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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들이 당신의 비트코인을 노리고 있다


입력 2013.12.13 10:37 수정 2013.12.13 17:24        윤정선 기자

<비트코인, 화폐혁명 앞으로③>'익명성'으로 금융실명제, 자금세탁 등 지하경제 자금줄 형성 가능성 높아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뜨고 있다. 올해 초 키프로스 금융위기때부터 대안 통화로서 주목받은 후 전세계적으로 화폐로서의 가치를 인정하는 바람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선 비트코인을 받는 오프라인 상점까지 생겼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화폐인지에 대한 유권해석이 상반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비트코인을 악용한 금융실명제 위반, 자금세탁 가능성 감시 등을 이유로 화폐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달리 국내 최대 비트코인 장터인 한국 비트코인거래소(코빗)은 전세계로 부는 비트코인 확산 흐름에 뒤쳐질 수 있다며 응수하고 나섰다. 논란이 가중되는 속에서도 비트코인 몸값은 금값으로 치솟고 있어 비트코인에서 시작된 화폐혁명이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가치가 폭등하면서 새로운 화폐와 투자 상품으로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영국 시사 주간지 '스펙테이터' 기사 캡처)

# 앞으로 2020년 겨울. 현금이나 카드보다 비트코인이 새로운 결제수단이 됐다. 금융회사 대표 A씨는 어느날 출근 후 해커로부터 한 통의 이메일을 받는다. 이메일에는 "당신 회사의 1급기밀을 털었다. 1000비트코인을 오늘까지 내놔라"라는 내용의 협박 편지였다. 결국, A씨 회사는 해커에게 비트코인을 입금했다. 해커는 곧바로 비트코인을 달러로 바꾼 후 종적을 감췄다. A씨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익명으로 거래되는 비트코인인지라 협박범을 찾을 도리가 없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 A씨가 협박범에게 입금한 1000비트코인은 얼마나 될까. 비트코인 최고가를 기록한 지난달 29일 1242달러/BTC로 환산했을 때 1000비트코인은 13억 정도 된다.

상당한 규모의 돈인데도 비트코인 계좌를 역추적해 잡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최근 전세계적으로 부는 비트코인 열풍에 몸값이 금값이 돼 화폐혁명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에 대한 반응은 복잡하다. 미국의 경우 수익을 보장해주겠다며 비트코인을 모은 사기행각 이유로 미국 법원은 이 일을 벌인 트렌든 셰이버스란 인물에게 올해 8월 사기죄를 물었다. 이는 이는 가상화폐 비트코인을 유가증권으로 인정한 판례로 볼 수 있다. 현재 미국 재무당국은 비트코인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독일 정부는 기업이 비트코인으로 거래하려면 당국의 승인을 받게 하고 비트코인을 금액을 계산하는 단위로 인정했다. 과세의 포석을 깔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에서는 미국 재무 당국이 비트코인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독일의 조치도 과세의 포석을 깔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4개 기관은 최근 실무자 회의를 열고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비트코인 발급주체가 모호하고 금융실명제 위반, 자금세탁 가능성 등 악용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비트코인 발급 주체는 '개인에 의한 생성'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비트코인은 지난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정체불명의 인물이 개발한 온라인 가상화폐다.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에 대해선 37세의 일본인이라는 것 외에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금융권에선 비트코인을 만든 사람이 알려지지 않아 그 목적이 의심스럽다는 입장도 나온다.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은 성격상 달러보다 금에 가깝다. 금이 한정돼 있듯 비트코인도 2145년까지 2100만개가 발행되도록 프로그램화 돼 있다. 이런 이유로 비트코인을 생성하는 과정을 금과 같이 '채굴한다'고 표현한다.

또한, 비트코인 수요가 많아질수록 '채산성'도 떨어진다. 따라서 초기 비트코인이 잘 알려지지 않았을 때 채굴한 사람은 지금 채굴한 사람보다 큰 이익을 봤다. 여기서 비트코인 창시자나 관계자들이 큰 이익을 챙겼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해진다.

비트코인의 최대 장점이자 단점은 익명성이다. 비트코인의 '거래내역'은 투명하지만, '거래주체'의 익명성은 보장하고 있다. 금융실명제와 배치되는 부분이다. 또한 계좌를 만드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고 만들어진 계좌를 막을 수도 없다. 일각에선 비트코인이 해커나 마약상의 불법자금, 자금세탁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행인 점은 모든 인터넷 활동에 IP와 접속 시간 같은 흔적을 남길 수 있으며 게다가 비트코인 시스템은 누구나 접속하고 들여다 볼 수 있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란 점이다.

이에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비트코인이 법정화폐가 될 것인지는 논의 대상도 안 된다"고 선을 그으면서 "수용성, 가치 변동성 등으로 봤을 때 발전하기 쉽지 않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아직은 비트코인을 화폐로 보기보다 백화점의 상품권이나 카드사의 포인트 또는 항공사의 마일리지로 보는 게 더 맞다.

하지만 항공사나 카드사가 망하면 마일리지와 포인트는 무의미해진다. 비트코인은 발급 주체가 개인 대 개인이므로 망할 가능성은 없다. 반대로 가치가 크게 떨어지거나 사용할 곳이 없어지면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법정화폐도 아니므로 안정성이 크게 떨어진다.

비트코인 거래량으로 봤을 때 세계 2위인 중국에선 이미 비트코인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지난 5일 중국 인민은행, 공업정보화부 등 5개 부처는 비트코인을 '유통할 수 없는 화폐'로 정의하며 금융기관과 결제기관에 온라인 화폐의 매매거래를 금지했다. 아울러 돈세탁과 같은 악용될 소지가 있어 취급업자에겐 고객의 신분을 파악하라고 주문했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도 "비트코인이 갖는 통화로서의 본질적인 가치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며 "비트코인은 '거품'이다"고 가치를 깍아내렸다.

한편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나'라는 논리로 비트코인 시장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김진화 한국비트코인거래소(코빗) 이사는 "비트코인이 성장해온 것은 그 혁신성과 가능성에 주목해온 민간에 의해서였지, 정부의 인정이나 육성정책에 힘입은 것이 아니다"고 쏘아붙였다.

이어 "이 새로운 혁신의 도구와 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글로벌 혁신의 흐름에서 한국만 고립되거나 도태되는 일이 없도록 민관이 함께 생산적인 논의를 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정선 기자 (wowjot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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