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만요" 세월호 '구조' 골든타임에 119는 의전타령?
119 상황실, 중앙부처서 내려온다며 해경 상황실 잡고 수차례 통화
여야의원 강병규 향해 "당신이 죄인", "사퇴하라" 등 강하게 질타
세월호 침몰 사고가 신고된 이후 인명구조를 위해 가장 긴박했던 이른바 골든타임에 소방당국이 중앙부처 공무원 '의전'을 위해 해경의 '구조'를 방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4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소방과 해경이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16일) 오전 8시58분부터 11시까지 구조에 가장 중요한 순간에 19차례 통화했다"면서 "문제는 이게 400여명을 구조하기 위해 통화한 것이 아닌 고위관계자 앞에 구조된 사람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진 의원은 이날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했을 때 119 상황실과 목포해경, 서해지방경찰청 상황실 간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통화내용을 보면 지난달 16일 10시34분 119 상황실은 구조활동으로 바빠 전화를 끊으려고 하는 목포 해경에 "잠깐만요. 우리 팀장님 좀 바꿔드리겠다. 관계가 있어서"라며 불러 잡는다.
전화를 넘겨받은 119 상황팀장은 "보건복지부랑 중앙부처에서 지금 (진도로) 내려오고 있는데 서거차도는 섬이라서 못 간다"며 "팽목항으로 일단은 중앙부처에서 온다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다.
당황한 해경은 "높으신 분이 서거차도로 오든 팽목(항)으로 오든 저희는 모르겠고 한 사람이라도 구조하는 게 우선 아닙니까"라고 따졌다.
119 상황팀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건 그런다 치고, 그럼 서거차도로 가십니까. 저희도 그쪽으로 말을 해줘야 하니까"라며 재차 물었다.
이후 10시39분 119 상황실은 서해지방경찰청 상황실에 전화해 환자를 어디로 이송하고 있는지 질문했다. 서해지방경찰청은 아직 어느 병원으로 갈지 파악하지 못했다면서 "지금 사람을 구조하는 게 급선무고 배는 침몰했다"며 "구조가 우선이기 때문에 가까운 섬에 내려놓고 구조하러 가야하니 일단 나중에 전화하겠다"고 다급한 상황을 전했다.
이번에도 119 상황실은 크게 연연하지 않고 "바쁜 줄 안다"면서 "중앙정부에서 집결하고 있는데 거기서 대기하고 있다. 서거차도에서 다른 곳으로 가면 어떻게 하냐. 다 붕 뜨게 된다"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소방방재청, 보건복지부라든지 모든 내려오시는 분들이 다 팽목항으로 돼 있다"며 "서거차도에서 환자를 싣고 어디로 나올 것이며 방법이나 시간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해경에 접수된 지 2시간 정도 지난 오전 10시50분 119 상황실은 목포 해경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는 해경의 구조방법까지 간섭했다.
119 상황실이 "요구조자를 육지로 옮기는 것도 중요하지 않느냐"고 질타하자, 해경은 "일단은 구조해놓고 무조건 한사람이라도 바다에 있는 분을 옮겨야 한다"고 반박했다.
공개된 통화내용만 보면 119 상황실은 해경의 구조 활동에 혼란을 줬다. 거기에 통화내용 대부분 구조가 아닌 의전에 맞춰있다.
진 의원은 이날 통화내용을 공개하면서 남상호 소방방재청장에게 이런 내용을 보고받은 적이 있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남 청장은 "이번에 처음 들었다"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여야 의원 모두 세월호 침몰 사고 초기 대응과 관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오히려 혼선을 일으켰다며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을 강하게 질타했다.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해명하던 강 장관을 향해 "정신 차려, 네가 죄인이라고 생각해"라고 외치며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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