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위·구색·환상의 밥상까지…KIA 마지막 숙제는
최고 구위 지닌 좌우 원투펀치에 환상의 밥상까지
지난 시즌 악몽 떨치려면 ‘부상 방지’ 최우선 과제
시즌 초반 KIA 타이거즈 상승세가 완연하다.
KIA는 8일 목동구장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의 시즌 1차전에서 차일목 만루홈런 포함 장단 15안타를 몰아쳐 넥센을 13-9로 제압했다.
9회 김주찬과 손승락의 승부가 발단이 돼 빈볼시비가 일어나면서 최고참 송신영-서재응이 마주하는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9일 현재, 시즌 성적 5승4패(승률 0.556)를 기록 중인 KIA는 넥센을 밀어내고 리그 4위로 올라섰다. 1위 SK와는 한 경기차에 불과하다.
KIA가 올 시즌 강한 전력을 구축한 데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가장 돋보이는 전력은 확실한 ‘원투펀치’ 출현이다. 지난 시즌 초반 잘나가던 KIA가 김주찬의 손목 골절로 주춤하더니 6월에는 에이스 양현종의 옆구리 부상과 이용규(한화)의 왼쪽 무릎 부상으로 상승세가 완전히 꺾였다.
올해 달라진 점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슈퍼 소닉' 이대형의 합류와 부활이다. LG서 FA로 풀린 이대형이 리드오프로 출전, 타율 0.351의 고감도 타격감을 되찾았다. 출루율 역시 0.415를 기록하며 2번 김주찬과 함께 환상의 밥상을 차리고 있다.
두 번째 요인은 새로 영입한 마무리 하이로 어센시오의 뒷문이다. 4경기 등판 2세이브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 중인 어센시오는 마무리 전문 투수다. 4실점 중 자책점은 1실점에 불과하다. 시범경기에서 불안했던 어센시오가 차츰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요동치던 뒷문을 떠올릴 때, 분명 마무리의 안정감은 작년보다 낫다.
가장 강력한 스터프는 양현종과 데니스 홀튼이 구축한 좌우 원투펀치다.
작년 6월 옆구리 부상으로 무너진 KIA 입장에선 양현종의 컨디션이 시즌의 성패를 가늠할 바로미터였다. 양현종은 시범경기부터 청신호를 쏘아 올렸다. 14.1이닝 3피안타 11탈삼진 무실점, 그야말로 완전무결한 부활이었다.
그 추세가 정규시즌에도 연장됐다. 2경기 등판 13이닝 투구, 2실점 1자책을 기록하며 평균자책 0.69 1승 1패다. 13이닝 동안 무려 11개의 탈삼진을 기록할 정도로 구위는 정상급이다.
우완 에이스로 급부상한 홀튼 역시 못지않다.
2011시즌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시절 19승(6패)로 퍼시픽리그 다승왕에 오른 바 있는 홀튼의 영입은 현재까지는 대성공이다. 2경기 등판한 홀튼은 13이닝 동안 단 1실점, 2승 무패 평균자책 0.69의 짠물투를 펼치고 있다. 양현종과 함께 평균자책점 공동 1위다.
최고구속 140km/h 내외일 정도로 포심 구속은 빠르지 않다. 하지만 스피드건에 찍히는 구속이 전부가 아니다. 홀튼의 포심은 볼끝의 무브먼트와 종속이 빼어나다. 홀튼의 손에서 떠날 때 체감 구속으로 스윙을 하면 타이밍이 늦을 수밖에 없다. 130km/h대 포심에 헛스윙을 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볼 끝만 보면 145km/h 이상의 포심으로 착각할 정도다.
여기에 상하 좌우 로케이션을 핀포인트 수준으로 할 수 있는 완벽한 제구력과 커브와 체인지업 등 변화구의 구사 능력이 빼어나다는 점 등이 퍼시픽리그를 한때 평정했던 주무기로 보인다. 무엇보다 홀튼이 지닌 강점은 경기별 편차가 없는 투구패턴을 보유한 투수라는 점이다.
빠른공을 뿌리지만 제구가 안 되는 투수는 경기별 편차가 심하다. 홀튼 같은 완성형 투수들은 경기별 기복이 적은 유형의 투수라는 점이다. 이는 상위권 팀이나 하위권 팀에 상관없이 자신의 투구를 구사할 수 있는 메리트가 있다.
홀튼은 연승을 이어주고 연패는 끊는 스토퍼의 역할도 충분히 수행 가능한 에이스의 자질을 보유한 투수다. 다만, 70개 이후 구위가 다소 떨어지는 한계투구수는 점검할 부분이다.
한 명도 갖기 힘든 리그 정상급 에이스를 KIA는 올 시즌 둘이나 보유했다. 그것도 최고의 궁합이라는 좌우 원투펀치다. 구위도 최고, 구색도 좋다. KIA는 매번 우승전력을 갖추고도 번번이 부상 악재에 노출되며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올해 역시 시즌 초반 상승세를 종반까지 끌고 가기 위해선 부상 악령에서 벗어나야 한다. 가장 완벽한 원투펀치와 만능 테이블세터진, 그리고 수준급 마무리까지 보유한 KIA의 마지막 숙제는 '부상 방지'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