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말바꾸기로 의혹 자초한 군, 출구는?
김관진 "사고 원인 철저히 규명하고 근본적인 재발방지"
국 당국이 동부전선 GOP(일반전초) 총기난사 사건과 관련, 잇따라 말을 바꾸거나 거짓해명 논란까지 휩싸이면서 해당 유가족과 여론의 뭇매를 자초하는 모양새다. 당초 군의 수사를 신뢰한다던 희생 장병들의 유가족들이 26일 돌연 군 수사 과정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며 강경 대응에 나서자 군 당국이 진땀을 빼고 있다.
유가족들이 이처럼 태도를 선회한 데에는 사건 발생 이후 보여진 군 당국의 성급한 대응방식이 화를 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군은 전날인 25일 이번 사고의 핵심 키를 쥔 ‘탈영병의 유서 전문’을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당시 국방부가 비공개 원칙 입장을 밝히면서 유족들이 희생자가 집단 따돌림의 가해자로 인식되는 것을 우거려해 반대했다며 ‘거짓 해명’을 한 데 있다. 이에 유족들은 이날 “메모 공개를 반대한 적이 없는데 국방부가 유족 핑계를 대며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박, 군과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심지어 같은 날 김관진 국방장관이 사건 원인을 집단따돌림으로 지목하기도 해 논란이 됐다. 김 장관은 이날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총기 난사 사건 원인에 대해 “전역을 3개월 앞둔 병장이 사고자가 된 이면에는 집단따돌림 현상이 군에 존재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이는 자칫 희생자들이 이번 총기 난사 사건의 빌미를 제공한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인상을 줄 소지가 있는 만큼 유가족들 입장에서는 반발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유족들은 “군 당국이 임 병장 개인의 정신적 문제이거나 군 내부의 집단따돌림으로 문제를 호도하고 있다”면서 김 장관의 사과와 해명을 요구했다
결국 발등에 불이 난 김 장관은 27일 성명을 내고 즉시 공식 사과했다.
김 장관은 이날 ‘대국민 성명문’를 통해 “본의 아니게 집단 따돌림이 GOP 총기 사고의 동기가 된 것처럼 오해를 불러와 유가족 여러분의 마음을 상하게 한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희생자들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도록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강구함으로써 이들의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사죄했다.
김 장관은 또 “무엇보다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희생자들과 유가족 여러분께 심심한 애도와 조의를 표하며 부상자들의 조기 치료와 피해자 가족들의 지원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며 “동부전선 GOP 소초에서 5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을 당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전했지만 군에 대한 여론의 의혹제기는 좀처럼 시들지 않는 양상이다.
특히, 유족들은 사고 직후 군의 초동 대처에 대한 의구심도을 강하게 표출하기도 했다.
총기난사 사건 유가족 대책위원회는 26일 대국민 호소문에서 군이 발표한 총상에 의한 사망보다 과다출혈에 의한 사망이 의심되는 소견이 나오는 상황을 언급, 사건 당시 군의 응급조치가 지연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유족들은 “애초 군이 밝힌 총상에 의한 사망이 아닌 과다 출혈에 의한 사망 소견이 나왔고, 사건 발생 다음 날 오후 3시까지 주검이 방치되는 등 초동 대처와 구조활동이 미흡했다”고 지적하는 등 강도 높게 군을 질타했다.
그러자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27일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그것도 조사대상에 들어간다”면서 “(그런 주장이 맞다면) 왜 그런 일이 있었는지, 얼마나 늦었는지 이런 부분도 다 확인해서 확인되면 말씀 드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사건 수사내용에 대한 중간브리핑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부상자들, 사망자들이 있어서 수사의 속도가 늦다고 한다”면서 “지금 강릉 쪽에서 수사를 계속하고 있는데 부상자들, 부상당하지 않은 인원들에 대해서는 진술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대변인은 “진술을 토대로 상호 비교해서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고, 재구성이 되면 아마도 사고를 낸 임 병장이 결국은 현장검증도 함께하는 그런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최종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중간에 설명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날까지 김 장관의 사과와 해명을 요구하며 희생 병사들의 장례식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던 유가족들은 27일 김 장관이 공식 사과함에 따라 예정대로 장례식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유족들은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사과하고,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약속했다”며 “사랑과 관용으로 이 모든 것을 보듬어 가기로 결정했. 무기한 연기한 장례식을 서둘러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또 “장례식 무기한 연기라는 극단적 결정은 우리 아들들이 불명예스럽게 영원히 땅에 묻힐까 염려한 유족들의 자구적 선택이었다.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1시30분부터 전날 중단된 희생 장병들의 입관식이 진행되고 있으며 합동영결식은 28일 오전 8시 국군수도병원 연병장에서 육군 제22보병 사단장(葬)으로 엄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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