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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PR과의 차출 갈등 '윤석영 넘어 한국의 손해'


입력 2014.05.20 13:41 수정 2014.05.20 13:56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클럽 가치, 대표팀 못지않은 가치..일방적 희생 안돼

무리한 욕심이 갈등 비화..대표팀·윤석영 모두 손해

윤석영의 경우는 선수의 의지와 상관없이 조기합류를 원하는 대표팀과 리그 일정을 마치고 가기를 원하는 소속팀의 입장이 충돌했다. ⓒ 연합뉴스

K리그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꼽히는 데얀(현 중국 장수 세인티)은 FC서울에서 활약하던 2011년, 조국 몬테네그로 대표팀의 유로2012 예선 합류요청을 받았다.

하지만 서울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던 데얀은 조국의 부름을 정중히 거절,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던 소속팀 일정에 전념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소속팀보다 대표팀을 더 중시하는 것을 넘어 중요한 일정이 있을 때마다 K리그의 희생을 은연 중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있는 한국축구계에서 데얀의 선택은 신선한 문화 충격이었다. 외국인 선수를 흔히 돈벌러온 '용병' 정도로 인식하는 한국 스포츠계에서 소속팀의 가치를 더 우선시하는 선수들의 마인드는 진정한 '프로 의식'이 무엇인지에 대한 화두를 남겼다.

국내 선수가 소속팀 일정을 이유로 대표팀 합류를 거부하는 일이 생긴다면 어떻게 됐을까.

십중팔구 '조국의 부름을 거절했다'는 식으로 애국심의 문제를 제기하는 비판이 나오거나 여론의 괘씸죄에 걸렸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로서의 책임감과 명예도 막중하지만, 프로선수라면 일단 자신의 소속팀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본분이다.

최근 '2014 브라질월드컵' 대표팀에 발탁된 윤석영(24·QPR) 차출을 둘러싼 논란은 '소속팀 vs 대표팀'의 해묵은 우선순위 논쟁에 관한 한국축구계의 고정관념과 이중 잣대를 돌아보게 만든다.

물론 윤석영의 경우는 선수의 의지와 상관없이 조기합류를 원하는 대표팀과 리그 일정을 마치고 가기를 원하는 소속팀의 입장이 충돌했다. 한국적인 관점이나 대표팀 사정에서 보면 윤석영이 하루라도 빨리 대표팀에 합류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유럽은 사정이 다르다. 오히려 클럽이 대표팀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문화다. 반면 한국에서는 철저히 대표팀만이 축구의 중심이다. 월드컵 같은 국제적인 이벤트라도 있을 때면 K리그가 희생을 강요받는 것이 당연시되기도 한다.

입장을 바꿔, 소속팀에서 그 시즌의 가장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는 중요한 시점에 월드컵을 핑계로 팀을 빠져나가는 외국인 선수가 팬들과 구단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국제축구연맹(FIFA)은 19∼25일을 '의무 휴식 기간'으로 정해 각국 월드컵 예비명단에 포함된 선수는 소속팀 경기에 나설 수 없도록 했다. 홍명보 감독과 축구협회 측이 윤석영의 조기합류를 요구하는 근거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강제성을 띈 규정이라기보다는 월드컵에 나서는 선수들이 가급적 최상의 컨디션으로 대회를 치를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한 조치다. 대부분의 유럽리그는 이미 시즌이 끝났거나 막바지이고 순위경쟁이 대부분 결정된 상황이기에 규정대로 해도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QPR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오는 24일 더비 카운티와의 승격 플레이오프 단판 승부는 팀의 운명이 걸려있는 중요한 경기다. 1부 승격 여부에 따른 구단 가치나 중계권료 등의 이해관계를 고려하면, 어떤 의미에서는 챔피언스리그 결승 이상의 비중이 있는 경기이기도 하다.

윤석영의 몸값을 지불하는 소속팀은 QPR이고, 선수는 구단의 소중한 자산이다. 이처럼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는 구단에서 가능한 최상의 전력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QPR의 입장은 전혀 무리가 아니다. 오히려 윤석영의 차출을 놓고 홍명보 감독과 축구협회가 QPR과 갈등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한국축구의 이미지나 윤석영 개인에게도 손해다.

최근 월드컵을 앞두고 해외 무대에서 활약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조기귀국 릴레이가 이어졌다. 심각하지 않은 부상을 이유로 일찌감치 국내에 돌아와서 월드컵을 준비한 선수들도 있었다. 돈을 얼마를 받든지, 팀 내 비중이 어떤지를 떠나 그 팀의 구성원으로서 과정과 결과를 함께한다는 책임감도 프로선수로서의 기본적인 자세이자 의무에 속한다.

윤석영은 대표팀 차출여부는 처음부터 논쟁거리 자체가 될 필요도 없는 문제였다. 윤석영은 소속팀의 승격 플레이오프 결과를 끝까지 함께하고 대표팀에 합류하는 것이 옳다. 그것이 '프로'이자 소속팀에 속한 일원으로서의 당연한 본분이고 의무이기 때문이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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