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의 H조 '재앙급 16·8강 상대들'
16강 가면 독일·포르투갈·가나·미국 가운데 한팀과 대결
8강 가더라도 아르헨티나·프랑스 버티고 있을 가능성
내심 최초의 ‘원정 8강’도 내다보는 홍명보호 바람은 이뤄지기 어려워 보인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7일(한국시각) 브라질 바이아주 코스타 두 사우이페서 모델 출신의 브라질 인기배우 페르난다 리마와 남편이자 브라질 배우 로드리고 힐버트의 진행 속에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조 추첨에서 벨기에(FIFA랭킹 11위)-알제리(26위)-러시아(22위) 등과 함께 H조에 묶였다.
일단 세 팀은 역대 한국 축구 A매치에서 붙어봤고, 괜찮은 성적을 올렸던 팀들이다. 벨기에와는 지난 1990 이탈리아 월드컵과 1998 프랑스월드컵에서 두 차례 만나 1무1패를 기록했다. 이탈리아 월드컵에서는 0-2 완패했지만,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차범근 감독의 경질이라는 악조건 속에도 1-1 비겼다.
물론 당시와 지금의 벨기에 전력은 확연히 다르다. 첼시에서 뛰고 있는 에당 아자르를 비롯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마루앙 펠라이니도 버티고 있다. 벨기에가 스위스와 함께 가장 톱시드답지 못한 유럽팀이라는 평가가 있긴 하지만 강력한 체격 조건을 바탕으로 한 전력을 구성, '황금 세대'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또 러시아와는 지난달 UAE에서 맞붙어 1-2 역전패 당하기도 했다. 물론 당시 러시아는 1.5군이긴 했지만 김신욱이 선제골을 넣었을 정도로 자신감을 가져볼 수 있다. 파비오 카펠로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와 한차례 만나본 경험은 큰 자산이다.
여기에 알제리는 가장 아프리카답지 않은 아프리카 팀이다. 역대 전적에서도 한국이 1승을 거두고 있다. 아프리카라기보다는 중동팀에 가깝다. 최근 한국 축구가 이란 등 중동팀에 여러 차례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전력만 잘 추스른다면 1승의 제물로 손색이 없다.
게다가 알제리는 첫 출전이었던 1982 스페인 월드컵에서 2승 1패의 전적을 거두고도 골득실에서 밀려 조별리그 통과에 실패한 뒤 2무 4패로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번 아프리카 예선에서도 2라운드에서 부르키나 파소에 1차전에서 2-3으로 져 탈락 위기에 몰렸지만 홈경기에서 1-0으로 이겨 원정 다득점 원칙으로 가까스로 본선을 밟았다.
강호들이 득세한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 이 정도 조편성이라면 한국의 역대 월드컵 출전 가운데 가장 좋은 조에 편성됐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이 16강에 나가게 되더라도 '비단길'을 걸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비단길'이 아니라 '가시밭길' 또는 백척간두의 벼랑길이다.
16강에 나간다면 G조 1위팀이나 2위팀과 8강 진출을 놓고 다투게 된다. G조에는 독일, 포르투갈, 가나, 미국이 있다. 미국이 이 가운데 가장 전력이 떨어진다고 봤을 때 독일, 포르투갈, 가나와 만날 가능성이 높다.
설령 이들 팀을 물리치는 이변을 일으키고 8강에 간다고 하더라도 이번에는 E조와 F조의 강호들이 기다리고 있다. E조에서는 프랑스와 스위스가 있고 F조에는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등이 기다리고 있다.
물론 이러한 예상은 한국 축구대표팀이 조별리그를 통과했을 때 얘기다. 일단 대표팀은 지난달 러시아와 평가전을 복기하고 알제리와 벨기에 전력을 분석하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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