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형 효과’ KIA…SUN 야구관마저 변화?
'지키는 야구' 대명사 SUN, 최근 뛰는 야구 표방
부상-부진으로 200도루 실패, 이대형 가세한다면?
명예회복을 노리는 KIA 타이거즈가 이대형 영입 효과를 볼 수 있을까.
KIA는 최근 FA 이대형과 계약 기간 4년에 계약금 10억원, 연봉 3억원, 옵션 2억원 등 총 24억원의 계약을 맺었다. 이대형이 올 시즌은 물론 최근 몇 년간 부진에 빠졌던 것을 감안했을 때, 그야말로 파격적인 액수다.
이대형 계약에 대해 많은 말들이 나오고 있다. 4년 연속 도루왕을 차지했을 때가 벌써 3년 전. 이후 백업으로 추락한 이대형에게 4년간 24억원이란 액수는 도박에 가깝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이용규 이적으로 톱타자감을 잃은 KIA는 이대형이 도루왕을 차지했을 때의 기량을 회복하길 바라고 있다. 이대형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이대형은“나에 대한 여론을 알고 있다. 최근 부진했기 때문에 실망한 사람들의 마음도 이해한다. 내년 시즌 반드시 성적으로 팬들의 마음을 돌리겠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제 관심은 과연 선동열 감독이 이대형을 어떤 식으로 활용하느냐다. 현역 선수 중 가장 빠른 발을 보유한 이대형의 가세는 KIA 공격 전개 방식을 아예 바꿔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지키는 야구’의 대명사인 선동열 감독 야구관은 과거 삼성 시절 적극적인 주루플레이와 거리가 멀었다.
실제로 삼성은 선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6년간 팀 도루 1위를 단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당시 삼성에는 신명철, 조동찬, 강명구, 김상수, 이영욱 등 준족들이 즐비했지만 이들을 제대로 활용한 시즌은 팀 도루 3위(158개)를 기록한 2010년 한 해뿐이다. 2008년에는 이대형의 도루 개수(63개)보다 적은 59개의 팀 도루에 그치기도 했다.
선 감독이 도루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는 안정성을 기반에 둔 ‘지키는 야구’와 궤를 함께 한다. 성공 가능성이 불확실한 도루로 주자를 득점권에 갖다 놓기보다는 희생번트라는 보다 안전한 장치가 더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선 감독에게는 언제나 '안타 후 번트'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하지만 KIA의 지휘봉을 잡으며 선동열 감독의 스타일도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그도 그럴 것이, KIA에는 삼성보다 훨씬 나은 준족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선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선수들에게 적극적인 도루를 주문했다. 그 결과 지난해 이용규는 44도루로 생애 첫 도루왕 타이틀을 따냈고, 김선빈(30개)과 안치홍(20개)의 도루 개수도 몰라보게 늘어났다.
김주찬을 영입한 올 시즌, 자신감을 얻은 선 감독은 아예 벤치의 지시 없이 뛸 수 있는 ‘그린라이트’를 주문한다. 김주찬의 가세는 실로 놀라웠다. 시즌 초반 팀 성적이 고공행진을 내달릴 때 가장 큰 원동력은 그라운드를 마구 헤집고 다니는 준족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김주찬은 47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23도루라는 믿기지 않는 성적을 남겼고, 잠재력이 폭발한 신종길도 29도루(6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KIA의 뛰는 야구는 팀 성적 추락과 함께 끊기고 말았다. 기대를 모았던 테이블세터 김주찬과 이용규는 나란히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안치홍(16도루)은 데뷔 후 최악의 부진으로 출루 자체에 어려움을 겪었다. 시즌 초 선동열 감독은 200개의 팀 도루를 자신했지만 KIA는 141개(5위)로 시즌을 마쳤다.
선 감독은 내년 시즌에도 적극적인 주루플레이를 주문할 가능성이 크다. 아웃카운트를 하나 버리며 득점권 주자를 만드는 것보다 도루로 진루하는 편이 훨씬 낫다는 확신이 섰기 때문이다. 게다가 도루라는 기동력은 상대 배터리를 마구 흔들 수 있다는 장점까지 있다.
그 중심에 이대형이 있다. 물론 KIA가 뛰는 야구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이대형의 타격감이 돌아와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이대형은 LG 시절, 주전 외야수로 활약할 당시에도 평균 이하의 출루능력으로 인해 1번 타자 자질 논란에 휩싸였던 선수다. 타격 능력이 단기간 내에 바뀌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대형의 현실적인 위치는 하위타순에 들어가는 것이 맞다.
신종길-김주찬으로 이뤄질 테이블세터진에 이대형-안치홍-김선빈의 하위타순까지 KIA는 각각 30도루 이상이 가능한 발 빠른 선수들로 라인업을 구성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이대형과 김주찬은 60도루 이상을 경험해본 ‘역대급 준족’이다. 과연 선동열 감독의 야구관이 ‘지키는 야구’에서 ‘뛰는 야구’로 확실히 변화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2014시즌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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