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의리' 김원섭…패자 KIA 지탱할까
이용규 이적으로 팀 내 비중 더욱 커져
부상 후유증 딛고 ‘인민타자’ 명성 되찾아야
‘의리파’ 김원섭(35)의 부활이 절실하다.
KIA 타이거즈는 최근 주전 1번타자 이용규를 잡는데 실패, 발등에 불이 붙었다. 이용규는 KIA와의 협상이 결렬되기 무섭게 한화로부터 총액 67억 원(계약기간 4년, 계약금 32억원, 연봉 7억원, 옵션 7억원)을 받고 이적했다. KIA는 이용규가 팀의 간판으로 활약한 점을 높이 사며 60억 원 안팎의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지만 끝내 마음을 붙잡지 못했다.
큰 전력 손실이 불가피한 KIA로선 있는 자원들의 활약을 극대화해야 한다. 자연스레 김원섭 부활에 관심이 쏠린다. 이용규보다 1년 먼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던 ‘인민타자’ 김원섭은 보다 좋은 조건에 타 팀으로 갈 수 있었음에도 KIA와의 의리를 택한 케이스다. 지난해 11월 3년간 총액 14억원(계약금 5억원, 연봉 3억원)에 FA 계약을 마무리했다.
FA계약 전부터 소속팀에 애착을 드러냈던 김원섭은 계약 후 "KIA를 떠나고 싶은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며 "타이거즈에 뼈를 묻게 돼 기쁘고 행복하다"는 소감을 밝힌 바 있다. 당시 김원섭의 계약조건은 그동안 활약을 떠올릴 때, 상당히 저렴했다. FA 직전 시즌 3할 타율(0.303)을 쳐내며 리그 타격 10걸에 들어간 김원섭은 출루율 5위(0.409), 볼넷 6위(69개), 타점 14위(61점), 최다안타 20위(117개) 등 타격 전 부문에서 고른 기량을 과시했다.
FA시장에 나왔으면 더 좋은 조건으로 이적이 가능했지만, 영원한 타이거즈맨으로 남고자 욕심을 버렸다. KIA팬들은 김원섭에게 깊은 고마움을 표시했다.
김원섭은 언제든지 3할 타율을 노릴 수 있을 만큼 안정적인 기량을 지닌 타자다. 선구안과 공을 맞추는 능력이 뛰어나고, 간결한 스윙에도 비거리가 잘 나오는 알짜 스타일의 타자로 빠른 발과 뛰어난 센스까지 갖췄다.
그럼에도 선수 생활 내내 과소평가를 받아왔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만성간염이라는 지병을 앓고 있기 때문. 간염은 일반인들도 정상적인 생활을 힘들게 하는 질병으로 운동선수에게는 그야말로 치명적이다. 특히, 체력적인 부분에서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를 입증하듯 더워지는 여름이면 김원섭은 체력 문제로 다른 선수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고생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김원섭에게 큰 마이너스가 되지 못했다. 매년 100경기 가까이 뛰어주며 제몫을 해내고 있다. 몸 상태가 다른 선수들보다 좋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철저한 자기관리로 티를 내지 않고 약점을 메워갔다.
김원섭의 최대 장점은 어떤 타순에서도 제몫을 해낸다는 점이다. 테이블세터에 문제가 생겼을 때 톱타자 역할은 물론 이를 받쳐주는 2번 타자도 문제없이 수행했고, 중심 타선이 삐걱거릴 때는 클러치히터로서의 위력도 보여줬다. 어깨가 약하다는 약점이 있지만 워낙 발이 빠르고 타구판단이 정확해 전천후 외야수로도 활용 가능하다. '저비용 고효율의 대표적 타자' '가장 과소평가 된 외야수' '소리 없이 강한 남자' 등 세간의 평가가 딱 들어맞는다.
아쉽게도 김원섭은 FA 첫해인 지난해 부상으로 제몫을 해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동안 꾸준히 활약했고, 팀에 대한 애정이 강했던 만큼 팬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부상을 탓하기에는 그동안 해준 것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다음 시즌에도 김원섭은 시즌 초 출장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재활이 끝나지 않았음을 감안할 때, 정상적으로 몸을 만드는 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팬들은 언제나 그랬듯 김원섭이 여러 가지 악재를 이겨내고 다시금 호랑이 타선의 활력소 역할을 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
이용규가 빠진 KIA를 지탱하기 위해선 김원섭이 부활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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