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1일 오전 9시 조선중앙TV 등을 통해 육성으로 발표한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하고 남한 당국의 호응을 촉구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1,2면에 김정은 신년사를 실었다.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1일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 의사를 밝힌 의도는 국제사회를 겨냥해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기 위한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특히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한 이후 국제사회에서 인권유린 문제를 지적받자 고립을 피하려는 제스처로도 해석되고 있다.
김정은은 이날 오전 9시 조선중앙TV 등을 통해 육성으로 전달한 신년사에서 “북남사이 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마련해야 한다”며 남한 정부에 호응을 촉구했다.
이는 북한이 지난해 3차 핵실험 감행, 개성공단 폐쇄, 이산가족 상봉 무산에 이어 연말까지도 강도 높은 말 도발 위협으로 남북관계를 경색시킨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어서 그 속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새해 첫날 ‘남북관계 개선’ 카드를 꺼낸 것은 한국보다는 미국, 중국 등 국제사회와의 관계개선을 노린 것으로 평가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북한이 당분간 4차 핵실험,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같은 무력도발은 자제할 가능성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급진적인 대남유화정책을 시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김정은은 집권 2년 동안 당국 내 체제 기반 다지기에 주력해 왔다”며 “이를 위해 그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 3차 핵실험과 장성택 숙청을 감행하면서 ‘김정은 체제’를 굳혀왔고, 이제 그 자신감을 발판으로 명실공이 1인자의 입지를 국제사회에 부각하고자 대외적인 행보를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러면서 “김정은으로서도 미국, 중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개선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현재 경색된 한반도 정세를 유화적으로 전환하는 모습이 필요했다”며 “이를 계기로 북한은 국제사회와 대화하려는 움직임을 확대해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북한은 과거 김일성 주석 사망 직후에도 ‘김정일 집권’ 초 5년 간 이렇다 할 외교행보를 보이지 않다가 2000년 초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합의되면서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정상회담도 관철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오랜 기간 정상외교에 나서지 않던 김정일 총비서가 2000년 남북정상회담 합의 이후 중국을 방문해 북중정상회담을 했다”며 “이후 러시아·미국 등과 정상회담을 추진한 전례를 비춰봤을 때 김정은도 남북관계를 먼저 개선하고 이어 중국, 러시아, 미국 관계도 개선하려는 전략적 계산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 선임연구원은 “특히 이번 신년사에서 김정은이 20년 전 김일성이 서명한 1994년 남북정상회담 관련 문서를 거론한 점은 큰 틀에서의 대남대화 제의 가능성도 시사한 것”이라며 북한이 대화 제의에 나설 수 있다고 추정, “당분간 4차 핵실험 등 대남 무력도발 가능성은 적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김정은은 이번 신년사에서 “위대한 수령님(김일성)께서 조국통일과 관련한 역사적 문건에 생애의 마지막 친필을 남기신 20돌이 되는 해”라며 “위대한 수령님과 장군님의 유훈을 받들어 올해의 조국통일운동에서 새로운 전진을 이룩하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김정은의 신년사가 ‘대외 이미지용’이라는 분석에는 동의하지만 “북한이 실제 대남도발을 일으킬 수 있는 변수는 신년사의 내용과 별개의 문제로 정부가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전 원장은 “김정은 신년사만을 두고 북한이 실질적으로 대남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평가하는 것은 잘못 해석된 측면이 많다”며 “이를 순수하게 북한의 유화 제스처로만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김정은은 지난해에도 남북관계와 관련, ‘대결상태 해소’, ‘북남 공동선언의 이행’을 언급했지만 이후 곧바로 3차 핵실험을 감행, 개성공단까지 폐쇄한 바 있다.
그는 또 “신년사 내용과 상관없이 실제 남북관계는 △북한 내부 안정성 △우리 정부의 대북자세 △북중, 북미 관계 여부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며 “특히 현재까지도 불안정한 북한 내부 상황을 고려한다면 향후 다양한 방식으로 대남 도발을 걸어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우리 정부가 미리 다각도로 북한의 위협 시나리오를 구상, 대비해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동열 치안연구소 선임연구관도 “북한은 통상 ‘강경모드’와 ‘온건모드’를 병행해 대남전략을 구사해왔다”며 “예상대로 지난해 연말까지 대남도발 수위를 끌어올려 갈등을 최고조로 한 뒤 이듬해 첫날 신년사를 통해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경색된 국면을 풀어보자는 식으로 대화를 제안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유 선임연구관은 “단, 이 때 북한은 우리 정부가 납득하기 힘든 이유를 내걸고 대화를 제안할 공산이 크다”며 “만약 우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시 북한은 ‘우리가 대화를 제안했는데 남쪽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도발의 명분을 내세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물론 현재 상황에서 북한도 천안함 폭침, 장거리 미사일 등 직접적인 무력도발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아마 올 초 한미연합 훈련을 전후로 사이버 테러나 말 도발 위협은 계속해서 병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정부는 2일 전날 북한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힌 것에 대해 확대 해석을 경계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이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김정은이 신년사를 통해 ‘북남 사이 관계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힌 것이 사실상 우리 측에 사실상 대화 제의를 한 것이 아니냐는 “그런 표현을 갖고 무엇을 제의했다고 해석될 여지는 별로 없다고 본다”고 답했다.
류 장관은 “이번 신년사의 가장 큰 특징은 레토릭(정치적 수사)이 강하지 않다는 것”이라며 “어떤 의도를 가졌는지 모르겠지만 차분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김일성 때는 신년사가 나오면 현실에 관철시키기 위한 움직임이 실제로 있었었지만 (김정일 이후) 공동사설부터는 실제 전개되는 걸 보면 상관성이 있나(할 정도로 정합성이 떨어졌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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