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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통령 "메르켈과 나는 같은 꿈을 꾸고 있었다"


입력 2014.03.19 09:55 수정 2014.03.19 10:00        김지영 기자

자서전에도 언급한 메르켈과의 인연, 8여년만에 독일 방문

“총리의 오랜 꿈이 유라시아 횡단열차를 타고 대륙을 횡단하며 여행하는 거라고 들었습니다.”

준비된 듯한 박근혜 대통령의 말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맞다. 어떻게 알았느냐”고 되물었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한국에서 유럽까지 연결되는 유라시아 횡단열차를 타고 독일에서 한국까지 오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고, 메르켈 총리는 “좋다. 할 수만 있다면 해보자”고 화답했다.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직을 내려놓은 직후였던 지난 2006년 9월 독일 기민당의 싱크탱크인 아데나워재단의 초청으로 독일을 방문했다. 박 대통령은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를 통해 당시 상황을 “메르켈 총리와 나는 같은 꿈을 꾸고 있었다. 메르켈 총리와의 만남은 오랜 친구와 재회한 듯한 기쁨을 주었다”고 회상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initiative)’와 ‘유라시아 횡단철도’ 구상도 이미 이때부터 박 대통령의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박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는 2006년 내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피습을 당했을 때 가장 먼저 위로편지를 보내온 외국 친구 중 한 명이기도 하다”며 메르켈 총리에 대한 애정을 내비쳤다.

특히 두 정상은 경제개혁부터 동맹국과 공동방위체제까지 다양한 주제를 놓고 대화를 나눴다. 메르켈 총리는 당시 독일의 핵심 국정기조였던 규제완화, 외국인투자 유치, 의료개혁, 연금개혁, 실리외교 등에 대해 설명하고,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딪치는 어려움들을 어떻게 극복해가고 있는지 이야기했다.

현재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주요 정책들이 상당 부분 독일의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메르켈 총리는 같은 여성 지도자인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수상과 함께 박 대통령의 롤 모델이다.

2000년부터 야당 정치인 신분으로 신뢰 다져…독일 방문은 7년 6개월 만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이 8년여 만에 독일을 다시 찾는다. 박 대통령은 오는 25일 독일을 국빈 방문해 메르켈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교역·투자와 산업·중소기업·과학·직업교육·문화 등 전 분야에 걸친 양국간 실질협력 증진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통일협력, 북핵문제 등을 주제로 심도 깊은 대화를 갖는다.

오는 25일 박근혜 대통령과 독일 메르켈 총리가 다섯번째 만남을 가진다. 사진은 지난 해 9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콘스탄틴 궁전 내 독일 숙소 빌라에서 열린 한국-독일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이 만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박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의 만남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첫 만남은 2000년.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부총재, 메르켈 총리는 기독교민주동맹(기민당) 최초의 여성당수로 두 정상 모두 야당 정치인 신분이었다. 이후 2006년 독일에서 재회한 두 정상은 2010년 메르켈 총리의 적극적인 요청으로 서울에서 다시 만났다.

당시 독일 정상의 자격으로 G20 서울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메르켈 총리는 이화여대에서 명예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박 대통령을 만나 약 25분 간 통일과 경제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이때 메르켈 총리는 국가지도자 신분이었으나, 박 대통령은 같은 해 지방선거에서 자신이 지원하던 이석원 후보가 무소속 김문호 후보에게 달성군수 자리를 내어주면서 정치적 입지가 불안정한 상황이었다. 메르켈 총리는 실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신뢰만으로 박 대통령을 찾았던 것이다.

박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우리는 선거에서 승리하거나 대표에 취임하거나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서로 축하편지를 주고받으며 인연을 이어왔다“고 소개했다.

박 대통령이 메르켈 총리와 마지막으로 만난 건 지난해 9월 G20 상트페테르부르크 정상회의에서다. 메르켈 총리는 보름 뒤 독일 총선 승리를 전제로 박 대통령을 초청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고, 박 대통령은 다시 만나길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결국 메르켈 총리의 총선 승리로 오는 25일 약속이 현실이 됐다.

통일 선배국이자 전범국의 모범사례…남북·한일관계 개선 기대

박 대통령의 이번 독일 방문은 여러 방면에서 의미가 깊다.

우선 독일은 세계 4위의 경제대국으로서 우리와 교류의 가치가 높다. 또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이 지탱하고 있는 경제구조는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인 창조경제와 유사하다. 경제교류 확대 등 실질적 협력은 둘째 치더라도 독일의 경제구조는 우리나라 경제가 나아가야 할 롤 모델로서 배울 점이 많다.

여기에 독일은 통일의 선배국가인 동시에 우리의 중요한 우방국이다. 실제 메르켈 총리는 지난해 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북핵문제와 관련한 우리 정부의 인식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깊은 관심과 공감을 표현하면서 향후 긴밀히 협력해나가자고 화답했다.

특히 독일은 과거 세계대전을 일으켰던 전범국가로, 일본을 움직이는 가장 좋은 동기가 될 수 있다. 피해국에 대한 사과와 보상을 현재까지도 이어가면서 주변국과 신뢰를 회복하고 있는 독일은 아직도 군국주의에 사로잡혀 역사를 부정하고 있는 일본의 가장 적합한 비교대상이자 반면교사이기 때문이다.

실제 한일관계과 일본의 역사인식 문제를 바라보는 독일의 시각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독일의 대표 일간지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은 지난 7일 ‘과거의 유령’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아베 총리는 잠자고 있던 유령들을 깨웠다”고 지적했다.

기사는 “히틀러와 나치를 찬양하는 사람들도 나오고 있으며, 민족주의자들의 눈에 홀로코스트에 대한 부정은 아베 총리의 역사 수정주의와 같은 선상에 있는 것”이라면서 아베 총리와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안네 프랑크 책자 훼손사건 등 일본 정부가 지어야 할 책임들을 묵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독일의 태도는 일본에 무엇보다 좋은 자극제가 될 수 있다. 독일이 같은 전범국의 입장에서 ‘나치=일본’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킬수록 일본의 국제적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한편, 박 대통령은 베를린 방문기간 중 독일의 통일 관련인사들과 접견을 갖고, 한·독 경제인 간담회 등에 참석할 예정이다. 또 우리 기업과 동포들이 주로 소재하고 있는 프랑크푸르트를 방문해 동포간담회를 갖는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이번 독일 방문에 대해 “EU(유럽연합)의 핵심국가이자 유럽 최대의 경제대국인 독일과 130여년에 이르는 우호협력관계를 보다 확대·심화시키는 한편, 우리의 통일기반 조성을 위해 독일의 통일과 통합 경험을 공유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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