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북 핵보유국 불용" 푸틴 "6자회담"
한러 정상회담 공동성명 최종 합의문 채택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공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구상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적극적인 공감을 표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9월 G20 정상회담 계기 한·러 정상회담에서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언급했지만, 당시 푸틴 대통령은 협조 의사만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한·러 정상회담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동성명 최종 합의문을 채택했다. 합의문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박 대통령이 설명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공감을 표하고, 남북관계 정상화와 역내 안보·안정의 중요한 조건인 한반도 신뢰 구축 노력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또 역내 호혜적이고 다층적인 협력 구축을 통한 평화·안보 공조를 위해 러시아 측의 ‘건설적 기여’와 박 대통령의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환영하고, 협력을 활성화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두 정상은 국제사회의 요구와 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반하는 평양의 독자적인 핵·미사일 능력 구축 노선을 용인할 수 없음을 확인하고,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라 핵보유국 지위를 가질 수 없음을 강조했다. 또 2005년 공동성명 목표에 따라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상호 노력키로 합의했다.
다만 정상회담 직후 진행된 공동 기자회견에선 북핵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두 정상의 미묘한 온도차가 감지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우리 두 정상은 북한의 핵 불용(不容)과 북한이 어떤 경우에도 핵보유국의 지위를 가질 수 없다는 점, UN 안보리 결의와 9.19 공동성명을 포함한 비핵화 관련 국제 의무화 공약을 성실히 중시해야 한다는 데에 뜻을 같이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남북·북핵문제와 관련해 “러시아는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지지하고 있다”는 정도로만 입장을 갈음했다.
푸틴 대통령은 “(양국의 목적은) 한반도에서 평화와 안전, 그리고 모든 국가들을 위한 대등한 안전을 보장하는 데에 있다. 이와 같은 문제는 오로지 정치적인, 외교적인 방법으로만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6자회담의 틀 안에서 이런 해결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나진-하산 구간 철도사업 비롯한 산업 전반 협력방안 모색
아울러 두 정상은 우리의 유라시아 협력강화정책과 러시아의 아태지역 중시정책을 접목해 철도, 금융, 물류, 조선, 에너지, 첨단기술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사업별 협력방안을 모색하자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특히 두 정상은 나진(북한)-하산(러시아) 구간 철도 복구가 성공적으로 완료되고, 나진항 제3부두가 현대화한 점을 환영하며, 양국 기업이 추진하고 있는 철도·항만 관련 협력 사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장려해나가기로 합의했다. 더불어 이를 통한 지역 안정 강화에 대해 희망을 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양국은 나진-하산 간 철도연계, 항만·터미널 개발 및 운영사업 참여와 관련된 절차적 방안을 규정한 ‘나진-하산 물류 협력사업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나진-하산 구간 철도사업을 비롯해 러시아 내 철도·항만사업에 대한 포스코, 코레일 등 우리 기업의 참여가 가속화할 전망이다.
청와대 측은 나진지역 철도·항만 사업이 남·북·러 3각 시범사업 성격으로 성공할 경우, 이를 향후 유사한 사업으로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고, 북한의 개방을 유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 측은 내년 상반기 실사를 통해 총 3억4000만 달러가 소요되는 나진지역 철도·항만사업 지분 참여를 결정할 예정이다.
특히 러시아는 나진-하산 철도를 통한 유럽발 화물 운송을 희망하는 만큼, 이를 TKR(시베리아횡단철도)-TXR(한반도종단철도) 연계에 활용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두 정상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기술이전 등 조선 분야 협력 확대를 통해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발주와 수주를 추진하고, 양국 금융기관이 3중 공동투자체계를 구축해 극동시베리아지역을 발전시키고, 우리 기업이 러시아 시장에 참여하는 데에 필요한 금융지원 기반을 조성키로 합의했다.
청와대는 이번 합의를 통해 국내 조선 산업을 활성화하고, 향후 러시아 에너지개발 수요에 따른 에너지운반선, 해양플랜트를 추가 수주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또 그간 러시아 진출 걸림돌이었던 금융리스크가 완화돼 우리 기업의 러시아 시장 진출이 활성화하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밖에 두 정상은 △중장기 추진과제로 북극항로 개발에 협력하는 등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양국 전력회사가 남·북·러 전력망 연계사업에 대한 타당성조사를 추진해 결과에 따라 사업 추진 여부를 검토하고 △첨단기술, 보건의료, 지식개발 분야에 있어서 체계적 협력을 위해 MOU를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은 “앞으로 한국과 러시아가 손을 잡고 새로운 미래의 유라시아 시대를 만들어가게 될 것”이라면서 “앞으로 한·러 양국은 동북아 지역의 협력을 주도하는 미래지향적 협력의 동반자로서 새로운 유라시아 시대를 함께 열어갈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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