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벌한 네덜란드 축구…거친 플레이 없었다 ‘왜?’
최근 월드컵서 거친 플레이로 수 차례 경고 및 퇴장
판 할 감독 준비 덕에 카운터 펀치로 스페인 무너뜨려
네덜란드 축구는 의외로 거칠다. 역대 월드컵에서 게임이 안 풀릴 때마다 살벌한 반칙이 난무했다.
2006 독일월드컵 네덜란드-포르투갈 16강전이 대표적인 예다. ‘기술’을 갖춘 포르투갈을 상대로 이단옆차기가 난무했다. 월드컵 통산 최다인 16장의 경고카드와 4장의 퇴장카드가 나왔다.
2010 남아공월드컵 스페인과의 결승전도 격투기를 방불케 했다. 전반 30분이되기도 전에 네덜란드 9장, 스페인 5장의 옐로카드를 받았다.
두 팀은 4년 뒤 ‘2014 브라질월드컵’ B조 예선 첫 경기서 다시 만났다. ‘레미 본야스키의 나라’ 네덜란드가 또 거친 플레이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이 때문일까. 국제축구연맹(FIFA)도 네덜란드 스페인전에 단호한 판정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니콜라 리졸리 주심(44)을 배정했다. 리졸리 주심은 올 시즌 모든 국제경기(총 27경기)서 119장의 경고카드와 5장의 퇴장카드를 꺼낸 바 있다. FIFA가 네덜란드 스페인 양 팀에 격투기가 아닌 축구를 하라고 암시한 조치였다.
그러나 네덜란드는 거친 축구를 할 필요가 없었다. 루이스 판 할 감독의 철저한 준비 덕에 5번의 카운터펀치로 무적함대 스페인을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이날 네덜란드는 스페인 전술을 철저히 간파하고 나왔다. 대지를 가르는 ‘대각선 고공패스’로 스페인 중원을 무력화했다. 중책은 달레이 블린트(24)가 맡았다. 그는 정확한 롱패스로 2도움을 올렸다.
반면, 세대교체에 실패한 스페인은 자멸했다. 서른을 훌쩍 넘긴 사비 에르난데스(35)를 비롯해 사비 알론소(33), 안드레이 이니에스타(31) 등으로 허리를 구축해 후반으로 갈수록 체력적인 약점이 두드러졌다. 설상가상 이케르 카시야스 골키퍼(33)는 넋 나간 플레이로 10년 넘게 쌓은 대표팀 커리어에 스스로 먹칠했다.
영원한 것은 없다. 스페인이 자랑하는 티키타카는 21세기 무결점 전술이라 여겼지만 ‘공략법이 나왔다’는 사실에 종말을 고하는 분위기다.
네덜란드는 더 이상 스페인을 상대로 격투기 축구를 하지 않았다. 중원싸움이 어려우면 돌아갈 줄 하는 ‘지능’이 네덜란드에 있었다. ‘레미 본야스키의 나라’ 네덜란드는 로우킥 대신 대서양을 가르는 대각선 롱패스로 스페인을 침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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