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관한 김연아, 금메달보다 더 큰 미래 그린다
당초 한국 스포츠 위상 높이기 위한 선택
IOC 선수위원 목표, 사건 확대 오히려 독
'피겨퀸' 김연아(24)는 모든 것을 꿰뚫고 있다.
달관했고 통달했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이런 자세가 오히려 올림픽 2연패라는 욕심을 버리게 만들었다.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7·러시아)가 편파 판정과 러시아 홈 텃세로 금메달을 땄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정작 피해자인 김연아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 불만을 터뜨릴 법도 하지만 계속 웃고만 있다. 금메달이 아닌 출전 자체에 목표를 뒀고 자신의 마지막 연기를 잘 끝내서 기쁘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이를 두고 빙상계에서는 김연아가 미래의 꿈을 위해 현재의 영광을 포기한 것으로 해석한다. 김연아가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뒤 다시 빙판으로 돌아온 것도 올림픽 2연패에 대한 욕심보다는 한국 피겨와 나아가서 한국 스포츠의 위상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2018 평창 올림픽을 위해 피겨 유망주의 육성의 필요성을 느꼈고, 이를 위해 여자 싱글에 2장의 출전권을 더하기 위해 세계선수권에 나가 우승을 차지했다. 그 결과 17세 동갑내기 김해진(과천고)과 박소연(신목고)가 소치 대회에 나가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4년동안 꾸준히 훈련하고 기량을 쌓는다면 평창에서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하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라는 목표다. 김연아가 아직 대놓고 IOC 선수위원이 되겠다고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김연아가 IOC 선수위원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은 새삼스럽지 않다.
여기에 이번 일이 커져 스캔들로 번진다면 피겨스케이팅의 존립 자체가 위험해진다. 이미 지난 2002년 솔트레이크 시티 올림픽 당시 스캔들이 일어났을 때 IOC에서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에 같은 일이 되풀이될 경우, 올림픽 종목에서 퇴출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 결과 ISU는 지금의 채점제로 바꾸는 개선책을 내놓았다.
그런데 바꾼 채점제에 문제가 제기되고 스캔들로 커진다면 피겨스케이팅의 퇴출이 거론될 수도 있다. 이 역시 김연아가 원하는 시나리오가 결코 될 수 없다. 이런 상황도 김연아가 더 이상 불만을 터뜨리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프리스케이팅을 마친 뒤에도 김연아는 이번 일이 어느 정도 짐작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연아로서는 대기록이 외부 요인에 의해 무산된 것이 안타깝고 분하긴 하지만 더 큰 것이 기다리는 미래와 대의를 위해 지금의 욕심은 과감하게 버렸다. 김연아의 두 번째 인생은 이제 시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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