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적 지원 강화" 김정은 신년사에 대한 대답
"북 핵능력 고도화 차단" 핵 해법의 중간단계 설정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통일 기반 구축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통일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한반도 평화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대북 인도적 지원 강화, 통일공감대 확산을 위한 국제협력 강화”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올해 설에 이산가족상봉으로 남북관계에 새로운 계기를 만들었으면 한다”며 사실상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신년사에 화답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이날 박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해 대북 전문가들은 새해를 맞으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남북 양 당국의 기본 입장이 제시된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 해결에 대해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을 다시 한번 재천명한 것으로 분석했다.
김석우 전 통일부차관은 “박 대통령이 지금의 남북관계나 국제정세에 대해 정확한 통찰력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과 나아가 미국과 중국을 향해서도 동북아에서 대한민국이 주도하는 통일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고유환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앞서 김정은이 신년사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표명한 것에 대해 박 대통령이 이산가족상봉으로 그 첫발을 내딛자고 화답한 것으로 이로써 공을 북한으로 다시 넘긴 셈”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지금 국민 중에는 ‘통일비용 너무 많이 들지 않겠느냐, 그래서 굳이 통일을 할 필요가 있겠나’ 생각하는 분들도 계신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저는 한마디로 ‘통일은 대박이다’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세계적 투자전문가의 얼마 전 보도를 봤다. ‘남북통합 시작되면 자신의 전 재산을 한반도에 쏟겠다, 그럴 가치가 충분히 있다, 만약 통일이 되면 우리 경제는 굉장히 도약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며 “나는 한반도 통일은 우리 경제가 대도약할 기회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유라시아 철도나 DMZ공원 조성 등을 제시하면서 통일을 강조하고 나선 박 대통령의 태도는 역대 대통령에 비해 상당히 공세적이고 적극적이라고 판단했다.
송대성 세종연구소 소장은 “통일이 대박일 수 있다는 것은 통일이 됐을 때 북한에 인프라 구축사업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고용될 수 있는 것은 물론 한반도의 비핵화와 불필요한 이념대결로 야기되는 남남갈등도 없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김 전 차관도 “과거 독일의 통일을 앞두고도 통일비용을 걱정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15년이 지난 지금 통일비용보다 통일이익이 더 크다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다 확인된 사실이다. 우리가 독일보다도 더 침착하게 통일을 이끈다면 통일비용도 줄일 수 있다”면서 “지금도 남북이 통일되면 경제적 부담이 클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들은 이미 틀린 이론으로 선동하는 세력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고 교수는 박 대통령의 한반도 비핵화 의지 재천명 속에 포함된 북한 핵문제에 대한 변화된 입장도 지적했다.
그는 “이번에 박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를 말하면서 북한 핵능력의 고도화 차단이라는 발언으로 북핵 문제 해법의 중간단계 설정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는 주변 국가들과 긴밀히 협력하며 북한 핵능력의 고도화를 차단하고 북핵의 완전한 폐기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습니다”라며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 있는 걸음을 내딛는다면 남북한과 국제사회는 한반도의 실질적 평화는 물론 동북아의 공동 번영을 위한 의미 있는 일들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고 교수는 “과거 정권에선 북핵의 완전폐기를 밀어붙이면서도 핵능력 향상을 막지 못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고도화 차단이라는 단계를 설정해 일단 핵능력을 동결시키고 이후 핵 폐기로 가려는 것이 아닌지 주목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이어 “북측의 신년사나 남측의 신년 기자회견 모두 올해 양 당국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전기를 열어야 하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앞으로 6월 지방선거 등 여러 변수가 남아 있지만 남북한 모두 올해를 넘기면 앞으로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한다는 것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박 대통령의 기자회견 이후 통일부는 공식 브리핑을 열고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협의하기 위한 남북적십자 실무접촉을 10일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개최할 것을 제의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