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에 사상 최대 과징금까지. 정부가 이동통신사들의 불법 보조금 근절을 위해 지난해 강력 제재를 가했지만 가이드라인(27만원)을 훌쩍 넘어선 보조금 경쟁은 여전하다.
특히 연말·연시 보조금 경쟁이 과열돼 방송통신위원회가 현장 조사까지 나섰지만 이통사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보조금을 쏟아부으며 가입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 국내 이통시장은 한 이통사가 보조금을 투입해 경쟁사 가입자를 빼앗아오면 이를 만회하기 위해 경쟁 이통사도 보조금을 뿌리며 가입자 유치에 나서는 소모적 마케팅 경쟁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방통위는 보조금 경쟁으로 인해 혼탁해진 번호이동 시장을 정화하기 위해 가이드라인까지 정해 보조금 수위를 조절하려고 했으나 이마저도 유명무실해진지 오래다.
여기에 보조금 경쟁을 주도한 사업자에 대해 영업정지 처분까지 내리는 고강도 제재를 가했으나 불법 보조금 투입은 계속되고 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는 마케팅 경쟁을 지양하고 서비스 경쟁을 하겠다고 공언해왔지만 실제 영업 현장에서는 치열한 돈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이통3사가 지출한 마케팅비만 8조원이 넘는다. 분기별로 2조원 가량의 마케팅비를 쏟아부으며 소모적 경쟁을 벌였고 그 부담은 상당부분이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 마케팅비를 줄여 요금을 낮추거나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데 투자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정부가 불법 보조금 경쟁을 막기 위해 더욱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할까? 영업정지를 받으면 그 기간동안 이탈한 가입자를 되찾기 위해 보조금 투입을 부추기는 부작용이고 있고, 과징금도 결국 소비자들에게 전가되는 비용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뾰족한 수가 아니다.
따라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에 거는 기대가 크다.
단통법은 가입 유형별, 요금제별로 보조금을 차별적으로 지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번호이동시 차별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해 가입자를 유치하는 행위가 사라지고 어떤 대리점에서 단말기를 구입해도 가격이 똑같기 때문에 차별적 보조금 지급이 근절될 수 있다. 통신사를 선택하는 기준도 보조금이 아닌 품질이나 서비스쪽에 무게를 두게 된다.
제조사들의 경우 단통법이 시행되면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지만 보조금 중심으로 유통되는 비정상적인 단말기 구조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분위기로 전환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이통사 입장에서 단통법 시행은 마케팅비를 줄여 수익 개선과 함께 서비스 경쟁을 할 수 있는 공정한 장이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결국 혼탁해진 시장을 안정화하는데 정부의 단속과 제재가 먹히지 않고 있어 단통법이 불법 보조금을 근절하는 마지막 보루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단통법 통과 여부가 아직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2월 임시국회에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가 여야간 정치 이슈에 집중해 정작 업계 현안인 ICT 법안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현재 미방위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 KBS 수신료 문제, 종편 승인 등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단통법이 처리되지 않으면 앞으로 폐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4월 임시국회 이후에는 6월 지방선거, 19대 국회 하반기 상임위 재편 등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내 이통시장을 멍들게 하는 불법 보조금 근절과 비정상적인 단말기 유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이번 임시국회에서 단통법 처리가 반드시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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