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명 길어지는 문창극에 청와대, 자구지책 기회?
적극적인 대처의 배경 관심, 대부분 개인 명예회복 위한 최후 수단 분석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연일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후보자는 전날에 이어 20일에도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에 마련된 집무실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고노담화에 대해 일본이 무슨 재평가를 한다, 이것은 너무 답답한 일”이라며 “온 세계가 다 분노하는 반인륜적 범죄행위조차도 지금 사과하려는 게 아니다”며 일본을 비판했다.
지난 18일 박근혜 대통령이 문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재가를 귀국 이후로 미룬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문 후보자가 적극 행동에 나선 것에 주목하고 있다.
문 후보자는 그동안 자신의 칼럼과 강연 등으로 논란이 일었지만 즉각적인 해명과 반응을 보이지 않아 논란을 더욱 키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때 “사과는 무슨 사과냐”며 논란을 더욱 확대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문 후보자는 청문요청서와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될 것으로 알려진 17일까지 한 차례 자신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사과했을 뿐 인사청문회 준비에 몰두했다.
그러나 문 후보자는 박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인사 청문요청서와 임명동의안에 대해 재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진 직후 자신의 입장을 적극 해명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문 후보자 스스로 여론을 돌파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문 후보자가 연일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는 것에 대해 청와대가 이렇다할 견해를 내놓지 않는 것이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된 것.
여권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가 문 후보자의 해명을 그대로 지켜보고 있는 것은 스스로 여론을 돌파해 보라는 것 아니겠느냐"며 "왜곡된 자신의 의사를 해명할 기회를 준 셈이다. 보수층을 결집하라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고 바라봤다.
그러나 이날 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5060세대 중 50% 이상이 '문창극 후보자가 국무총리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60대 이상은 박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에 대해 70%가 긍정평가를 했음에도 문 후보자에 대해서는 박한 평을 내린 것이다. 이 때문에 문 후보자 스스로 여론을 돌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반면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 후보자의 모습이 청와대와의 어떤 교감으로 이뤄진 것이 아닌 개인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한 돌출된 행동으로 평가하고 있다. 개인의 명예회복을 위해 최후의 수단을 들고 나왔다는 지적이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20일 '데일리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지금 행동이 대통령한테 시그널을 받아서 하는 것보다 대통령과 청와대에 승부수를 거는 것 같다”며 “개인적인 억울함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친박계 핵심이자 유력 당권주자인 서청원 의원이 문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종용하면서 사실상 청와대에서 ‘문창극 카드’를 버렸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여기에 여당인 새누리당 지도부들조차 더이상 엄호에 나서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문 후보자는 청와대의 뜻에 따라 자신이 스스로 사퇴하면 자신의 명예를 지킬 수 없다는 생각에 연일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이러한 문 후보자의 태도에 대해 전문가들은 나라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총리의 자질은 아니라고 비판하고 있다. 문 후보자의 이러한 행동이 '선국후사'(先國後私)해야 하는 총리를 맡기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 후보자는 먹히지 않을 이야기를 계속하고 자기 변명하면서 국정을 마비시키는 것”이라며 “나라를 먼저 생각해야하는데 총리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박기태 전 경주대 부총장은 “총리로 지명되는 순간 그 사람은 한 개인이 아니라 공인이 되는 것”이라며 “공적인 문제는 생각하지 않고 개인의 소명에 집작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문 후보자가 계속 사퇴를 거부하고 이런 태도를 이어간다면 향후 박근혜 정부의 국정 운영에도 상당한 부담을 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국정 공백이 늦어지면서 계속 논란만 부추기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평론가는 “문 후보자의 이런 태도가 현 정부의 국정 운영에 상당한 부담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며 “사의를 생각하기 이전에 대의를 먼저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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