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고객 연체 부담 줄이겠다"...실효성 '글쎄'

김재현 기자

입력 2013.11.25 16:26  수정 2013.11.25 16:34
금융당국이 기한의 이익 상실 후 이자 미납금 대신 대출잔액에 대해 지연배상금을 부과하던 은행권의 여신거래 관행을 고치겠다고 하지만 실제 실효성에 의문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A씨는 한 시중은행으로부터 주택담보대출 1억2000만원을 받아 월 50만원의 이자를 납부하다가 결제일인 지난해 1월15일 이후 이자를 3개월 연체했다. 3개월 후인 4월15일에 이자 미납분 150만원을 상환하려 하니 은행에서 연체이자인 지연배상금 260만원을 별도로 납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A씨는 연체기간에 비해 지연배상금액이 과다하다고 생각해 은행에 항의하자 "기한의 이익이 상실돼 이자가 아닌 대출잔액에 지연배상금이 부과됐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기한의 이익 상실 후 이자 미납금 대신 대출잔액에 대해 지연배상금을 부과하던 은행권의 여신거래 관행을 고치겠다고 하지만 실제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5일 정례브리핑을 갖고 기한의 이익 상실 후 대출잔액 전체에 대해 지연배상금을 부과하는 은행권에 대한 민원이 증가하자 약정일로부터 통상 1개월이 넘으면 적용되던 기한의 이익 상실 기간을 2개월 경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금융소비자 보호와 은행 건전성이라는 양 측면을 균형있게 고려해 은행 여신약관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병래 금융위 금융서비스 국장은 "우월한 협상력을 가진 은행의 여신관행이 개선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금융소비자의 부담이 크게 경감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 은행 민원 중 여신관련 민원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 은행에 대한 민원 6319건 가운데 여신 관련 민원은 2200건으로 총 34.8%에 달한다. 이 중 기한의 이익 상실이나 담보물보충청구권 관련 민원도 포함됐다.

기한의 이익 상실이란 이자를 상환치 않고 일정기간이 경과하는 등 특정 사유가 발생한 때 대출고객이 만기까지 대출전액을 갚지 않아도 되는 이익이 상실되는 상황을 말한다.

이는 대출 약정사항 위반하게 되면 은행에서 고객이 가지고 있는 일정기간 동안 누릴 수 있는 혜택을 박탈하겠다는 의미다. 약정기간 동안 은행에서 추심 등의 권한을 갖지 못하지만 기간의 상실 사유가 발생하게 되면 채권 추심, 담보권 행사를 할 수 있게 된다.

기한의 이익 상실 전까지 약정일에 미납부한 금액에 대해서만 지연배상금(약정이자율+연체가산이자율 적용)이 부과된다.

하지만 기한의 이익 상실 후에는 대출잔액 전체에 대해 지연배상금을 부과하고 있다. 연체가산이자율은 보통 연 6~10% 정도다. 금감원 자료를 보면, 은행 전체 연간 기한의 이익 상실 건수는 약 170만건으로 추정된다.

이 국장은 "금액 기준으로 보면 3조원 정도로 알고 있다"면서 "금융위에서 지금 1개월, 2개월로 늘리면 어느 정도 줄어드는지는 시뮬레이션을 해봐야 알 것 같다"고 설명했다.

통상 이자지급 약정일 이후 1개월 이상 이자를 납부하지 않을 경우 기한의 이익 상실된다. 은행에서는 보통 3영업일 전 기한의 이익 상실에 관한 내용을 통보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여신거래기본약관을 보면 명시된 이자를 지급해야 할 시기부터 1개월간 연체를 하게 되면 기한 이익이 상실하게 돼 있다"면서 "이후 원금 추심이 가능하고 담보권 행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미납부된 금액을 갚으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한의 이익 상실 기간을 늘리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반응이다. 연체자들을 더욱 양산하게 되며 오히려 은행의 수익을 올려주는 꼴이란 지적이다.

실제 은행에서 여신 약정을 할 때 고객들에게 "한달간 이자를 못내게 되면 원금에 대한 이자를 낼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기억하는 대출고객은 드물다.

연체를 하더라도 대부분의 고객들은 신용도나 불어나는 이자 부담 때문이라도 납부하게 한다.

그렇지만 상습적으로 연체를 하는 고객들도 늘어나는 추세여서 은행권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례로 지난 10월25일 대출을 받았다 치면 한달이 지난 11월26일까지 이자를 납부해야 한다. 그러나 이날 10일치만 이자를 납부하게 될 경우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지 않는다. 이자를 내야 하는 기간을 10일 더 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한의 이익 상실 기간이 1개월에서 2개월로 늘어난다 하더라도 이같이 이자만 조금씩 납부하게 되면 원금에 대한 지연부담금은 줄이면서 연체 기간만 보장받게 되는 셈이다.

기한의 이익 상실 기간을 연장하게 된다면 연체이자는 줄어드는 대신 오히려 연체자들을 양산하도록 부채질을 하게 되는 꼴이다. 연체금액도 한달치에서 두달치로 늘어나게 돼 연체규모도 커지게 마련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체이자를 내는 금액이 줄 수 있어도 연체 하는 사람들은 계속된다"며 "1개월의 기간이 2개월이 되더라도 어차피 2개월 되기 전에 갚아야 하기 때문에 연체이자는 결국 똑같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지만 그 수는 많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병래 금융위 금융서비스 국장은 "그간 1개월이 지나면 기한이 상실돼 지연배상금이 늘어나기 때문에 빨리 갚으려고 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면서 "건전성 분류 기준에 있어서 요주의로 늘어날 수 있지만 국제적으로 비교하면 고정 이하가 중요하기 때문에 염려할 수준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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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 기자 (s89115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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