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L 굴욕적 탈락’ 울산 조민국 감독 '아직은 초보'
2승 거둔 뒤 여유부리다 내리 3연패 충격
장기전략 부재 원인..K리그서도 고전
프로 초보 감독의 요령 부족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농사를 망쳤다.
울산 현대는 22일 일본 가와사키 토도로키 스타디움서 열린 2014 AFC 챔피언스리그 H조 조별리그 6차전에서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에 1-3 완패했다. 2승1무3패(승점7)에 그친 울산은 조 3위로 16강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울산은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첫 3경기에서 2승1무로 기분 좋게 출발했다. 이때만 해도 울산의 16강행을 의심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울산은 이후 거짓말 같이 내리 3연패를 당했다.
구이저우 런허(중국)와의 4차전 원정경기가 분수령이었다. 이 경기만 잡았어도 울산은 조별예선을 조기에 통과하고 체력을 비축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초반 상승세에 조민국 감독은 구이저우 원정에서 김신욱, 하피냐, 이용 등 주전들을 제외하는 모험을 단행했고, 1-3으로 완패하며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이후 울산은 초반의 상승세를 잃고 점점 다른 팀으로 바뀌어갔다. 초반 물오른 득점력을 뽐내던 김신욱은 K리그와 챔피언스리그 포함 7경기 연속 무득점으로 침묵하고 있고 하피냐의 활약도 지난해만 못하다. 급격하게 붕괴된 수비진은 구이저우전부터 최근 7경기 12골을 내주고 있다.
하지만 울산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장기적 전략 부재에 있다. K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는 빡빡한 일정에 따른 체력적 부담이 경기력 저하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어차피 이는 충분히 예상한 것이다. 포항과 전북,서울 등도 모두 똑같은 조건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16강행에 성공했다.
조민국 감독은 중요한 경기에 힘을 분산하는 완급조절에 실패했다. 여유 부리다 구이저우전을 놓치며 선수들에게 남은 일정에 대한 부담만 안겨줬다. 김신욱, 강민수, 김치곤, 이용, 김영삼 등 울산의 주축선수들은 3~4일마다 홈과 원정, 국내와 해외를 오가는 빡빡한 강행군을 소화하며 벌써부터 체력이 고갈됐다.
중요한 경기에서 조민국 감독이 보여준 전술운영도 불만족스럽다.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한 역습축구는 전임 김호곤 감독 시절과 유사하지만, 김신욱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며 공격루트는 더 단조로워졌다.
조민국 감독은 초반 울산 특유의 선굵은 축구에 세밀한 패스플레이를 덧입히려는 시도를 보였지만 경기력이 나빠지면서 오히려 김신욱의 제공권에 의존하는 '뻥축구'가 잦아졌다. 김호곤 시절 김신욱 못지않게 울산 전력의 중심이었던 하피냐의 위력이 반감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조민국 감독은 대학과 실업팀들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지만 1부리그 감독은 올해 울산이 처음이다. 챔피언스리그 같은 큰 대회를 치러본 경험도 전무하다. 최강희 전북 감독이나 황선홍 포항 감독 같이 챔피언스리그를 치러본 노련한 지도자들이, 주축선수들에게 적절한 휴식을 주면서도 잡아야할 경기는 총력전을 펼쳐 반드시 승점을 따내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울산은 K리그에서도 위기다. 4월 들어 단 1승도 거두지 못하면서 최근 리그 순위는 5위까지 떨어졌다. 중요한 월드컵을 앞두고 김신욱의 부진은 월드컵을 준비하는 대표팀에도 악재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 시즌 K리그 정상 문턱까지 갔던 팀을 물려받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조민국 감독 행보가 자못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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