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윤진숙 해임은 '개각은 없다'는 메시지
야당의 계속되는 개각 공세 선긋고 조기 민심수습 의도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을 전격 해임하면서 악화된 여론 수습에 나섰다.
청와대는 이번 해임이 개인의 자질 문제에 따른 경질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야권의 이해관계는 사뭇 다르다. 민주당은 최근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사태와 관련한 실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물론 황교안 법무부 장관, 서남수 교육부 장관에 대한 해임도 촉구하고 있다.
앞서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6일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박 대통령은 잠시 전 윤 장관에 대한 정홍원 국무총리의 해임 건의를 받고, 윤 장관을 해임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어진 질문에서 민 대변인은 “전화로 건의됐다. 정 총리가 대정부질문 뒤 공관에서 윤 장관을 만나 해임을 결정했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결정은 윤 전 장관의 잇단 말실수로 악화된 여론을 수습하고, 개각론 확산으로 난관에 봉착한 정국을 정면으로 돌파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여기에 윤 전 장관에 대한 즉각적인 경질 자체가 개각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박 대통령의 단호한 의지를 의미한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윤 전 장관에 대한 해임이 사퇴가 아닌 경질의 형태로 이뤄진 점을 고려하면, 박 대통령은 윤 전 장관의 개인적인 문제에 따른 교체임을 부각하기 위해 이번 조치를 결정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현 부총리를 겨냥해 “앞으로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발언을 하는 공직자가 없기를 바란다”면서 “이런 일이 재발할 시에는 그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공직자들의 말조심을 주문한 지 열흘도 못가 윤 전 장관의 발언이 또 다시 구설수에 올랐고, 박 대통령은 경질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미 현 부총리에 대해 ‘옐로카드’를 꺼내든 상황에서 윤 전 장관의 실언을 용인하는 것은 박 대통령으로서도 명분과 실리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또 개각론을 통해 정권을 흔들고, 6월 지방선거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야권의 의도를 조기에 차단할 필요가 있었다.
실제 민주당은 2월 국회 임시회에서 현 부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겠다고 예고하는 등 강경대응을 시사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내각의 총사퇴와 청와대 비서진의 전면적인 인적 쇄신을 대통령에게 요구한다”면서 공세의 고삐를 당겼다.
다만 현 상황에서 개각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정부의 국정운영이 마비될 소지가 있고, 인사청문회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면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평론가는 “현실적으로 개각을 하려면 인선과정, 검증과정, 청문회까지 최소한 2개월 정도가 소요된다”며 “당연히 지방선거를 앞둔 3~4월이 청문회 정국이 될 수밖에 없다. 수도권 지역에서 필승을 다짐하는 정부 여당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후보들을 알릴 기회를 상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박 대통령의 의중이다.
이 평론가는 “정치권이 교체를 요구하는 장관에는 윤 전 장관뿐 아니라 현 부총리도 포함된다. 윤 전 장관에 대한 경질이 늦어졌다면 현 부총리까지 함께 끌려갔을 수도 있다”면서 “금융위기에 적극 대응해야 하는 정부의 입장에서 경제수장이 개각 대상으로 거론되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경제금융정책 기조를 그대로 이어가면서 현재 직면한 위기를 돌파해야 하는 상황에서 차라리 윤 전 장관을 경질해 ‘원 포인트’로 해수부 장관만 교체하겠다는 의지”라면서 “결국 개각이 아닌 장관 한 명에 대한 교체라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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