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성매매 약식기소? '루머 불끄려다...'
'약식기소 연예인 리스트' 진위여부 논란
새로운 루머 불지펴 또 다른 희생자 속출
참으로 묘한 상황이다. 검찰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새로운 루머를 만들어내고 있다. 수사 내용을 둘러싼 루머가 사회 전반에 엄청난 논란을 야기하는 상황으로 연결된 터라 급하게 수사 결과를 발표해 루머를 잠재우려던 검찰은 모호한 수사 결과 발표로 인해 새로운 루머만 더욱 양산하고 말았다.
‘여자 연예인의 성매매’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기 위한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는 별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검찰의 수사 사실이 알려진 직후 엄청난 루머가 양산됐다. 검찰이 여자 연예인 30여명을 대상으로 한 대대적인 연예인 성매매 수사를 진행 중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온 뒤 루머 시장에선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른 여자 연예인이 누군지에 대한 루머가 폭증했고 이내 ‘연예인 성매매 리스트’라는 것이 만들어 지기도 했다.
이에 검찰은 루머가 증폭되는 것을 경계해 최대한 빨리 수사를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결국 19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 브리핑 시간을 가졌다. 관련 수사를 담당한 수원지검 안산지청은 기자 브리핑에서 “브로커 1명, 돈을 주고 성관계를 한(성매수를 한) 사업가 1명 등 2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성매매 여성 9명과 성매수 남성 사업가 1명 등 10명을 벌금형으로 약식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 브리핑은 검찰의 수사 내용보다는 풍문으로 떠도는 루머의 진위 여부를 가리는 자리에 가까웠다. 기자들이 조혜련 신지 이다해 윤은혜 등 루머에 휘말린 여자 연예인의 이름을 한 명씩 거론하며 질문하면 검찰 측이 “관계없습니다” “수사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등의 답변을 했다. 이처럼 기자들은 루머의 ‘연예인 성매매 리스트’를 들고 가 검찰 발표에 따라 한 명 씩 이름을 지워나가는 행태로 기자 브리핑이 진행된 셈이다.
문제는 검찰의 다소 모호한 발표 내용이었다. 우선 성매매를 한 혐의로 약식 기소된 9명의 여성은 연예인일까. 이 부분에 대해 검찰은 “드라마나 영화에 한두 번 출연하긴 했지만 연예인이라 부르기엔 어려운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관건은 이름과 얼굴이 알려진 유명 연예인이 포함됐느냐 인데 이 부분에 대해선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워낙 일반인들도 예능 프로그램 등에 잠깐씩 출연하는 사례가 많아졌으며 이를 통해 잠시 유명세를 얻었다 잊히는 이들이 많아 누구까지를 연예인으로 구분해야 할지가 명확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결국 검찰은 약식 기소된 이들에 대해선 최대한 자세한 언급을 회피했다. 따라서 스타급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연예계 활동을 했던 이들도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지만 검찰은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더욱 눈길을 끄는 부분은 루머에 휘말린 유명 여자 연예인 가운데 유독 한 명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자들이 루머에 휘말린 여자 연예인들에 대해 질문하는 과정에서 검찰은 대부분의 여자 연예인에 대해 “이번 수사와 무관하다”며 해당 연예인에 대한 루머가 사실 무근임을 분명히 했다.
세 명의 유명 여자 연예인이 수사 선상에 이름을 올렸으며 이 가운데 두 명은 소환 조사를 벌인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혔다. 그렇지만 범죄 혐의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국 이들 세 명의 유명 연예인은 실제로 검찰의 수사 선상에 이름을 올렸지만 범죄 혐의가 드러나지 않았으므로 성매매와는 무관하다는 점이 검찰 수사를 통해 명확하게 밝혀진 셈이다.
그런데 유독 한 명의 유명 여자 연예인에 대해서는 “그 부분은 언급할 수 없다”고만 답변했다. 이로 인해 루머 속 ‘연예인 성매매 리스트’에서 한 명 한 명 이름을 지워나가던 기자들 가운데 일부는 그의 이름에 동그라미를 쳤고 일부 기자는 그의 이름 역시 지웠다.
그러다 보니 일부 언론에선 ‘약식 기소된 여성 가운데 유명 연예인은 없다’는 기사가 나왔고 일부 언론에선 ‘약식 기소된 여성 가운데 유명 연예인은 한 명 뿐’이라는 상반된 기사가 나왔다. 이로 인해 검찰 발표 직후에는 문제의 한 명이 누군지를 두고 설들이 난무했다.
하루 뒤인 20일 부터는 상황이 묘하게 돌변했다. 이번엔 또 다른 리스트가 나돌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약식 기소 여성 9명 리스트’다. 여기엔 유명 여자 연예인의 이름이 한 명 포함돼 있으며 유명 연예인은 아니지만 한때 상당히 유명세를 가졌던 연예인과 이름이 같은 이들도 눈에 띈다.
또 다른 리스트의 등장으로 검찰이 상당히 당혹스러워하고 있다고 한다. ‘연예인 성매매 리스트’ 등 관련 루머를 모두 잠재우기 위해 가진 기자 브리핑이 오히려 새로운 루머만 만들고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 나돌고 있는 ‘약식 기소 여성 9명 리스트’ 역시 사실 여부가 불명확하다. 이것 역시 누군가가 만들어낸 허위 내용을 바탕으로 한 루머라면 여기에 이름을 올린 여성들이 ‘루머 최초 유포자 검거’를 바라는 고소를 제기하는 상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문제의 ‘약식 기소 여성 9명 리스트’가 사실이라면 검찰이 곤란해질 수 있다. 기자 브리핑 당시 비공개로 했던 약식 기소 대상자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외부로 어떤 경로를 통해 외부로 유출된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검찰의 약식 기소가 이들이 유죄임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는 부분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약식 기소를 해 재판을 치르지 않을 지라도 이들의 유무죄를 결국 결정하는 것은 법원이다. 검찰은 기소를 하는 기관일 뿐 유무죄를 가려내는 것은 법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약식기소로 법원에서 벌금형을 받을 경우에도 피의자가 정식 재판을 신청할 수 있고 정식 재판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미 분위기는 약식 기소된 9명의 여성이 모두 유죄를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무죄추정의 원칙’이 헌법적 가치인 대한민국에서 이런 상황은 분명 이번에 약식 기소된 이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
항간에선 검찰의 약식 기소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성매매와 같은 중범죄를 정식 기소가 아닌 약식 기소한 것은 그만큼 수사가 빈약하다는 반증이라는 것. 갑자기 비밀리에 진행 중이던 수사 내용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각종 루머가 꼬리를 물기 시작하는 데 부담을 느낀 검찰이 급하게 수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약식 기소를 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연예인 입장에서도 정식 기소보다는 약식 기소가 좋을 수 있다. 정식 기소가 되면 재판을 거쳐야 해 매스컴에 실명이 공개되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약식 기소를 통해 벌금형을 받을 지라도 재판을 거치지 않는 만큼 조용히 넘어갈 수도 있다.
연예인들은 재판에 대한 공포감이 크다. 공판 때마다 엄청난 취재진이 법원으로 몰려 들 것이며 재판 내용이 그대로 기사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억울한 부분이 있을 지라도 약식기소로 재판 없이 사건을 마무리 지으려 하는 연예인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소문을 통해 약식기소된 부분이 알려지면 매스컴에 실명이 보도되는 것과 거의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벌금형을 받아들이면 성매매 혐의를 해당 연예인이 인정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따라서 만약 지금 세간에 떠돌고 있는 ‘약식 기소 여성 9명 리스트’가 사실이라면 일부 대상자가 정식 재판을 요구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이미 알게 모르게 본인의 실명이 거론되고 있다고 여긴다면 차라리 정식 재판을 받아 무죄를 받아내는 것이 향후 연예계 활동에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까지 연출되면 검찰은 더욱 곤란해진다. 게다가 재판을 거쳐 약식기소 됐던 여자 연예인이 무죄를 받게 되면 검찰은 무리한 수사와 기소에 대한 엄청난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연예인 성매매의 경우 진술을 제외하면 명확한 증거가 확보되기 어려운 영역이라 재판에서 누가 승소할 지를 가늠하기 어려운 영역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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