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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격수’ 박영선 원내대표 등극, 국회는 이제 고지전?


입력 2014.05.08 18:22 수정 2014.05.09 12:53        김지영 기자 / 이슬기 기자

전문가들 "강성 중 강성, 야당스러움이 어떻 것인지 기대해볼 만할 것"

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19대 국회 제3기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선거 및 의원총회에서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박영선 의원이 모두발언을 마치고 제11차 의원총회 폐회를 알리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의 새로운 원내대표로 박영선 의원이 선출됨에 따라 향후 여야관계가 전환기를 맡게 됐다. 박 원내대표는 17대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의혹을 주도적으로 제기하고, 지난해부터 경제민주화 입법을 비롯한 재벌개혁에 앞장서면서 당내 손꼽히는 강성파로 분류돼왔다.

전문가들은 박 원내대표의 등장으로 새정치연합의 대여(對與)투쟁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미현 서울마케팅리서치 소장은 8일 ‘데일리안’과 전화통화에서 “그동안 야당이 비판을 받던 이유 중 하나가 야당스럽지 않다는 것이었다”며 “박 원내대표가 강성 중에도 강성으로 손꼽히기 때문에, 야당스러운 것이 어떤 것인지 기대해볼 만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어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전략적인 선택을 했다고 본다. 현재 시국에선 좀 더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여성이니까 여성 원내대표를 내세워 대비되는 효과를 노리면서, 당이 조금 더 강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박 원내대표는 기본적으로 전병헌 전 원내대표보다 더 강성이기 때문에 여야 관계가 더 안 좋아질 소지가 크다”며 “그나마 박 대통령이 세월호 사태에 대해 사과했을 때, 첫날에는 받아들이다가 다음날에는 비난하는 등 갈팡질팡한 모습들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세월호 참사 이후 민심과 6.4 지방선거 일정 등을 고려할 때, 여야관계가 파국으로 치닫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세월호 사건 이후 민심이 정부 여당에 대해서도 불만 많지만, 야당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며 “선거를 앞두고 야당이 발목잡기, 강성투쟁이 결코 야당에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을 한다면 박 원내대표가 강성이라도 그렇게 대치국면으로 끌고 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국민도 세월호 사태와 관련해 대책을 마련하는 건 여야가 초당적인 협력을 하길 바라지 않겠느냐”며 “그런 측면에서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할 사안과 경쟁과 대결이 필요한 정책 등을 잘 구분하는 것을 국민도 바랄 것이고, 그래야 야당도 선거에서 대안정당으로서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문제는 당내 결속이다. 박 원내대표는 1차 투표에서 2위 노영민 의원에 24표 차로 앞섰으나, 결선투표에서는 10표차 리드에 그쳤다. 박 원내대표가 기존에 확보하고 있는 지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표의 확장성이 부족했던 것이다. 박 원내대표에 대한 당내 의원들의 반감과 견제도 상당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박 원내대표는 안철수 대표와 상당한 대척점이 있는 사람이고, 겉으로 표방하는 건 좌클릭, 강경이기 때문에 지도부에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며 “원내대표가가 선명한 야당을 주장하면 사실 당대표는 괴롭다. 안 좋은 상황이 될 가능성 높다”고 내다봤다.

박 교수는 이어 “사실 박 원내대표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박지원 의원처럼 친노(친노무현)와 거부감 있지만, 안 대표를 견제하고 싶은 사람”이라며 “이에 따라 당내 갈등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박 교수는 “박 원내대표는 기본적으로 486(4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세력을 등에 업고 있지만 계파색이 약하다”면서 “자기 이익에 따라 싸우는 계파갈등이 아니라 정책 등에 있어서 경쟁관계에 들어가면 당내 파열음을 강하겠지만, 하모니를 이룰 경우 정당에 활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박 원내대표가 선출된 사실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적 우위에서 친노가 당을 점령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친노 후보가 탈락한 것은 친노가 분화될 가능성을 증명한 것이라고 본다”며 “그런 측면서 이번 선거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당당한 야당, 존재감 있는 야당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하겠다"

한편, 박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표 선거가 끝난 뒤 기자간담회를 갖고, ‘세월호 특별법 제정 및 국회 통과’를 우선 목표로 한 5월 임시국회 개최를 제안했다. 해당 법안은 피해자를 위한 특별법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박 원내대표는 “지금 비상시국이기 때문에 당장 5월 국회를 열어야한다”면서 “이완구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에게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가장 신속한 여야 원내대표 협상을 제의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이 9.11 테러 이후 국민들의 트라우마 치료를 위해 ‘Don’t forger‘ 펀드를 만든 사례를 언급하며 “새정치연합이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펀드‘를 만들어서 이니셔티브(제안)를 지고 이끌어 가면 어떨까라는 개인적 구상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새정치연합은 이날 오후 2시 의원총회를 열고 제3기 원내대표 선거를 진행했다.

이날 투표에는 이낙연 의원과 탈당을 신청한 이용섭 의원을 제외한 128명 전원이 참석했다. 선거는 약 2시간 동안 이어졌으며, 국회방송으로 생중계됐다.

사회를 맡은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투표에 앞서 “모든 과정이 생중계되고 세월호 참사도 벌어진 만큼, 지나친 환호나 박수는 자제해주기를 바란다”면서 “후보들도 앞에 나와서 손을 들거나 화려하게 인사하는 것보다 최대한 조용히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후보들의 정견발표는 추첨에 따라 최재성, 박영선, 노영민, 이종걸 의원 순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모두 세월호 참사를 우선 언급한 후 ‘야당다운 야당’, ‘이기는 야당’을 강조하며 의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1차 투표에서는 박영선(52표), 노영민(28표), 최재성(27표), 이종걸(21표) 후보 순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과반수를 얻은 후보가 없어 결선투표가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박 원내대표와 함께 유력 후보로 꼽혔던 노 의원의 득표수가 예상 외로 적게 집계되자, 회의장 곳곳에서 짧은 한숨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결선투표에서 69표를 획득해 새 원내사령탑으로 선출된 박 원내대표는 소감발표에서 “올바른 대한민국, 새로운 야당을 만들어서 국민 앞에 우뚝 서는 새로운 새정치연합을 보여주겠다”며 밝혔다. 앞서 박 원내대변인의 당부에 따라 당선을 축하하는 꽃다발 증정은 생략됐다.

박 원내대표는 “6.4지방선거는 우리 앞에 놓인 과제”라며 “애절함에 떨고 있는 세월호의 유가족, 실종자 여러분과 국민께 새정치연합이 그분들을 지켜주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약속하겠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의원 한 표, 한 표의 힘으로 국민들에게 당당한 야당, 존재감 있는 야당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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