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종료 1분 남기고 우승 확정 ‘K리그 첫 더블’
울산과 우승 결정전서 후반 추가시간 5분 결승골
올 시즌 FA컵 우승 이어 6년 만에 K리그 정상
전설적인 메이저리그 선수 요기 베라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얘기는 비단 야구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포항이 바로 그것을 보여줬다.
포항은 1일 울산 문수 월드컵 경기장에서 벌어진 울산 현대와 현대 오일뱅크 2013 K리그 클래식 최종 라운드에서 후반 추가시간 5분 골문 앞 혼전 상황에서 나온 김원일의 결승골로 1-0으로 이겼다.
이날 경기에서 이기기만 하면 역전 우승을 할 수 있었던 포항은 지난 2007년 이후 6년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역대 5번째 K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특히 포항은 올 시즌 대한축구협회(FA)컵 우승에 이어 K리그와 FA컵 역대 최초로 더블을 차지하는 대위업을 이뤘다.
단일리그제로는 K리그 출범 후 처음으로 마지막 경기가 우승 결정전이 된 울산과 포항의 만남은 그야말로 치열했다.
전반은 서로 상대를 압도하기 위한 강력한 몸싸움으로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포항은 김원일, 신광훈, 김재성이 전반에 모두 경고를 받았고 울산 역시 김치곤과 박동혁 등이 경고를 받았을 정도로 몸싸움으로 기선을 제압하려 애썼다.
일진일퇴의 공방 속에 득점없이 전반이 끝난 가운데 반드시 승리해야만 역전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포항이 후반 초반 일찌감치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황선홍 감독이 후반 8분 황지수를 빼고 박성호를 투입시킨데 이어 후반 12분에는 노병준 대신 조찬호를 교체 투입시키며 공격을 강화했다.
박성호와 조찬호가 그라운드로 들어간 이후 포항은 후반 내내 울산을 괴롭혔다. 박성호, 조찬호, 고무열 등이 울산의 수비를 휘저으며 득점을 노렸다. 그러나 이때마다 울산의 강력한 수비와 함께 최근 대표팀 넘버원 골키퍼 자리를 노리고 있는 김승규의 선방이 이어지며 포항의 공세를 막아냈다.
울산도 고창현과 마스다, 최성환을 투입시키며 수비를 강화, 포항의 공세를 막아내기에 애썼고 포항도 후반 38분 고무열을 빼고 신영준을 투입시켜 마지막까지 골을 뽑아내기에 애썼다.
후반 추가시간이 4분이 선언된 가운데에서도 포항은 끝까지 울산을 밀어붙였지만 울산의 침착한 수비와 골키퍼 김승규의 안정적인 방어가 이어졌고 결국 울산의 우승이 확정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마지막에 대반전이 일어났다. 포항의 프리킥 상황에서 대혼전이 일어났고 김원일이 이를 놓치지 않고 골로 연결시키면서 울산의 골문이 열렸다.
포항의 결승골이 나오자 포항은 울산에서 '영일만 친구'를 합창했고 울산 팬들은 눈앞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상황에 한동안 할 말을 잃었다.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리면서 포항의 원정 팬들은 환호성을 올린 반면 울산 홈 팬들은 눈물을 터뜨렸고 대표팀 '넘버원' 골키퍼로 각광받고 있는 김승규 역시 마지막을 지켜내지 못하고 쓰러지고 말았다.
한편 3위 전북 현대와 4위 FC 서울의 경기도 흥미진진했다.
이 경기 역시 전북이 최소한 비기면 3위를 확정짓지만 서울이 이길 경우 순위가 뒤바뀔 수 있었다. 여기에 울산 김신욱이 경고 누적으로 결장하면서 올 시즌을 19골로 마친 사이 데얀이 한 골만 추가할 경우 득점왕에 오를 수 있는 경기이기도 했다.
득점왕 대결에서는 결국 데얀이 웃었다. 데얀은 전반 41분 최효진과 일대일 패스를 주고 받은 뒤 전북의 골문을 열어 김신욱과 같은 19골째를 넣었다. 데얀은 더 이상 골을 추가하지 못했으나 출전 경기수에서 김신욱보다 적어 3년 연속 득점왕에 올랐다.
그러나 마지막에 웃은 것은 전북이었다. 전북은 0-1로 뒤지던 후반 41분 이날 경기를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하는 김상식이 페널티킥으로 동점골을 넣으며 1-1로 비겼다.
이밖에 K리그 클래식 상위 스플릿의 또 다른 경기에서 인천이 수원 삼성에 2-1로 이기고 올시즌 스플릿 라운드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승리를 거뒀다. 인천은 전반 20분 남준재의 선제골로 앞서갔으나 후반 28분 산토스에게 동점골을 내줬다.
하지만 인천은 후반 추가시간 3분 이효균이 결승골을 넣으며 승리를 확정지었다. 올시즌을 끝으로 인천을 떠날 것이 거의 확정된 설기현은 남준재와 이효균의 골을 모두 어시스트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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