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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급식' 이슈 강타한 서울, 민심의 향배는


입력 2014.06.01 10:34 수정 2014.06.01 10:43        조성완 기자/남궁민관 기자

<2014 지방선거 뜨거운 유세현장을 가다⑧-서울>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초박빙으로 결판날 것"

22일 6.4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전국에서 일제히 시작된 가운데 서울 광화문 인근 거리에 서울시장을 두고 격돌하는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와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의 선거벽보가 붙여져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누구를 뽑아도 계속 실망감만 들어서 사실 투표할 마음이 안 든다.”

6·4 지방선거 전 마지막 주말인 1일,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 선거에서 ‘탈환’에 나선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와 ‘수성’에 나선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간 공방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이번 선거 최대 이슈로 떠오른 이른바 ‘농약급식’을 두고 양 측의 진실공방도 가열화되고 있다.

정 후보 측은 감사원 감사결과를 근거로 친환경 무상급식 식재료에 농약이 잔류됐다는 주장과 함께 박 후보가 자신의 측근에게 납품권을 위임한 뒤 특정 업체에 혜택을 몰아줬다고 공세를 펼치고 있다.

박 후보 측은 “서울시 친환경농산물 급식 시스템은 전국 어느 곳보다 안전하다”며 정 후보 측이 극히 미미한 부분을 ‘침소봉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서울의 민심은 이들에게 별다른 흥미가 없는 듯하다. 세월호 참사 이후로 정치권에 등을 돌린 중도·무당파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지방선거 자체가 관심사에서 멀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쭉 지켜보니 이놈이나 저놈이나 다를 게 하나 없다. 신경 쓰고 싶지 않다”

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며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남모 씨(35)는 “좀 더 살펴봐야겠지만 아직까지 마음에 드는 후보자가 없다”며 “누구를 뽑아도 계속 실망감만 들어서 사실 투표할 마음도 솔직히 안 든다”고 털어놨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도 남 씨같은 중도·무당파가 증가했음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직전·후인 4월 14~18일간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무당파는 15.0%로 나타났다. 하지만 5월 7~9일간 조사한 여론조사에서는 새누리당-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은 동시에 하락한 반면 무당파는 31.1%로 확인됐다. 직전 조사에 비해 16.1%p 증가한 것이다.

지난 19~23일 조사에서는 후보등록과 공식선거 기간이 시작되면서 부동층이 21.4%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세월호 참사 이전에 비해서는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한국갤럽’의 5월 셋째주(19~22일) 여론조사에서도 부동층은 31%로 나타났다. 4월 5째주 34%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관망하는 추세가 강하다.

구로구에 거주하는 50대 초반의 이모 씨는 “오랫동안 정치를 지켜봤는데 이놈이나 저놈이나 특별히 다를 게 없다”며 “어차피 그놈이 그놈이라면 굳이 신경 쓰고 싶지 않다”고 손사래를 쳤다.

개인택시를 운행하는 장모 씨도 “손님들이 선거에 대해서 전혀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택시를 타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했는데 분위기가 조용하다”면서 “가끔 말상대 차원에서 이야기를 꺼내도 다들 ‘관심 없다’고 뚝 잘라버린다”고 말했다.

서울역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40대 후반의 남모 씨는 “지금쯤이면 한창 손님들이 TV를 보면서 이놈은 어떻고, 저놈은 어떻다 식으로 이야기를 해야 되는데, 그저 혀만 차고 있다”며 “나부터도 이번 선거에 크게 관심이 없다”고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와 이혜훈, 나경원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비롯한 구청장 후보들이 29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농약급식’논란과 관련해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의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6.4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2일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가운데 어르신들과 막걸리를 함께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서울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몽준 후보처럼 굵직굵직한 공약이 필요하다”

중도·무당파가 ‘무관심’이라는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가운데, 양 후보 지지층의 지지 이유도 명확하게 엇갈리고 있다. 정 후보를 지지하는 시민들은 ‘서울시의 발전’을 박 후보를 지지하는 시민들은 ‘서울시의 안정’을 택했다.

관악구에 거주하는 성모 씨(35)는 “서울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 후보와 같은 굵직굵직한 공약이 필요한 것 같다”며 정 후보의 손을 들었다. 신림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조모 씨(30)도 “박 후보하면 떠오르는 건 돌고래와 벼농사 밖에 없는데, 그것으로는 서울시가 발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 후보가 내세운 최대 화두는 ‘잠자는 서울을 깨우겠습니다’이다. 스스로를 ‘일복시장’이라고 자처하며 ‘용산국제업무단지사업’ 이른바 용산개발 재추진을 전면에 내세우며 박 후보와 각을 세웠다.

정 후보는 지난달 25일에도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3년의 건설기간 동안 4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4만 규모의 돔구장을 건설하겠다”며 가칭 ‘가족과 이웃이 함께하는 서울 패밀리돔’을 서울시 예산과 민자 민간펀드를 통해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서초구에 거주하는 최모 씨(69)는 “우리 애들 먹고 살기 위해서는 일자리가 중요하다”면서 “일자리는 가만히 있어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박 후보 정책으로는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없다”고 말했다.

재취업을 준비 중인 30대 초반의 장모 씨도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새 직장을 찾는 중인데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며 “누구든지 간에 일자리 만들어주는 사람 찍겠다. 지금 내가 보기에는 정 후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강남에 거주하는 회사원 최모 씨(31)는 “정 후보는 대기업 CEO 출신이기 때문에 서울시도 잘 이끌어 나갈 것”이라면서 “토론회에서도 보니까 곱게 자란 도련님이 아니고 자신의 생각이 있고 날카로워 보인다”고 평가했다.

6.4지방선거 사전투표가 전국의 사전투표소에서 시작된 30일 오전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와 부인 강난희 씨가 서울 구로구 구로3동 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한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가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숙명여자대학교 교문 앞에서 여대생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서울시 정책이 토건개발 위주에서 사람개발 중심으로 변화 할 것을 기대한다”

반면, 박 후보의 지지층은 굵직한 개발공약보다는 사람 중심의 공약을 선호했다. ‘나의 임기 중에 거대한 토목공사는 없다’는 박 후보의 시정운영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들 지지층은 30대에서 40대가 주를 이뤘다.

마포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권모 씨(28)는 “시정의 연속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서울시 정책이 토건개발 위주에서 사람개발 중심으로 변화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박 후보의 정책을 응원했다.

박 후보는 지난 2011년 재보궐선거를 통해 시장직에 선출된 이후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시장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밝혔다. 이후 오세훈 전임 시장이 진행하던 대규모 토건 사업의 대부분을 중단하거나 취소했다.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건설계획을 취소하고 텃밭으로 대체한 게 가장 대표적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소박함을 강조하고 있다. 박 후보는 본격적인 선거운동 시작 이후 첫 주말(25일)에 “새벽 4시 반 버스에서 만난 할머니의 요구는 새벽에도 지하철을 다니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 시간에 버스 타는 분들은 청소노동자, 경비원, 일용직 노동자, 재수생 이런 분들”이라며 “버스에서 많은 분들은 웃고 있었지만 나는 웃음이 아닌 절박하고 무거운 소망으로 들렸다”고 털어놨다.

회사원 이모 씨(39)는 “박 후보가 시장시절 펼쳤던 정책들이 피부에 와 닿았다. 이번 선거에서도 박 후보를 뽑을 생각”이라면서 “예전에 심야버스를 타본 적이 있는 데 정말 좋았다”고 강조했다.

IT업계에 종사하는 문모 씨(31)는 “박 후보가 임기 중에 해 놓은 게 마음에 든다. 그동안 전임시장들과 비교했을 때 박 후보가 더 좋다”고 지지했으며, 대림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60대의 김모 씨는 “이리저리 쓸데없이 일 벌이는 것보다는 차라리 조용한 게 좋다”고 말했다.

정몽준 측 “지지층 결집하면 막판 뒤집기 가능” 박원순 측 “투표장려하겠다”

유권자들의 성향이 뚜렷하게 갈리면서 각 후보 측의 선거운동 전략도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 정 후보 측은 세월호 참사로 빠져나간 기존 지지층을 결집하는데 최선을 다할 예정이며, 박 후보 측은 투표 장려 운동을 통해 표를 끌어모은다는 방침이다.

정 후보 측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지금은 정 후보가 열세지만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이후 '농약급식'이 알려지면서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며 “현장에서도 후보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이 좋아지는 등 서서히 바닥 민심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농약급식이나 박 후보의 애매한 국가관 등이 토론회를 통해 시민들에게 알려지면서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고 기존 새누리당 지지층이 결집하면 막판 뒤집기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도 있는 박 후보 측도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 후보 측이 뚜렷한 지지층을 확보한 상태인 데다가 여론조사에서 지지 후보가 뚜렷하게 없는 무당파들의 향배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박 후보 측 관계자는 “지금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지율이 제법 큰 차이로 벌어져 있지만 결과적으로 2~3% 수준의 차이로 결판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향후 지지층을 좀 더 확보하고 이들의 투표를 장려하는 방향으로 선거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령대별 공략으로는 “젊은 층에게는 확실히 박 후보가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에 따라 앞으로 남은 선거운동 기간동안 50~60대를 공략할 다양한 공약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정-박 후보 외에 정태흥 통합진보당 후보, 홍정식 새정치당 후보가 출마해 4파전을 치르고 있다.

조성완 기자 (csw4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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