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모욕 가메다 깬 손정오 ‘판정만 졌다’
WBA 밴터급 타이틀매치에서 억울한 판정패
경기 내용 면에선 압도적 승리, 재대결 기대
한국의 상징 김치를 모욕하던 가메다 고키(27)의 객기는 어디로 갔을까.
저돌적인 도전자 손정오(32)가 경기 내용 면에서 승리하고도 통한의 패배를 당했다.
손정오는 19일 제주그랜드호텔 특설 링에서 열린 세계권투협회(WBA) 밴텀급 타이틀매치에서 챔피언 가메다 고키를 일방적으로 두들겼지만, 석연찮은 1-2 판정패(112-115, 116-113.5, 114-114.5)로 원통한 눈물을 쏟아냈다.
라이트플라이급, 플라이급, 밴텀급 등 3체급을 석권한 가메다의 기량은 명성과 달리 ‘속 빈 강정’에 불과했기에 아쉬움이 컸다. 더군다나 경기 전 가메다는 김치를 잘근잘근 씹는 퍼포먼스로 도발, 손정오와 한국 팬들을 자극했다. 이에 손정오도 묵직한 통단무지를 ‘어금니’로 아작내며 승리욕을 불태웠었다.
손정오는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쳤다. 경기기 시작되자 누가 챔피언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가메다의 펀치는 ‘솜사탕’에 가까웠고, 현란한 풋워크는 도망 다니는데 활용했다. 반면, 도전자 손정오는 ‘제리(쥐)를 쫓는 터프한 톰(고양이)’이였다. 화끈한 인파이터 자세로 챔피언 가메다를 몰아붙였다. 12회 전 라운드에 걸쳐 뒷걸음치는 가메다 안면에 원투를 꽂았다.
가메다는 라운드 후반 손정오의 잔매에 양쪽 눈 위가 찢어졌다. 손정오는 10회 들어 시야가 흐려진 가메다 턱에 훅을 작렬했다. 도망가다가 맞은 가메다는 다리까지 엉키며 넘어졌다. KO나 다름없었다. 다만, 손정오 기세는 거기까지였다. 홍수환 해설위원 지적대로 “접근전에서 짧게 끊어 치는 주먹이 아쉬웠다”는 평가다. 손정오는 가메다를 상대로 월등한 경기를 펼쳤지만, 챔피언을 완전히 때려눕히진 못했다.
이날 경기는 일본 스폰서가 주선한 대회라 ‘도전자 손정오’가 이길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KO뿐이었다. 홍수환 해설위원도 12라운드가 끝난 직후 “가메다 측이 주최한 대회라 판정에선 이기기 어렵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슬픈 예감은 현실이 되는 것처럼, 심판진은 가메다의 2-1 승을 선언했다. 장내는 술렁였고, 관중석에서는 격분의 고함이 메아리쳤다.
결과가 잘못됐다는 사실은 가메다 자신도 알고 있었다. 판정승이 선언되자, 얼굴은 굳어졌고, 손정오에게 다가가 ‘챔피언 같았던 도전자’ 손정오의 손을 들어줬다. 그리고 가메다는 관중을 향해 “손정오가 이긴 경기, 도전자에게 위로의 박수를 보내달라”라는 몸짓을 취했다. 일본 복서지만 의외로 깔끔한 매너에 살벌한 장내도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손정오는 결과에서 졌지만, 내용에선 이겼다. 따라서 실망해선 안 된다. ‘가뭄의 단비’ 같은 폭발적인 저돌성에 세계권투협회(WBA) 관계자마저 매료됐다. 세계복싱 제2의 부흥을 이끌 상품가치 높은 파이터라는 점을 어필했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2006년 지인진 이후 7년 만의 세계챔피언 배출은 실패했지만 손정오의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고 최요삼의 스파링 파트너에서 한국 프로복싱 간판으로 성장한 손정오는 불과 몇 천만 원의 대전료를 받고 수십억 원의 대전료를 챙긴 가메다를 샌드백처럼 두들겼다. 재대결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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