연주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이후 왕실 근위대의 사열을 받은 박 대통령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부부와 함께 백마 6마리가 이끄는 왕실 마차를 타고 버킹엄궁으로 향했다. 사열식이 진행되는 동안 런던 도심의 그린파크와 런던타워에서는 41발의 예포가 발사됐다.
눈길을 끌었던 것은 박 대통령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부부와 함께 탄 검은색의 황금색 지붕 마차로 ‘오스트레일리안 스테이트 코치’라고 한다. 이 마차는 지난 1988년 호주 건국 200주년을 맞아 호주 국민들이 영국 여왕에서 선물, 국빈 방문시 사용한다.
영국측은 미혼인 박 대통령을 배려해 여왕 내외와 함께 마차를 타고 이동했는데 일반적인 경우 배우자가 있는 남성 정상의 경우, 그 정상은 여왕과 함께 마차를 타고 퍼스트레이디는 여왕의 부군 에든버러공(필립공)과 함께 마차를 타고 이동한다고 한다.
이후 박 대통령이 탄 마차 행렬은 더 몰과 퀸스가든을 지나 양국 국가가 연주되는 가움데 왕실 근위병들이 도열해 있는 버킹엄궁 앞마당에 도착했다. 마차에서 내린 박 대통령과 여왕 부부는 기념사진을 함께 찍은 후 궁 안으로 들어갔다.
‘바스 대십자 훈장’ 받고, 왕실 소장품 관람하기도
버킹엄궁에 도착한 박 대통령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주최한 오찬에 참석했고 이후 여왕 부부의 안내로 궁 안에 있는 ‘픽처 갤러리’에 전시된 왕실 소장품을 관람했다. ‘픽처 갤러리’는 화가 루벤스, 렘브란트, 반다이크 등의 작품이 항시 전시된 곳이다.
이외에도 영국 왕실은 이번 박 대통령의 국빈 방문에 맞춰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소장품 및 초상화를 비롯해 빅토리아 여왕 시절 고종 황제가 보낸 전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1999년 방한 당시 선물 받은 자개함과 인형,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86년 영국 방문 때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수여한 무궁화대훈장, 그리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1999년 방한 시기 안동 하회마을에서 받은 하회탈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직접 쓴 ‘한영 우호친선’ 붓글씨 액자 등을 공개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초상화를 보면서 “굉장히 아름다우시네요”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평소 엘리자베스 1세를 정치인 롤모델로 꼽았다. 박 대통령은 2012년 8월 한 TV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영국을 파산 직전에서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만들었다”며 “자기가 불행을 겪었기 때문에 남을 배려할 줄 알았고, 늘 관용의 정신을 갖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국정을 이끌었다”고 이유를 들었었다.
아울러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이날 박 대통령에게 ‘바스 대십자 훈장(GCB, Grand Cross of the Order of the Bath)’을 수여했다. 이 훈장은 영국 여왕의 해외 국빈방문 또는 외국 정상의 영국 국빈방문 때 여왕이 각국 정상에게 수여한다.
한편, 박 대통령과 우리 측 공식수행원 가운데 일부는 국빈에 대한 영국 왕실의 예우 차원에서 이날부터 오는 7일 영국을 떠날 때까지 엘리자베스 여왕이 거주하는 버킹엄궁에서 머물게 된다.
박 대통령이 짐을 푸는 곳은 ‘벨지언 스위트룸’으로 여기서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와 3남인 에드워드 왕자가 태어났고, 엘리자베스 여왕이 직접 방으로 안내한다.
박 대통령의 영국 방문은 세 번째로 옛 한나라당 부총재 시절인 1999년 8월 영국정부 초청으로 첫 방문길에 올랐다. 두 번째 방문은 2002년 4월로 그해 2월 한나라당에서 탈당해 부소속 의원 신분으로 케임브리지대 동아시아연구소 주최 한반도문제 관련 학술회의에 참석해 통일분야 기조연설을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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