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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격침' 강심장 에우제비오의 추억


입력 2014.01.07 00:24 수정 2014.01.07 06:57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1966 월드컵 8강 북한전, 4골 1도움 맹활약

세상 떠났지만, 축구사에 영원히 빛날 명승부

축구 전설 에우제비오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유튜브 동영상 캡처)

1966 잉글랜드 월드컵 3대 화제는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의 우승, 북한 8강 진출, 그리고 5일(한국시각)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포르투갈 에우제비오의 신들린 활약상이다.

특히, 북한 천리마 군단과 에우제비오의 포르투갈이 벌인 8강전은 지금도 회자되는 명승부로 꼽힌다. 당시 홈그라운드 이점을 안고 우승을 노리던 잉글랜드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에우제비오는 심한 텃세에 시달렸다.

8강에서 북한에 덜미를 잡히길 간절히 바라는 잉글랜드 축구팬들의 염원은 에우제비오에게 큰 위협이 됐다. 북한이 '잉글랜드 2중대'나 다름없던 셈이다. 북한은 조 예선에서도 ‘우승후보’ 이탈리아를 격침시킨 만큼, 이변을 바라는 잉글랜드 팬들의 기대는 하늘을 찔렀다. 잉글랜드가 월드컵 토너먼트에서 치러야 할 ‘큰일’을 북한이 대신 처리하고 있었던 것.

운명의 8강전. 경기가 열린 구디슨 파크에선 북한을 향한 잉글랜드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전이 펼쳐졌다. 어디서 구해왔는지 대형 인공기까지 휘두르며 북한의 박두익을 목이 터져라 외쳤다. 또 한쪽에선 “에우제비오 아웃”을 외쳤다. 잉글랜드인지 북한인지 헷갈리는 장면이었다.

잉글랜드는 속된 말로 축구에 미친 나라다. 1966년 당시는 살얼음판 같았던 ‘냉전시대’임에도 축구에 사무친 잉글랜드 고위층은 북한을 물심양면 지원했다. 그중엔 북한 선수들을 집에 초대한 미들스보로 지역 시장도 있다.

미들스브로 시장은 북한축구에 대해 “생전 처음 봤다. 평균 신장 165cm임에도 과감하게 부딪치고 쉼 없이 달리며 볼도 기가 막히게 다룬다”며 “북한이 이번 월드컵에서 축구의 원형을 보여주고 있다. 당신들의 원초적 축구를 보면서 현실의 상념을 잊는다”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은 영화처럼 끝나지 않는다. 흑표범 에우제비오가 원맨쇼를 펼치며 달아오른 잉글랜드 전역에 찬물을 끼얹었다. 에우제비오는 0-3 뒤진 전반 중반부터 마술을 부리기 시작했다. 감각적인 논스톱 슈팅을 비롯해 스스로 얻은 페널티킥, 폭발적 드리블로 4골 1도움을 올리며 5-3 대역전 시나리오를 썼다.

망연자실한 북한 선수들 뒤로 에우제비오는 잉글랜드 관중을 향해 어퍼컷 세리머니를 날렸다. 그리고 현지 언론을 통해 “포르투갈의 사상 첫 월드컵 우승은 시간문제”라고 외쳤다.

그러나 바닥난 체력이 문제였다. 포르투갈은 이미 북한전에 전력을 쏟아 부었다. 결국 잉글랜드와의 4강전에서 지친 에우제비오는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했고, 결국 1-2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하지만 이 대회에서 9골을 터뜨린 에우제비오는 세계 축구사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선수로 기록됐다. 그는 “유럽의 펠레”라는 극찬을 들을 만큼 무결점 공격수였다. 특히 적대적이고 살벌한 잉글랜드 만원관중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강심장이 그의 가장 큰 무기였다.

에우제비오는 비록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빛나는 업적은 영원히 축구 팬들 사이에서 회자될 게 분명하다.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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