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경민은 경희대 동기인 김민구, 김종규와 함께 올해 프로농구를 빛낼 슈퍼루키 빅3로 꼽혔다. 성인 국가대표까지 다녀온 동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은 감이 있지만 실력만큼은 진짜였다.
신인드래프트 3순위로 동부의 유니폼을 입게 된 두경민은 올해 데뷔한 신인들을 통틀어서도 가장 강렬한 데뷔전을 치렀다. 지난달 25일 부산 KT전에서 동부 유니폼을 입고 홈팬들 앞에서 신고식을 치른 두경민은 2쿼터 중반부터 코트에 나선지 5분 만에 14점을 몰아치는 맹활약으로 괴물신인의 등장을 알렸다.
하지만 화려했던 출발이 곧 비극의 시작으로 바뀌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두경민의 합류 시점과 맞물려 동부는 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데뷔전이었던 KT전에서 20점차로 대패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13일 모비스전까지 동부는 무려 9경기 동안 승리가 없다. 벌써 팀 최다연패 타이 기록이다. 4승 10패로 순위는 9위까지 추락했다.
두경민은 프로 데뷔 이후 아직 첫 승의 기쁨을 누리지 못했다. 경희대 시절 대학무대를 제패한 두경민에게 이러한 연패 행진은 참으로 낯설다. 동기인 김민구, 김종규 등이 소속팀에서 승리 보증수표로 떠오르며 주가를 높이고 있는 것과는 차이가 나도 너무 난다.
두경민의 잘못은 아니다. 오히려 두경민의 활약은 신인 중에서도 군계일학이다. 신인임에도 기존 주전 슈팅가드였던 이광재를 제치고 단숨에 동부의 간판슈터 자리를 꿰차며 9경기에서 평균 14점을 기록 중이다. 득점력은 국내 선수 중 6위(전체 13위)에 해당하며 신인 중에서는 단연 최고다. 데뷔 이후 8경기연속 11점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경민의 활약에도 동부는 좀처럼 연패의 사슬을 끊지 못하고 있다. 김주성의 부상공백에 이어 허버트 힐마저 부상으로 퇴출, 동부는 최대 장점이던 '트리플포스트'의 높이를 잃은 상태다. 트리플포스트가 정상적으로 가동된 시즌 초반에 두경민이 합류했다면 더 좋은 활약을 펼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지리멸렬한 조직력 속에 오히려 신인인 두경민에 많은 공격부담이 주어질 만큼 과부하가 걸린 상태다.
두경민은 대학 시절에도 득점력은 뛰어나지만 동료들을 활용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종종 받아왔다. 득점력뿐만 아니라 패스와 리딩에도 일가견을 보이는 동기 김민구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초반 폭발적인 활약을 보일 때도 찬사 일색이던 여론은 팀의 부진이 길어지면서 두경민에게도 싸늘해지는 분위기다.
13일 모비스전은 팀뿐만이 아니라 두경민에게도 프로 데뷔 이후 최악의 경기였다. 동부는 이날 56점에 그치고 모비스에 대패해 팀 최다연패 불명예 타이기록을 세웠다. 두경민은 이날 24분을 출장했으나 무득점(3도움 1리바운드)에 그쳤다.
모비스와 1라운드 경기 때만 해도 15점 5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맹활약했지만 이날도 작정하고 수비에서 나선 모비스 양동근의 질식수비에 철저히 막혔다. 정교하던 3점슛은 이날 4개를 던졌으나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고, 공격이 풀리지 않자 일대일로 무리한 플레이를 펼치다가 상대에게 공격권을 헌납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두경민의 개인플레이를 탓하기보다는, 두경민이 무리한 플레이를 전개할 수밖에 없는 동부의 현재 상황에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김주성의 부상으로 높이와 득점력이 뚝 떨어졌고, 동부의 백코트를 책임져야하는 이광재나 박지현이 정상적인 컨디션을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슛 컨디션이 좋았던 두경민이 많은 볼 소유시간을 길게 가질 수밖에 없었다. 9연패 기간 내내 동부가 그나마 몇 차례 접전을 펼칠 수 있었던 것도 고비마다 활로를 뚫은 두경민의 활약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외국인 선수 1순위였던 허버트 힐이 부진과 부상으로 퇴출되면서 대체선수로 줄리안 센슬리가 영입된 것도 두경민 입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빅맨이라기보다는 2·3번에 가까운 센슬리는 득점에 재능이 있고 볼 소유욕이 강하다. 두경민과는 포지션이 겹치기 때문에 동선이나 공격기회에서 양보를 해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지금 중요한 것은 두경민의 기록보다도 팀의 승리에 공헌하는 것이다.
동부의 마지막 희망은 부상 중인 김주성과 상무에서 제대하는 윤호영의 복귀다. 그때까지 버텨낼 수 있다면 동부는 김주성-윤호영-이승준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토종 트리플타워의 구축이 가능하다. 리바운드와 높이가 안정된다면 두경민도 부담을 덜고 동부의 재건에 당당한 한축으로 다시 거듭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장 연패 탈출이 시급하다. 두경민 역시 프로의 험난한 신고식에 위축되지 말고 자신의 역할을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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