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대대적인 여자 연예인의 성매매 사건을 수사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데일리안DB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과연 이번엔 검찰을 통해 암암리에 루머로만 나돌던 연예계 음지의 실태가 낱낱이 공개될 수 있을까?
검찰이 대대적인 여자 연예인의 성매매 사건을 수사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렇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커지는 법. 벌써부터 이번 검찰 수사가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여자 연예인이 30여명이 연루된 성매매 사건, 분명 한국 사회를 뒤흔들 만한 초대형 태풍이지만, 실제 영향력은 찻잔 속의 태풍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2일 오후 한국 사회가 들썩였다. 매스컴을 통해 수원지검 안산지청(지청장 김회재)이 여성 연예인 수십 명이 연루된 연예인 성매매 수사를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이 보도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톱스타 A와 B 등은 검찰 소환 수사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연예인을 직접 소환해서 조사하는 일은 결코 흔치 않은 일이다. 혐의가 매우 구체적으로 드러날 지라도 유명 연예인을 검찰로 직접 부르는 소환 조사는 가장 늦게 진행하곤 하기 때문이다. 연예인의 경우 검찰에 소환됐다는 사실 만으로도 사회적인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두 명의 여자 연예인이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으며, 30여명의 여자 연예인이 수사 선상에 이름을 올렸고 검찰은 이들에게 성매매를 알선한 성매매 브로커까지 확보했다. 초대형 태풍이 한국 사회에 근접해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13일 오전 증권가 정보지 등을 통해 확산되고 있는 ‘연예인 성매매 리스트’는 벌써 10여명을 넘겼다. 이미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여자 연예인 A와 B는 한 때 톱스타의 자리에 올라 왕성한 활동을 펼쳤던 이들이지만 지금은 모두 30대로 활동이 뜸해진 상황이다.
워낙 인기 스타였으며 뉴스메이커였던 이들이라 이들이 성매매를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파장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12일 오후 20대 톱스타 C와 D 등 두 명의 이름이 더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들은 모두 지금 한창 왕성하게 활동하는 현역 톱스타들이다. 따라서 그 파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13일 오전에는 이름이 거론되는 연예인이 10여명으로 늘어났다. C와 D처럼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며 톱스타의 반열에 올라 있는 이들도 있고 특정 사연으로 연예계 활동을 중단한 여자 연예인들도 있다. 그런가 하면 나이가 40대인 여자 연예인의 이름까지 거론되고 있다. 만약 이들 모두가, 아니 이 가운데 절반가량 만이라고 성매매 의혹으로 기소된다면 한국 사회는 엄청나게 요동칠 것이다.
반면 검찰 분위기는 그리 좋지 않다. 이번 수사의 첫 단추는 우선 성매매 브로커를 구속 수사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미 지난 8월 검찰은 두 차례나 해당 브로커의 구속 영장을 법원에 신청했지만 두 번 모두 기각 당했다. 법원의 영장 기각 사유는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는 것이었지만 기본적으로 해당 브로커의 혐의를 입증할 구체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는 게 문제가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예인 성매매 수사의 경우 우선은 관련자들의 진술을 확보하는 것으로 수사가 시작돼 브로커를 검거한 뒤 브로커를 통해 성매매에 나선 여자 연예인 관련 증거를 확보하고, 또 성매수에 나선 남성들 관련 증거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수사가 진행된다. 그렇지만 검찰은 관련 진술은 확보했지만 혐의를 구체적으로 입증할 만한 구체적인 증거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8월 두 차례 구속 영장 기각 이후 4개월여가 흘렀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증거 확보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어찌 보면 해당 브로커와의 접점이 많은 톱스타 A와 B를 검찰에 소환해 조사를 벌인 것이 검찰의 승부수였을 지도 모른다. 연예인 직접 소환은 이번처럼 그 사실이 매스컴에 알려지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검찰은 톱스타 A와 B의 소환 조사에서도 성매매 관련 혐의를 입증할 만한 별다른 증거를 확보하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톱스타 A와 B가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이 매스컴에 보도되면서 검찰의 수사 진행 상황을 관련 루머가 훨씬 앞서가는 상황까지 초래했다. 벌써 루머들은 10여명의 여자 연예인 실명을 거론하며 이들이 이번 검찰 연예인 성매매 사건의 수사 선상에 이름을 올렸다고 떠들어대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나돌고 있는 리스트가 터무니없다는 반응이다. 물론 해당 브로커와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톱스타 A와 B의 수사가 원활히 진행될 경우 수사 선상에 오른 다른 여자 연예인까지 수사가 확대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현재 상황에선 A와 B의 혐의 입증 자체도 버거운 분위기라고 한다.
검찰 주변에선 이미 B는 무혐의 쪽으로 검찰 수사 방향이 굳어져가고 있다고 한다. A 역시 “해당 브로커와 친분은 있지만 성매매에 연루되진 않았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데 검찰이 아직 이런 주장에 반박할 증거나 정황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금 루머로 나도는 리스트의 여자 연예인이 실제 검찰이 확보한 성매매 혐의 여자 연예인의 리스트와 일치하는 지 여부도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상황만 놓고 보면 오히려 검찰이 연예계 루머만 양산하고 있는 꼴이다.
연예인 성매매 수사는 증거를 확인해 기소까지 이뤄지는 과정에 매우 어려운 수사이며, 기소가 이뤄질 지라도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기도 어렵다. 우선 혐의에 연루된 연예인과 성매수 남성이 실제로 성관계를 가졌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어려우며, 성관계를 가졌을 지라도 상호 동의하에 이뤄진 성관계는 사법 처벌 대상이 아닌 사생활이다.
결국 검찰이 성관계를 대가로 금품이 오간 정황을 확보해야 하는 데 여기에서 어려움이 크다. 행여 금품이 오간 정황을 포착했을 지라도 당시 연인 관계였던 터라 선물 형식이었다고 주장할 경우 이에 반박할 증거가 있어야 한다. 연인에게 준 선물로 준 고가의 물건이나 현금과 성매매 대가로 오간 금품을 구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여자 연예인의 성매매와 부적절한 스폰서 관계 등이 성행하고 있다고는 알려져 있지만 수사기관을 통해 사법 처리된 사례는 거의 없는 것이다.
2000년대 이후 수사 기관이 이러한 연예인 성매매 관련 수사를 벌인 것은 두 차례 정도 된다. 우선 2002년 검찰이 대대적인 연예계 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일부 여자 연예인의 성매매 정황을 포착했다.
당시 검찰은 중간 수사 브리핑 과정에서 “곧 연예인 성매매의 실체가 드러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지만 수사는 슬그머니 종결됐다. 한창 수사기 진행되던 와중에 담당 검사가 지방으로 발령을 받으며 수사팀 담당 검사가 바뀐 것이 결정적이었는데, 이로 인해 연예인 성매매에 연루된 정치권 인사들의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고 장자연 문건 파문 당시에도 고인이 남긴 소위 ‘장자연 문건’을 중심으로 여자 연예인의 술자리 접대 강요와 성상납 의혹이 경찰과 검찻의 수사 대상이 됐지만, 그 당시에도 별다른 성과 없이 수가가 마무리 됐다.
그렇지만 두 차례 검찰 수사는 엄청난 부작용을 남겼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각종 리스트가 나돌며 성매매 연루 연예인 관련 루머만 양산했기 때문이다. 이번 검찰의 대대적인 여자 연예인 성매매 수사 역시 수사 결과는 없고 루머만 양산하는 ‘찻잔 속의 태풍’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거듭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보통의 ‘찻잔 속의 태풍’과 달리 괜한 루머만 남기고 결과 없이 마무리 될 경우 이번 검찰의 연예인 성매매 수사는 ‘찻잔 속만 오염시킨 태풍’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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