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포 수혈' 홈런 르네상스 다시 열릴까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입력 2014.01.24 10:15  수정 2014.01.24 10:23

이승엽 일본 진출 후 스몰볼 대세로 자리매김

거포 부재 아쉬움, 용병 가세로 판도변화 예고

2년 연속 홈런왕에 빛나는 박병호는 2014 시즌 외국인 거포들의 거센 도전을 극복해야 한다. ⓒ 넥센 히어로즈

야구의 꽃은 홈런이다. 결정적 순간 터지는 한 방의 홈런이 팬들을 전율시키고 승부의 운명을 뒤바꿔놓기도 한다.

한국야구에서 홈런의 전성시대는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였다. 이승엽이라는 걸출한 토종 거포가 등장하며 한국을 넘어 아시아 홈런 기록까지 바꾸어놓았고, 외국인 타자들의 영입으로 한층 치열해진 홈런 경쟁이 불을 뿜었다. 한 시즌 40홈런을 넘어 50홈런을 때려내는 선수들도 나왔다.

야구도 시대의 흐름을 탄다. 2000년대 중반 이후 한국야구의 대세는 스몰볼로 변화했다. 감독들이 불확실한 타격을 믿기보다 마운드와 작전에 의존하는 야구를 펼쳤다. 장타 한 방을 쳐서 대량득점을 노리기보다는 팀 배팅으로 득점권에 주자를 보내놓고 적시타를 노리며, 강력한 불펜으로 1~2점차를 지키는 야구가 최근의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이러다 보니 선수들도 자연히 호쾌한 스윙보다는 공을 맞히는 타격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프로의 트렌드는 아마추어 야구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한국야구에 거포가 날로 급감하는 구조적 원인이다.

지난 시즌 일본과 미국에서 50홈런, 60홈런을 치는 타자들이 등장할 동안, 한국야구는 2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한 박병호가 37개를 쏘아 올리는 데 그쳤다. 박병호를 제외하면 30홈런을 넘긴 선수도 없었다. 2010년 이대호(44개)를 끝으로 이후 40홈런 이상을 넘긴 선수는 3년째 나오지 않고 있다.

올해 프로야구의 가장 큰 변화중 하나는 바로 외국인 타자들의 가세다. 2000년대 후반 들어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외국인 타자들이 다시 부활하면서 이제 각 팀마다 장타력을 갖춘 한 명이상의 외국인 거포를 보유하게 됐다. 팀마다 장타력의 강화는 좀 더 다양한 스타일의 야구를 펼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스몰볼 위주로 치우친 한국야구에 빅볼의 부활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최근 9개 구단은 각각 2014 시즌 활약할 외국인 타자들의 영입을 마무리했다. 경력 면으로 봤을 때 역대 최고수준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면면이 화려하다.

메이저리그 베테랑 경력의 루크 스캇(SK)은 빅리그에서만 통산 135홈런을 기록했고 호르헤 칸투(두산) 역시 104개의 홈런을 기록한 전형적인 거포형 타자다. 이들보다 메이저리그 경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에릭 테임즈(NC)나 펠릭스 피에(한화) 루이스 히메네스(롯데) 등도 마이너리그를 통해 장타력을 인정받으며 주목할 만한 대형타자들이다.

하지만 외국에서의 경력이 곧 한국에서의 성공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한국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 거론되는 타이론 우즈는 정작 메이저리그 경험을 전무한 무명 선수였다. 그러나 한국에서 홈런왕과 MVP, 한국시리즈 우승을 모두 석권한데 이어 일본까지 진출해 성공신화를 이어갔다. 반면 라이언 가코(전 삼성)같이 메이저리그 경력은 화려하지만 정작 한국무대에서는 적응에 실패해 조기 퇴출된 사례도 있다.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국내 선수들과의 경쟁을 통한 시너지효과가 더 기대된다. 이승엽이 국내 최고의 홈런타자로 성장하기까지는 타이론 우즈나 심정수 같은 경쟁자들의 존재가 좋은 동기 부여가 됐다. 힘과 기술을 갖춘 외국인 타자들의 영입이 그간 우물 안 경쟁을 펼치던 국내 선수들에게 자극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한국야구는 이승엽과 이대호 이후 장기간 꾸준한 활약을 보이는 토종 거포가 드물었다. 박병호, 최형우, 최정 등이 그 뒤를 잇고 있지만 아직은 무게감이 다소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높은 수준의 경쟁을 펼쳐야 선수들의 기량과 기록도 향상된다. 30홈런을 넘어 40홈런, 50홈런을 목표로 뛰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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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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