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한 비주류’ 오승환…타도 요미우리 선봉장?
비주류의 대표격 한신, 마무리 부재로 고민
줄곧 주류였던 오승환에게 다소 생소한 분위기
라이온즈의 '끝판대장' 오승환(31)이 내년 시즌부터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일본 야구 정복에 나선다.
삼성과 한신은 지난 22일 경산볼파크서 오승환에 대한 이적에 합의했다. 계약기간 2년에 계약금 2억 엔+연봉 3억 엔+옵션 1억 엔 등 최대 9억 엔(약 94억5000만 원)에 이르는 대형 계약이다. 종전 일본에 진출한 한국인 최고 연봉은 지난해 오릭스로 이적한 이대호의 2년 7억 6000만 엔(약 80억 원)이었다.
한신 구단 측이 오승환에 거는 기대감은 남다르다. 한신은 지난해까지 뒷문을 든든히 지키던 특급 마무리 후지카와 규지(33)가 메이저리그로 떠난 뒤 공백을 제대로 실감했다. 올 시즌 요미우리에 이어 센트럴리그 2위를 차지했지만, 마무리에 대한 약점은 시즌 내내 안고 있던 부분이다.
사실 한신은 요미우리와 함께 특별한 성격을 지닌 구단으로 분류된다. 특히 한신 구단은 다른 팀들과 다르게 ‘숙명, 도전, 결의’라는 진보적 성향의 단어가 유독 많이 수식어로 따라 붙는다.
이는 한신 구단의 태생적 배경과 궤를 함께 한다. 간사이 지방 효고현을 연고로 한 한신은 사실상 일본 제2의 도시 오사카는 물론 고베, 교토까지 어우르는 대형 프랜차이즈 팀이다. 실제로 오사카에는 이대호의 전 소속팀 오릭스가 엄연히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한신의 인기가 압도적일 정도다.
요미우리와의 관계 역시 떼려야 뗄 수 없다. ‘일본의 절반은 요미우리팬’이라는 말이 있듯 거인군의 인기는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물론 안티팬의 숫자도 어마어마하다. 반(反) 요미우리 팬들은 수도 도쿄를 연고로 거대 자본을 퍼부어 독보적 위치에 올라선 것에 상당한 불만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한신은 ‘타도 요미우리’의 선봉장 역할을 담당, 안티 요미우리팬들을 끌어안으며 전국적 인기를 자랑한다. 요미우리와의 정규시즌 맞대결(포스트시즌이 아니다)이 펼쳐질 때면 오사카 일대는 축제를 방불케 하며 TV와 미디어에서도 집중적으로 다룬다. 구단 측도 티켓 값을 크게 올리지만 결과는 항상 매진으로 이어진다.
도전과 결의도 한신 구단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한신은 시즌 초와 중반, 두 차례 ‘지옥의 원정’에 나선다. 이유는 같은 시기 전일본고교야구선수권 대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일명 고시엔대회로 불리는 고교야구는 한신의 홈구장인 고시엔(甲子園) 구장에서 매년 열린다.
길게는 한 달 가까이 원정길에 올라야 하지만 한신 구단은 물론 팬들도 이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다. 프로야구의 근간이 고교야구 선수들에 대한 존중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은 물론 지옥 원정을 ‘위대한 도전’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에는 오릭스의 홈 교세라돔을 이용해 이동거리를 줄였다.
또한 선수단 내에도 다른 팀에 비해 유독 단합과 희생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흐른다. 물론 오승환과 같은 외국인 선수에게도 마찬가지를 강요한다.
이는 오승환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동안 오승환은 프로 데뷔 후 줄곧 ‘주류’의 자리에 위치해있었다. 2005년 데뷔 첫 해 신인왕과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한데 이어 한 시즌 최다 세이브, 역대 최다 세이브 기록을 갈아치우며 특급 중의 특급으로 거듭났다.
팀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은 오승환 입단 이후 9년간 다섯 차례의 우승과 한 차례 준우승을 맛본 2000년대 최강 팀이다. 특히 삼성은 2000년 중반 남다른 씀씀이로 ‘돈의 제국’을 완성했다는 점에서 요미우리와 묘하게 닮아있다.
그런 오승환에게 ‘도전’이라는 또 다른 의미의 도전 숙제가 부여됐다. 오승환이 팀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은 역시나 세이브다. 세이브는 팀이 이기지 못하면 이룰 수 없는 기록으로, 승리를 지키기 위한 희생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다. 주류에서 비주류로 탈바꿈한 오승환이 도전이라는 여정을 떠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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