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 벗어난 커쇼 “정말 비참했다” 고백
애리조나전 1.2이닝 7실점 후 마음고생 털어놔
필리스전 압도적 투구로 6이닝 9K 무실점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26·LA다저스)가 압도적 투구로 지난 등판의 악몽을 떨쳐냈다.
커쇼는 24일(한국시각) 미국 필라델피아 시티즌스 뱅크 파크서 열린 ‘2014 MLB’ 필라델피아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2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의 강력한 투구로 상대 타선을 잠재우며 2-0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3승.
커쇼가 9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는 사이 다저스는 1회 푸이그의 적시타와 2회 크로포드의 솔로 홈런으로 리드를 잡았고, 셋업맨 브라이언 윌슨과 마무리 켄리 젠슨이 추가 실점 없이 막으며 승리를 따냈다. 이로써 다저스는 NL 서부지구 선두 샌프란시스코를 4.5게임차로 추격했다.
커쇼의 저력이 잘 드러난 경기였다. 커쇼는 경기 도중 내린 비로 어려움을 겪었다. 비로 인해 40여분 경기가 중단되는 어려움 속에도 4회 무사 2,3루 위기에서 세 타자 연속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등 강력한 투구로 탄성을 자아냈다.
불같은 강속구에 이은 날카로운 변화구로 필라델피아 타자들을 돌려세우며 에이스의 건재를 알린 커쇼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지난 등판 이후 정말 비참한 시간을 보냈다. 팀이 치르는 경기를 볼 때도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면서 “다시 호투하고 팀도 승리하는 날이 와서 정말 좋다. 앞으로 계속 이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평균자책점 1위, 사이영상 등 메이저리그 ‘특급 투수’로 꼽히는 커쇼는 지난 18일 애리조나 원정경기에서 1.2이닝 6피안타 7실점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부상에서 복귀한 후 피안타가 늘긴 했지만 이렇게 많은 실점을 하며 조기 강판될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커쇼가 대량 실점한 뒤 조기 강판된 것은 지난 2010년 5월 5일 밀워키와의 홈경기에서 1.1이닝 5피안타 7실점 이후 4년 만이다.
또 지난 2012년 7월 25일 세인트루이스전 5.2이닝 8실점 이후 한 경기 최다 실점이다. 당시 커쇼 본인 역시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나도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지난 경기의 악몽을 털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 속에도 커쇼는 이날 살아남았다. 부상 후유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커쇼는 스스로 위기를 극복했다. 비로 중단된 이후에도 리듬을 찾으며 에이스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
또 주무기 커브가 지난 시즌만큼의 위력에 미치지 않자 이날은 날카로운 슬라이더로 타자들을 농락했다. 이날 9개 탈삼진 가운데 커브로 잡은 것은 한 번이었다. 대부분 슬라이더에 속아 타자들은 헛방망이를 돌렸다. 지능적인 피칭 전략이 주효한 셈이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 병가지상사지만 그런 빈도가 잦으면 에이스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커쇼가 왜 특급 에이스인지 새삼 입증한 지능적이면서도 압도적인 투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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