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던 정성룡?' 굳건 홍심마저 흔들릴까
최근 불안한 골키핑 능력으로 팬들 비난에 직면
정성룡 부진 속에 김승규, 신화용 등 일취월장
이제는 대표팀 골키퍼도 경쟁 시대에 돌입했다.
최근 대표팀 주전 수문장으로 활약한 정성룡(28·수원)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성룡은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주전으로 활약한 뒤 줄곧 대표팀의 골문을 지켜왔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도 와일드카드로 출전해 안정적인 수비를 선보였고, 사상 첫 메달 획득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최근 정성룡의 기량에 의구심을 표하는 시선이 부쩍 늘어났다. 월드컵, 아시안컵, 올림픽 등 풍부한 큰 무대 경험에도 안정감은커녕 그동안의 장점마저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정성룡은 최근 리그 5경기서 무려 8골을 허용했고, 지난달 브라질전에서도 네이마르의 프리킥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을 들었다. 이러한 논란은 지난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3’ 36라운드 포항전에서 더욱 거세기 일었다.
이날 수원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획득할 수 있는 희망이 있었지만, 정성룡의 어이없는 실수로 인해 꿈이 산산조각나고 말았다. 정성룡은 1-0 앞서던 전반 31분 이명주의 평범한 슈팅을 제대로 잡지 못한 것은 물론 자신의 골문으로 공을 던져 넣고 말았다. 축구팬들은 이에 대해 '자기 골문에 덩크슛을 넣었다'며 비아냥거렸다.
뜻하지 않은 실점으로 인해 분위기가 가라앉은 수원은 후반 30분에도 정성룡의 판단 미스로 인해 역전골을 얻어맞고 1-2 역전패했다.
스위스, 러시아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열린 마지막 경기에서 정성룡의 컨디션 난조는 홍명보호에 불안감을 던져주고 있다. 그동안 정성룡은 이렇다 할 경쟁자 없이 대표팀의 뒷문을 책임졌다. 하지만 정성룡이 주춤하는 사이 김승규(울산), 신화용(포항),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등 젊고 순발력을 두루 갖춘 골키퍼들이 대거 급부상했다.
축구에서 골키퍼의 존재감은 특별하다. 골키퍼는 유일하게 손을 사용할 수 있는 특수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골과 직결되는 가장 중요한 포지션이다. 단 한 번의 실수조차 용납되기 힘들다. 골키퍼의 활약은 경기 결과와 분위기를 결정할 수 있다. 어려운 흐름에서도 슈퍼 세이브를 통해 팀 사기와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이 골키퍼의 힘이다.
그러나 정성룡은 앞서 언급한 경쟁자들과 비교해 민첩성에서 열세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른바 막아내기 어려울 것 같은 슈팅을 선방하는 능력, 슈퍼세이브가 적다는 뜻이다.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는 대부분의 팀들이 대표팀보다 강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강팀과의 경기일수록 많은 슈팅을 허용하게 되고, 그만큼 골키퍼의 선방이 뒷받침돼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안정감뿐만 아니라 슈퍼 세이브 능력까지 보여줘야 한다.
지금까지 홍명보 감독은 정성룡에게 굳건한 신뢰를 보낸 반면 다른 경쟁자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지 않았다. 선의의 경쟁은 선수들에게 승부욕을 불러오고, 개개인의 발전을 이끌어 낼 수 있다. 홍명보 감독의 과감한 결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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