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일본프로야구에 첫발을 내딛는 오승환과 조노의 리턴매치는 그야말로 오승환 일본 진출사의 백미가 될 전망이다. ⓒ 연합뉴스
한 일본 야구선수의 솔직한 입담이 올해 초 화제가 됐다.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외야수 조노 히사요시(30)의 "AV 감상이 취미"라는 일본 스포츠 전문지와의 돌직구 인터뷰 때문이다.
AV는 성인용 영상(Adult Video)이다. 일본은 성인용 영상 시장이 4000억 엔에 이를 정도로 일본프로야구 구단 총연봉과 맞먹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흔히들 국내에서는 AV를 '야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요미우리 간판 외야수 조노의 취미는 우리가 볼 땐 '야동 감상'이다.
조노가 좋아할 다른 뜻의 야동이 더 있다. 바로 야구 동영상이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슬럼프에 빠졌을 때 자신의 좋았을 때 타격폼이나 투구 동작을 자주 돌려본다. 취미가 아닌 직업상 필요에 의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노는 2006년 카타르 도하서 열린 아시안게임 대한민국전 10-7 승리를 이끈 끝내기 3점 홈런을 잊지 못할 것이다.
오승환 '도하 굴욕' 사회인 조노
조노는 혼다 소속이던 아마추어 시절부터 이미 널리 알려진 유명 야구선수였다. 바로 오승환(32·한신)에게 도하 굴욕을 안긴 장본인이었기 때문. 카타르 도하서 열린 아시안게임 대한민국전에서 마무리 오승환을 상대로 끝내기 3점포를 쏘아올린 사회인 타자가 바로 조노였다.
당시 국내에선 "일본 사회인 야구에 패했다"는 식의 야유가 쏟아졌고, 국내 최고 마무리 오승환에겐 치욕에 가까운 패배로 기억된 바 있다.
당시 조노는 오승환의 한가운데 높은 행잉 슬라이더를 밀어 우측 담장을 넘겼다. 조노는 혼다 소속의 아마추어 선수였지만 기량은 프로선수 이상이었다. 니혼대 4학년이던 조노는 2006 신인드래프트에 참여했지만 니혼햄이 지명하자 거절, 발길을 사회인 야구팀 혼다로 돌렸다.
2008 드래프트에서 지바 롯데가 지명했지만 그 역시 거절했다. 실력이 없어 사회인 야구를 한 게 아니라 원치 않는 팀을 택하기 싫어 사회인 야구로 간 미완의 대기였다. 그가 원한 팀은 오로지 '교진' 요미우리. 결국, 요미우리는 혼다의 주포 조노를 2009년 드래프트 1순위에 지명했고 조노는 꿈에 그리던 요미우리에 입단하게 됐다.
요미우리 주포로 성장한 조노
조노는 입단 당시 하라 다쓰노리 감독의 총애를 받고 입단, 데뷔 첫 해인 2010시즌 센트럴리그 신인왕을 차지했다. 이듬해인 2011년에는 타율 0.316을 기록, 타격 1위로 리그 타격왕에 등극한다. 2012년엔 최다안타 타이틀까지 획득했다.
탄탄한 체구에 빠른 발, 강견, 그리고 펀치력을 겸비한 우타우투 외야수 조노는 요미우리의 주포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최고 마무리 오승환을 격침시켰던 도하의 한 방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입증한 것.
조노는 우타자임에도 좌완보다 우완에 강한 타자로 알려져 있다. 바로 이런 강점이 오승환을 상대로 자기 스윙을 구사한 이유다. 조노는 혼다 시절 타격 위치 조정을 통해 약점이었던 슬라이더 공략법을 터득, 타격이 일취월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2년은 약간 하향세다. 2년 연속 100 삼진을 넘어선 조노의 삼진수가 이를 입증한다.
오승환은 더욱 진화하고 있다. 가슴 두께도 두꺼워지고 허벅지는 더욱 탄탄해졌다. 일본 공략을 위해 더 강한 하드웨어를 장착해 열도를 건너갔다. 절친 선배 임창용(시카고 컵스)이 건네 준 요미우리 타자의 분석도 숙지했다. 삼성 시절 이상의 하드웨어에, 최신 소프트웨어까지 장착했다.
오승환 vs. 조노 '숙명의 리턴매치'
올 시즌 일본프로야구에 첫발을 내딛는 오승환과 조노의 리턴매치는 그야말로 오승환 일본 진출사의 백미가 될 전망이다. 한신의 영원한 라이벌 요미우리, 그 요미우리의 중심타자 조노의 맞대결은 국내팬은 물론 현지의 관심을 끌어 모을 가능성이 높다.
아직까지는 당사자인 오승환도, 조노도 둘의 존재를 인식하지 않고 있다. 당시 사회인 야구 선수에 불과했던 조노는 일본 야구 기자들에겐 관심 밖이었다. 하지만 국내 최고 마무리였던 오승환에게 굴욕을 선사한 사회인 야구 선수 조노는 국내에서는 충격이었다. 그 차이가 일본 언론이 이 리턴 매치를 인지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다.
한신의 오승환이 라이벌 요미우리를 넘어 재팬시리즈에 오르기 위해서는 도하 참사의 장본인 조노부터 넘어서야 한다. '리턴 매치 인 매치'인 셈이다. 무대는 2006년 도하에서 2014년 일본으로 옮겨져 있다. 오승환의 돌직구가 조노의 파워 스윙을 무력화시킬 수 있을 지 벌써부터 둘의 리턴매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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