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홍명보호의 최전방 공격수 자리는 유럽파가 아닌 국내파, 김신욱(왼쪽)과 이근호의 차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 연합뉴스
2014 브라질월드컵을 대비한 장기 해외 전지훈련을 진행 중인 홍명보호에서 가장 주목할 요소는 역시 K리거들의 경쟁력이다.
유럽파 없이 국내 선수들만으로 구성된 현재의 홍명보호는 1.5군에 가깝다. 냉정히 말하면 절반 이상은 월드컵에 나가지 못할 선수들이다. 그러나 유럽파라고 해서 무조건 국내파보다 낫다는 것도 또 다른 선입견이다. 때로는 오히려 꾸준히 출장하고 기량을 키워온 국내파가 해외무대에서 고전 중인 유럽파보다 더 두각을 나타내는 포지션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김신욱(26·울산 현대)과 이근호(29·상주 상무)가 포진한 최전방 공격수 자리다. 둘은 지난해부터 홍명보호 공격진의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4-2-3-1을 주 포메이션으로 하는 홍명보호에서 2선 라인은 손흥민, 이청용, 구자철, 김보경 등 유럽파들이 강세를 나타냈지만 유독 원톱 자리에서는 적임자를 구하지 못했다. 박주영과 지동원의 동반 부진 속에 홍명보 감독은 K리그를 통해 여러 공격수들을 점검했지만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무주공산이 된 대표팀 최전방에서 기회를 잡은 것이 김신욱과 이근호였다. 김신욱은 지난해 11월 A매치 러시아-벨기에전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홍명보호의 원톱 0순위로 급부상했다. 러시아전에 이어 코스타리카전에서도 득점을 기록하며 A매치 2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다. 홍명보호 출범 이후 최전방 공격수가 득점을 기록한 것은 김신욱이 유일하다. 2골 모두 머리가 아닌 발로 기록하며 '헤딩용 선수'라는 편견도 극복했다.
이근호는 홍명보호 최고의 멀티플레이어로 꼽힌다. 허정무 감독 시절부터 조광래-최강희-홍명보 체제를 두루 거치며 꾸준히 중용되고 있는 멤버답게 최전방의 어떤 포지션에서도 자기 역할을 소화한다. 지난해 10월 말리전에서는 원톱으로 배치돼 비록 골은 넣지 못했어도 좋은 활약을 보여준 바 있다. 측면과 중앙, 선발과 조커 어떤 임무를 맡겨도 자기 몫을 해내는 이근호가 있기에 홍명보 감독은 훨씬 다양한 전술 옵션을 가질 수 있다.
김신욱과는 울산 시절 한솥밥을 먹으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합작한 경험도 있어 호흡도 잘 맞는다. 포스트플레이에 능한 김신욱이 수비를 끌어모으면 배후에서 수비 뒷공간을 파고드는데 능한 이근호가 나선다. 이 같은 빅&스몰 조합은 코스타리카전에서도 빛을 발했다.
유사시 이근호를 함께 최전방에 올려놓는 투톱 시스템도 가능하다. 박주영의 부활이 요원하고, 지동원 역시 아직 100% 컨디션 회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김신욱-이근호의 K리거 조합은 지금으로선 월드컵에서도 주전을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에 가깝다.
좌우 풀백 라인 역시 유럽파들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다. 홍명보호 출범 이후 부동의 좌우 풀백으로 자리 잡고 있는 이용(28·울산)과 J리거 김진수(22·니가타)는 이변이 없는 한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주전 1순위로 꼽힌다.
최강희 감독 시절만 해도 좌우풀백 라인이 매 경기 교체될 만큼 대표팀의 고질적인 불안요소였음을 감안하면 불과 6개월 만에 괄목할만한 성장이 아닐 수 없다.
현대축구에서 풀백의 전술적 비중은 점점 커지는 추세다. 초기에는 수비에서의 안정감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면 최근에는 늘어난 경험과 자신감을 배경으로 과감한 오버래핑과 크로스 등 공격가담에도 적극적이다. 박주호(마인츠)나 윤석영(QPR) 같은 유럽파들이 대표팀에서는 국내파에 밀려 주전을 장담할 수 없다는 상황도 좀처럼 보기 드문 진풍경이다.
물론 국내파 선수들이 브라질월드컵에서 확실한 주전을 차지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관문도 존재한다. 가장 불안한 부분은 역시 월드컵 경험을 갖춘 국내파 선수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근호와 김신욱은 4년 전 남아공월드컵 때도 전지훈련에 합류했지만 최종엔트리에는 낙마했다. 김진수와 이용은 A매치 경력 자체가 아직 부족하다. 경기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이라고 해도 월드컵 본선 같은 거대한 무대의 압박감을 이겨내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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